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풀러스와 럭시의 불법성을 두고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배달앱 시장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9일 '배달앱, 숙박앱 등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두고 볼 수 만은 없어'라는 논평을 통해 배달앱 업계가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소상공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배달앱이 높은 광고비를 받기 위해 소위 경매형 시스템을 도입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논리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발끈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배달의민족은 전단지 등 기존 광고홍보 수단에 비해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매체"라며 문제가 되고 있는 경매형 광고에서 월 50만원 이상을 집행하는 업체는 전체에서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침소봉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수위를 올렸습니다.

나아가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의 이사진을 둘러싸고 내홍은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며 지난 2015년 6월에는 최승재 회장이 ‘영세가맹점 IC카드 단말기 교체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한 것도 거론했습니다.

사실 모빌리티 분야 취재를 하며 우버 택시와 헤이딜러, 콜버스 등의 이슈를 살폈을때도 마찬가지지만 최근의 스타트업 논란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공포의 대상입니다.

풀러스와 럭시 등 카풀앱 논쟁에서 몰아치는 감정선을 따라가면 택시기사들의 '공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택시기사들은 왜 카풀앱에 공포를 느낄까요? 위법성? 중요한 이슈지만 우리 솔직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택시기사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수익'입니다. '밥그릇만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할 일이 아닙니다. 이건 본능이니까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풀앱이 등장한다고 택시기사들의 '밥줄'이 끊길까요? 최바다 럭시 대표에 따르면 카풀앱 트래픽은 영업시간 내에서 상대적으로 협소한 출퇴근 시간에 급증한 후 다시 잦아든다고 합니다. 카풀앱 사업자들은 이를 두고 "우리는 대중교통의 보완재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택시기사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죠. 위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할 지점은 공포의 트라우마입니다. 제가 만났던 택시기사들은 카풀앱 풀러스와 럭시를 우버 택시의 공포와 오버랩하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너무 맹목적입니다. 그냥 '우버택시=카풀앱'으로 이해하고 '더 생각하기도 싫어, 무서워'라고 말합니다.

당장 카풀앱이 진짜 보완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냉정하게 ICT 문법을 따라가면 글로벌 대기업 우버'택시'와 국내 스타트업인 카풀앱은 체급부터 다릅니다.

그런데 왜 이런 공포 트라우마가 이어질까. 택시업계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 택시기사들은 하루 사납금 최대 14만원을 맞추기 위해 지금도 과속운전, 손님 골라태우기 등을 시도합니다. 시민의 선호도는 낮아지고 있고 처우는 열악해지고 있어요. 택시회사들은 돈을 벌어 지역 유지가 되며, 택시기사들은 어려워지는 삶 속에서 카풀앱을 보고 우버택시라는 절망을 만나는 겁니다. 이런 판국에 택시업계도 카풀앱과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은 속 편한 소리가 됩니다.

▲ 출처=픽사베이

배달앱 시장도 마찬가지에요. 소상공인들은 배달앱이 공포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니까, 당연히 온디맨드 플랫폼 사업자에게 을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깊숙히 들어가면 공포의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등장해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졌나요? 배달의민족은 2015년 8월 이미 수수료 0%를 선언했고 오직 4%의 기업형 업주들만 월 50만원의 광고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기준 배달의민족에 유료 광고를 집행하는 업주 수가 총 4만8710명이라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배달음식 업주(인허가 기준)는 약 25만에서 30만 명에 이릅니다. 배달의민족 광고주는 10명 중 2명이네요. 그리고 현재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전국의 배달업소는 약 18만 개 수준입니다. 이중 유료 광고주 5만 명을 제외한 이외의 많은 배달업소는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배달의민족 앱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들이 진짜 공포스러워해야 하는 대목은 어디인가? 카풀앱 논란과 비슷합니다. 어려워지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해요. 택시기사들이 어려운 것이 신사업의 등장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그 공포의 근원을 기존 사업구조에서 찾아야 하듯이 소상공인들도 왜 자신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지 냉정히 판단해야 합니다. 배달앱 때문에? 우리나라 자영업자 실태를 보면 2015년 기준 107만명이 참업했고 74만명이 폐업했습니다. 이들의 슬픔에 배달앱의 지분이 많을까요? 오히려 배달앱에 월 50만원 이상 집행하는 같은 오프라인 대형 업주의 경쟁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요? 나아가 좋아지지 않는 경제상황, 내수시장에 대한 고찰도 필요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공포를 부추기는 사람들입니다. 카풀앱과 배달앱이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에요. 업계 종사자들에게 나름의 공포가 됩니다. 그러나 카풀앱과 배달앱에 공포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왜 지금 자신들을 더욱 현실적으로 조이는 진짜 공포를 모르고 있을까요? 카풀앱에는 두려워하면서 발전이 정체된 택시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지 못하고, 배달앱이 무서워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경제상황 등등의 변수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일순위로 걸러내야할 사람들은 '잘못된 방향으로의 공포를 조장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려는 이들'입니다. 공포를 조장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그래야 자신들에게 개혁의 철퇴가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이제 제발, 그만하라"

갑자기 생각나네요. 장병규 4차산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카풀앱 논쟁으로 현장의 스타트업이 위기에 처했다. 규제 개혁과 강화의 판단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질문에 "반대한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나아가 "스타트업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스타트업은 자주 망한다. 내가 해봐서 안다"고 부연했습니다. 분명히 맞는 말이고 교과서적인 답변입니다. 다만 이런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거,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같은데...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