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Android Authority

구글은 지난 달, 스마트폰을 제어하고 대화를 실시간으로 통역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 픽셀 버드(Pixel Buds)를 출시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쓸 만할까? 워싱턴 포스트(WP)가 구글로부터 픽셀 버드를 직접 받아 성능을 테스트했다.  

픽셀 버드에 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 픽셀 2와 같이 써야만 완전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폰과도 작동은 하지만 픽셀 버드의 핵심 기능인 실시간 통역에 접속하려면 구글의 픽셀 폰, 그것도 최소한 작년판 픽셀이나 이번에 새로 출시된 픽셀 2 또는 픽셀 2 XL(구매자는 몇 가지 조기 품질관리 문제가 있음을 알아 둘 것)이 있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은 정확하게 실시간은 아니다. 번역 기능을 사용하려면, 오른쪽 이어폰을 누르고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에게 40개 언어(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음) 중 하나로 말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스마트폰이 구글 번역 앱을 열고, 자신이 듣는 것을 당신이 선택한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하며, 당신은 이어폰을 통해 당신의 귀로 그것을 듣는다.

▲ 출처= 구글

당신이 누군가와의 대화 중에 상대방이 "Où est la bibliothèque"라고 말하면, 당신의 귀에는 “도서관이 어디 있습니까?”(Where is the library?)라고 들린다. 그런 다음 당신이 말할 차례가 되면, 다시 오른쪽 아이폰을 길게 눌러 스마트폰이 당신이 말하는 것을 번역해서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역 기능은 그런대로 괜찮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통역이 대화 속도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것은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우주 언어 번역기나 더글러스 애덤스의 바벨 물고기(더글러스 애덤스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하는, 어떤 언어라도 번역할 수 있는 물고기)도 아니다. 하지만 ‘여행자용 상용 회화집’보다는 훨씬 낫다. 인간 통역사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까봐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행자나 간단한 채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매일 통역사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의 스마트폰이 구글의 픽셀이 아니라면? 픽셀 버드의 매력은 크게 떨어진다. 픽셀 버드는 다른 안드로이드 폰이나 아이폰에도 연결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그저 평범한 기본적 기능의 무선 이어폰에 불과하다. 어떤 스마트폰에서든 오른쪽 이어폰을 눌러 가상 비서 - 안드로이드폰이면 구글 어시스턴트, 아이폰이면 시리 - 를 불러올 수 있다.

이어폰을 앞으로 밀면 볼륨이 올라가고 뒤로 밀면 볼륨이 작아진다. 사운드 품질은 다른 블루투스 헤드폰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감동적이기까지는 않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픽셀 버드는 볼륨에 인색하지 않아서 볼륨을 50% 이상으로 올릴 일이 거의 없다.

귀에 꼭 맞게 조정할 수 있는 패브릭 루프가 있어 착용감이 좋다. 착용하고 운동을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픽셀 버드는 애플의 에어팟(AirPods)과 같은 159 달러의 가격에 판매된다. 에어팟과 마찬가지로 픽셀 버드의 케이스도 고속 충전 휴대용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어 이동 중에도 손쉽게 충전할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약 5 시간 사용할 수 있으며, 케이스에 넣어둔 상태에서는 계속 충전이 되므로 하루 종일 쓰는 데 거의 문제가 없다.

▲ 출처= Android Authority

그러면 픽셀 버드를 살까 에어팟을 살까

애플의 에어팟을 살 것인지 구글의 픽셀 버드를 살 것인지는 당신이 어떤 전화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직접 비교해 보자면, 세 가지 주요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픽셀 버드는 단지 이어폰을 만지기만 해도 볼륨 조절이 가능하지만 에어팟은 볼륨을 조정하려 할 때마다 시리(Siri)에게 요청해야 한다. 둘째는, 그 외의 다른 기능 조절은 설정이나 작동에서 픽셀 버드가 에어팟보다 더 복잡해서 능숙해지기가 더 까다롭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귀에 착용하지 않는 동안 작동을 정지시키려 할 때 픽셀 버드는 그다지 똑똑한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픽셀 버드는 전화에 연결하지 않는 경우에도 양쪽 이어폰을 연결하는 20인치 길이의 코드가 있다. 왜 무선 헤드폰에 코드가 달려 있어야 한단 말인가? 코드가 달려 있어 목에 감고 있으면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드가 목에 감기는 것이 싫고 완전 무선을 원한다면 픽셀 버드는 당신의 취향이 아니다.

▲ 완전 무선형인 애플의 에어팟       출처= Phone Arena

결론

정말로 번역 서비스가 필요해서 구글의 픽셀 2를 구매하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더 나은 무선 헤드폰이 있다.

그러니까 픽셀 버드가 단순한 하나의 헤드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픽셀 버드는 번역과 같은 보다 특별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일반 제품들과는 구분되는 물건을 만들려고 하는 구글의 창조적 노력의 산물이며, 애플이 그런 것처럼, 구글이 만드는 다른 제품과 가장 잘 연동해 작동하는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기술 전쟁에서 당신을 구글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그들의 소망을 잘 보여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점들이 헤드폰으로서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와 반드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이 앞으로 계속 제품을 출시할 때에, 당신은 이 두 가지 점을 모두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그런 제품들을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