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정기인사를 마치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지난 3분기 10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여전히 높은 수익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모바일 시대의 핵심 플랫폼인 스마트폰 시장 장악을 위한 두 회사의 진용도 새롭게 구축되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의 IM부문에 고동진 사장이 임명됐고 '추격자' LG전자는 조준호 사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황정환 부사장 시대를 맞이했다.

미스터 갤럭시, 고동진 사장
지난 10월 31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60대의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체제를 50대 김(K)기남-김(K)현석-고(K)동진 3K 체제로 변환했다. 스마트폰의 IM부문만 보면 '미스터 갤럭시' 신종균 부회장에 이어 고동진 사장이 새롭게 수장에 올랐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2006년 IM부문 해외상품그룹기획장, 2007년 개발관리팀장, 2011년 기술전략팀장, 2014년 개발실장을 역임하며 착실하게 실력을 다졌다는 평가다.

개발실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를 책임졌다. 무선사업부장 데뷔작인 갤럭시S7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호평을 받았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에 의한 단종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으며 브랜드 자체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초 논란이 벌어졌을 때는 '사건을 빠르게 무마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왔으나, 일단 논란이 심해지려는 찰라 빠르게 수습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 갤럭시노트7 발화에 사과하는 고동진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고 사장은 지난해 9월2일 삼성전자 태평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을 사과하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갤럭시노트7을 아껴준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일부 제품에서 배터리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염려를 끼치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글로벌 리콜이 이어지는 가운데 "분기 장사를 날려도 갤럭시를 사랑해준 고객과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1월23일에는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편, 재발방지와 안전장치를 마련해 파문을 수습했다.

▲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발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고 사장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2월 고 사장은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7 현장에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회사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 모바일 언팩 행사에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가 깜짝 출현한 후 나온 말이라 의미가 크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만 국한되지 않고 녹스, 삼성페이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면서 "소프트웨어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단언했다.

삼성페이와 함께 인공지능 빅스비가 고 사장의 발언을 현실로 만들어 줄 마법의 지팡이다. 물론 현재 상황은 썩 낙관적이지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지난달 3일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빅스비 점유율이 12.7%를 기록했으나 2020년 6.5%로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영어와 한국어만 지원되는 한편 잦은 오류와 버그, 안드로이드 종속에 따른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비브랩스 인수와 빅스비 개발을 총괄하던 이인종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뒤로 물러나고 정의석 부사장이 개발총괄을 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빅스비.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도 심상치않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7월부터 9월까지의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834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은 21.2%를 기록했다. 애플은 같은 기간 4670만대를 판매하면서 시장점유율은 11.9%를 기록해 2위를 달렸다. 그러나 이익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8%에 불과한 반면 애플은 69.9%에 달했다.

각 중요 시장을 봐도 안심할 수 없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가 점유율 18.9%를 차지해 18.6%의 화웨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톱5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도 시장도 3분기 기준 26%의 점유율로 아슬아슬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25%의 샤오미에 맹추격을 당하는 실정이다. 미국 시장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팍스 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47%의 점유율을 가져갔으며, 삼성전자는 29%로 2위에 뒤쳐져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해 내년부터 갤럭시 신화 퀀텀점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예상된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해 "아직 기술적 난관이 있다"는 말로 거리를 뒀지만 깜짝 발표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7에서 갤럭시S9을 공개하는 한편, 4인치 갤럭시 스마트폰인 갤럭시S9 미니 공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OLED 영웅에서 LG폰의 희망으로
(주)LG는 지난달 30일 정기인사를 통해 하현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하 신임 부회장의 발탁은 OLED TV로 대표되는 LG전자 가전 경쟁력의 연장선이자, 전문 경영인 우대로 볼 수 있다. 오너가인 구성모 상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는다는 점은 LG전자의 지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정기인사를 단행한 LG전자도 MC사업본부가 'OLED TV 영웅'인 황정환 부사장 체제로 돌아섰다. 황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8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 한 명이며 HE연구소장 출신이다.

현재 MC사업본부는 위기의 연속이다. 한 때 구글 인수설이 증권가에 떠돌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올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MC사업본부 영업손실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임직원 숫자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이번 임원인사에서도 승진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했다.

황 부사장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그는 주로 OLED TV 분야에 몸 담으며 기술격차와 연구개발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사다.

▲ LG OLED. 출처=LG전자

적절한 '야성'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2015년 독일에서 열린 IFA 2017 당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OLED TV의 기술 경쟁력을 두고 으르렁거렸다. 사단은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LG전자 OLED TV의 핵심 기술력인 M+에 의문을 제기하며 벌어졌다.

당시 김 사장은 한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LG OLED TV의 품질 경쟁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당시 황정환 LG전자 TV/모니터사업부 전무는 IFA 2017 공식 지자회견에서 "선의의 경쟁구도를 흐리는 그 발언이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그분의 개인적인 사견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IFA 2015 LG전자 기자회견. 왼쪽이 황정환 부사장. 출처=LG전자

황 부사장은 변화된 MC사업본부의 미래를 이끌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 지난 6월 벌어진 MC사업본부 수시 조직개편에 힌트가 있다.

당시 MC사업본부는 단말사업부와 선행상품기획FD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설된 단말사업부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탄생한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의 상위단위다. PMO를 묶어 통합된 개념이며 단말사업부 신설은 PMO 운용을 통해 셀 단위의 역동적인 조직운영은 가능했지만 각 PMO별로 독립된 조직이 산재해 업무 중첩이 벌어졌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황 부사장이 그동안 단말사업부 총괄로 활동했다. 선행상품기획FD도 신설되어 기존 선행연구소와 함께 본부장 직속으로 배치된 지점은 미래시장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나아가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 핵심부품을 발굴하고, 수익성 창출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구매의 역할 강화를 위해 구매 조직을 구매그룹으로 격상시켰다. CEO 직속 IPD BD를 MC사업본부 산하로 이관하고 명칭을 컴패니언 디바이스(Companion Device) BD로 바꾸기도 했다.

황 부사장의 데뷔작은 내년 상반기 LG G7이다. 아직 구체적인 스마트폰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으나, OLED TV와 가전의 중심에서 활동한 황 부사장의 활약에 앞으로의 MC사업본부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일각에서는 초 베젤리스 디자인에 6인치 4K 디스플레이로 무장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황 부사장이 신설되는 융복합사업개발센터장을 겸임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융복합사업개발센터는 각 사업부문의 제품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유기적인 생태계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LG전자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각오다.

B2B 사업본부가 신설되며 LG전자는 HE사업본부, H&A사업본부, MC사업본부, VC사업본부까지 총 5개 부문제가 확립됐으며 융복합사업개발센터는 MC사업본부와 유기적인 시너지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황 부사장이 MC사업본부를 이끌며 스마트폰을 미래 플랫폼 생태계로 올리는 작업을 벌이는 한편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총괄하며 신사업 DNA를 이식하는 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부터 MC사업본부를 이끌던 조준호 사장은 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표적인 북미통이자 초기 LG 휴대폰 신화의 주역이었으나 끝내 MC사업본부를 적자의 수렁에서 끌어내지 못했다. 그가 인화원장으로 이동하며 황 부사장이 부임하자 MC사업본부장의 직위는 사장에서 부사장으로 강등됐다. 앞으로의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 원톱체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