전 세계에서 수요가 높다는 탈모 치료제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의 진입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탈모는 중년 남성의 주요 고민이지만 최근에는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탈모 인구 수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내 탈모제 시장은 외국 업체들이 높은 아성을 쌓고 있어 이를 깨고 우리 업체들이 진입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JW 신약이 탈모 치료제 복제약을 판매해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동아ST는 근본 치료를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국내 제약업체들이 탈모 치료제 시장 공약의 고삐를 죄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20만 3305명에서 지난해 21만 2916으로 환자 수가 증가했다. 그중 절반 가까이(9만 3907명)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30대의 젊은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3.5%로 나타났다. 탈모 전문가들은 국내 잠재적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탈모 치료 비용은 지난 2012년 272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287억원, 2014년 312억원, 2015년 325억원, 2016년 355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하며 3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요가 많다보니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는 73억달러(한화 약 8조원),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4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해마다 14%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프로페시아 출처=한국MSD 제공

MSD, GSK 등 다국적 제약사 치료제가 시장 독점…단점은?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 중이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경구용 탈모 치료제는 17년 전 국내 출시된 한국MSD의 전문의약품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이다. 2008년 특허 만료로 현재까지 많은 복제약(제네릭)이 출시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페시아가 탈모 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프로페시아의 매출액은 약 350억원으로 추산된다. 프로페시아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모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먹는 탈모 치료제로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호르몬 변환 물질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생성하는 제 2형 5-알파 환원 효소를 차단해 탈모를 치료한다. 이 DHT는 탈모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두피 모낭을 공격해 모발을 얇고 가늘게 만들어 탈모를 유발한다. MSD가 5년 간 18~41세의 남성형 탈모 환자 1553명을 대상으로 프로페시아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10명 중 9명의 환자가 모발이 다시 자라거나 더 이상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명에게서는 가시적인 발모 효과가 나타났다.

프로페시아는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1mg을 투여한 환자에서 우울한 기분, 우울증, 자살생각을 포함한 기분변형이 확인됐다. 또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장기간 임상 연구(5년)는 2002년, 마지막으로 한 임상 연구(2년)는 2012년에 발표됐다는 점에 미루어 봤을 때 최신 임상 자료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탄탄한 시장성을 기반으로  세계 남성형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우선 권고되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도 연간 300억원 이상 매출을 보이며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보다트도 전립선 비대증치료제로 개발됐다가 2009년 식약처로부터 성인 남성 탈모 치료제로 새롭게 적응증이 추가됐다. GSK가 지난해 발표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아보다트가 복용 12주부터 프로페시아보다 모발 수가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식약처에 따르면 50세를 넘긴 남성에게는 모발 생성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JW그룹,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 장악 나서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JW그룹이 탈모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60개 이상의 프로페시아와 동일한 성분 복제약 중 JW신약의 ‘모나드’는 지난해 매출액 66억원을 기록하면서 복제약 중 가장 높은 처방 비율을 보였다.

▲ 로게인폼 출처=JW중외제약 제공

JW신약은 연간 1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존슨앤드존슨의 ‘로게인폼’의 국내 판권도 확보했다.

‘로게인폼’은 미녹시딜(5%)을 주 성분으로 하는 바르는 탈모치료제로, 폼(거품) 타입을 적용해 흘러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부분에만 적정량을 도포할 수 있고 두피 흡수와 건조가 빨라 사용 편의성과 치료 효과가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탈모치료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주 성분인 미녹시딜은 두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모낭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모발 생장 주기도 연장해 준다.

경구제 ‘프로페시아’와는 달리 이 제품은 여성 탈모 환자들도 1일 1회 도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JW신약 관계자는 “액상과 겔 형태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로게인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기존 탈모 제품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국내 경구용 탈모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은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과 함께 신개념 탈모치료제 ‘CWL080061(코드명)’을 개발한다. ‘CWL080061’은 탈모 진행 과정에서 감소하는 ‘Wnt(Wnt/β-catenin pathway)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켜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를 분화, 증진시키는 혁신신약 후보물질이다. 이 후보물질은 JW중외제약이 보유하고 있는 Wnt 신호전달 분야에 특화된 화합물 라이브러리(Compound Pool)의 결과물이다. JW중외제약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동물시험 결과, ‘CWL080061’은 기존 탈모치료제 대비 동등 이상의 발모 효과가 확인됐으며, 작용기전을 통해 새로운 모낭이 형성되기도 했다.

한성권 JW중외제약 대표는 “기존의 탈모치료제는 남성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이미 진척된 탈모에는 큰 효과가 없고 약 사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되는 문제점이 있어 새로운 치료법이 요구되어 왔다”면서 “CWL080061이 탈모를 완치시킬 수 있는 신개념 치료제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아ST,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 나서
동아에스티는 바이오벤처인 네오믹스와 함께 탈모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네오믹스는 펩타이드·항체 약물과 신규 바이오 마커를 이용한 진단 제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동아에스티는 네오믹스가 보유한 신규 기전의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유효성 평가와 전임상 동물시험 등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유효성이 최종 확인되면 동아에스티가 이 후보물질에 대한 전세계 개발·판매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회사 측은 “네오믹스가 보유한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은 탈모의 근본적인 치료효과와 높은 안전성을 가지고 있어 중증 이상의 환자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사용가능하며, 기존 치료제들과 병용 시 더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설명했다.

대웅제약은 프로페시아의 제네릭 의약품인 ‘베아리모’를 갖추고 있다. 2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식약처로부터 일반의약품인 ‘모바렌캡슐’에 대한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았다. 대웅제약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장착해 탈모 치료제 시장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모바렌은 모발과 손톱의 구성 성분인 약용효모와 케라틴, 티아민질산염, 판토텐산칼슘, L-시스틴, p-아미노벤조산 등을 담고 있다. 이들 모발 필수 영양성분이 혈액을 통해 모근조직 세포에 직접 공급돼 탈모 개선은 물론 손상 된 모발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