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달 30일 정기인사를 발표하고 2015년부터 MC사업본부를 이끈 조준호 사장이 인화원장으로 이동시키고 황정환 신임 부사장이 LG폰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 OLED TV와 가전 분야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인 황 부사장은 지난 6월 MC사업본부 수시개편을 통해 신설된 단말사업부를 총괄해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구도륽 감안하면 LG폰의 영광 회복이라는 중책을 맡은 황 부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탄탄한 기술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

▲ LG전자 초콜릿 폰. 출처=픽사베이

MC사업본부의 영광, 그리고 추락

2000년대 초중반 LG폰은 승승장구했다. 고무적인 흐름은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2005년 초콜릿폰이 1000만대 이상 팔리며 대박을 쳤고 2006년 샤인폰, 2007년 프라다폰까지 여인어 성공하며 피처폰 전성시대를 열었다. 최근까지 MC사업본부를 맡다가 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조준호 사장은 당시 초콜릿폰 신화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LG전자는 2008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누르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3위 사업자에 등극했다.

 승승장구한 바로 그 순간 위기의 씨앗은 잉태되고 있었다. LG전자가 프라다폰으로 피처폰 시대를 이끈 2007년 애플이 타도 노키아를 내걸고 아이폰을 출시, 스마트폰의 미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를 외면했다. 시장에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식되고 있었으나 피처폰 신화를 쓰던 LG전자는 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2007년 당시 LG전자는 남용 부회장, 안승권 MC사업본부장 체제였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해 결국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았다. 남용 부회장 체제에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를 맹신한 나머지 무리한 체질 변화를 끌어낸 게 결정적인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남 부회장은 2007년 취임과 동시에 LG전자의 주력을 기술력이 아닌 마케팅으로 틀었고, 2008년과 2009년까지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나 기초체력을 무시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천 기술개발보다 마케팅이라는 2차 사용자 경험에 천착한 결과다. 일본의 소니가 2005년 엔지니어의 영혼인 구타라기 겐이 아닌 영국 출신의 미디어 전문가이자 전자 문외한인 하워드 스크링거를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해 파국으로 치달은  것과 비슷하다.

LG전자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2009년 LG전자는 MC사업본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 매출 55조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나 2010년부터 내리막길이 앞에 있었다.  2010년 LG전자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로 떨어졌으며 LG 휴대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로 쪼그라들었고 2012년에는 3.3%로 반토막이 나 버렸다. 2009년 남용 부회장이 교체되며 오너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부임해 MC사업본부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구 부회장의 등판으로 최소한의 반등 가능성은 봤다. 옵티모스 시리즈와 LG G 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하며 늦었지만 스마트폰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출시 시즌인 2분기와 3분기 반짝 흑자를 기록하다 나머지 분기에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는 일이 반복됐으나 'G 시리즈'라는 확실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MC사업본부는 연간 영업이익 3100억원으로 돌아섰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의 위기는 '체질개선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이후부터 이어진 위기는 'LG전자 스마트폰 역량이 시장에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다소 절망적인 전제가 깔린다. 2015년 조준호 사장이 부임하며 삼성전자와 애플로 고착화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하반기 라인업 고착화가 늦었다. LG전자는 상반기 G 시리즈를 확립해 상반기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성했으나 하반기 라인업 확립에는 시간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애플이 정식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시기가 하반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 LG전자는 V 시리즈를 하반기 라인업으로 고착화하는데 성공했으나 그 전에는 '플렉스'와 '프로'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대목'으로 꼽히는 하반기 전쟁에서 확실한 킬러 브랜드를 오랫동안 내세우지 못했다.

지나친 기술 천착도 문제였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력은 경쟁사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LG G4는 무리한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설득시키지 못했고, LG G5는 모듈식 스마트폰이라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으나 복잡한 사용자 경험만 야기한다는 비판만 받았다 .

 LG전자는 올해 LG G6와 LG V30으로 기본에 충실하며 멀티 미디어에 집중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미 같은 지점에 집중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타이밍이 늦었다.  기술력이 좋아도 소비자가 원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아쉬웠다는 평가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1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MC사업본부는 1분기 2020억원, 2분기 1540억원, 3분기 4360억원, 4분기 4670억원 손실을 봤다. 올해에는 1분기 2000억원, 2분기 1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반등의 기회를 보나 싶었지만 3분기 다시 3700억원의 적자를 보며 흔들리고 있다. 한때 구글이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 이유다.

한 관계자는 "영업손실액이 조원대로 넘어가는 판국에 내부에서 MC사업본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낮지만 매각 이야기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조준호 전 MC사업본부장. 출처=LG전자

황정환 체제에 달렸다

이런 현실과 스마트폰을 버릴 수도 없는 기업 내 사정 때문에 황 부사장이 진 책임은 막중하다.  그렇기에 LG전자는 신발끈을 단단히  죄고 있다.

우선 지난달 30일 MC사업본부를 황 부사장 체제로 꾸렸다. 이에 앞서 MC사업본부는 6월 수시개편를 단행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탄생한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의 상위단위인 단말사업부를 신설하고  구매 조직을 구매 그룹으로 격상시키는 등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황 부사장이 신설되는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을 겸임하면서 스마트폰과 초연결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연결하며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의 체질 변화에 따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다면, 황 부사장 체제의 MC사업본부는 초연결 플랫폼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시장은 내년 초 나올 LG G7가 일종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로에 선 MC사업본부의 미래에 한국 전자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