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영업은 그도안 주로 영업 담당자가 의사를 방문해 대면접촉을 하고 약물에 대한 정보 등 약을 소개하는 대면방식으로 이뤄졌다. 바쁜 일정 탓에 직접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의료진들은 제약사가 선택한 정보만을 영업사원을 통해 습득한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약물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고, 의사들의 온라인 활용도 늘어나면서 기존 제약 영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J,D 등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온라인 영업을 할 계획은 없지만 온라인 정보 활성화가 전세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런 큰 흐름에 계속 저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GSK 한국법인은 지난 14일 보건의료전문가에게 학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메디챗(MediChat)’을 선보였다. ‘메디챗’은 GSK의 보건의료전문가 전용 포털인 ‘헬스닷gsk’ 웹 기반 채팅 서비스이다. 이를 통해 GSK는 국내 보건의료전문가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간단한 채팅만으로 GSK 의약품과 관련된 전문적인 학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기존의 고객센터를 통한 학술정보 교류 절차가 간소화되고, 신속하게 개인화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헬스닷gsk’는 GSK가 제약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해 영업과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오픈한 디지털 정보 교류 플랫폼이다. 이 채널을 통해 국내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약 550페이지에 이르는 GSK의 제품 정보와 질병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 가입자들은 이번에 출시한 ‘메디챗’을 포함해 ▲GSK 웹 기반 심포지엄 서비스인 ‘GSK온에어(On-Air)’ ▲GSK의 제품정보와 질병정보 관련 최신 자료 ▲복약지도 안내서와 질환 FAQ 등 환자교육자료 ▲GSK가 주관하는 국내외 온라인 세미나 ▲Email 뉴스레터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화이자제약이 국내 의료진 대상의 의료 학술정보 플랫폼 ‘메디닥링크(MediDocLink)’를 모바일로 확대시킨 ‘메디닥링크 M(MediDocLink M)’을 출시했다. 메디닥링크는 화이자 에센셜 헬스(Pfizer Essential Health: PEH) 의학부가 질환 중심 학술정보에 집중해 운영하는 의료 학술정보 플랫폼이다. 의료전문가들에게 국내외 최신 의학 정보와 강연 자료를 자막과 함께 제공한다. 메디닥링크 M은 기존 PC 버전으로 제공돼 온 의료 관련 콘텐츠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시켜 사용자인 의료진의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PC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도 메디닥링크에 접속해 시공간 제약 없이 의료 학술 강의와 임상시험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한국화이자제약 화이자 에센셜 헬스 사업부문의 의학부 총괄 권용철 상무는 “의료진들이 변화해가는 의료환경과 의학 정보를 빠르고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모바일 버전의 메디닥링크 M을 출시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의료진들이 임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최선의 방식으로 전달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릴리도 의사와 영업사원 간 대면을 없앤  ‘멀티 채널 마케팅 LillyON’을 실시하고 있다. LillyON은 제약 영업 환경의 새로운 소통 채널로서,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약학 정보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에 기여하고자 개발됐다. LillyON은 ▲시·공간에 제약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제품의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 웹 세미나’ ▲웹 세미나를 다시 볼 수 있는 ‘비디오 리플레이’ ▲다양한 제품 관련 논문과 의약학 정보를 제공하는 ‘메디컬 스퀘어’ ▲한국릴리의 제품 정보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채널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릴리 프로덕트’ 로 구성돼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현재 1000명 가까이 되는 전문가들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기존 대면 영업 방식은 바쁜 진료 시간에 의료진들이 영업 사원을 만나 정보를 접했다는 데 무리가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의료진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MSD는 글로벌 지식 웹사이트 ‘MSD 매뉴얼’을 통해 전문가와 일반인을 위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 세계 300여 명의 의학 전문가가 작성하는 디지털 의학 정보가 담겨있다. 한국MSD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30억 명에 달하는 의료 전문가와 환자에게 현존하는 최신의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 한국MSD는 지난 9월 국내 제약사인 종근당과 함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영업현장에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자누비아 VR 디테일’을 도입하기도 했다.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의료진에게 다양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실제 환자 진료 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의료진이 편리하게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VR기기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키트를 제공했다. 조립된 VR 기기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자누비아 VR 디테일’을 재생하면 신장애 환자, 고령환자, 초진환자 등 다양한 당뇨 환자들이 진료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는 상황이 구현된다. 또 가상의 자누비아 영업 담당자로부터 자누비아 임상 데이터와 기대 치료 효과, 유의 사항 등 당뇨 유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에 대한 정보를 소개 받을 수 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제약 영업·마케팅 현장에서 의료진 대상의 다양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도입하며 기존 마케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점차 확대되는 제품 정보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기법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조사회  디알지디지털(DRG Digital)이 지난 8월 25개 전문분야의 의사 18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업 사원이 의사를 방문할 때 이미 온라인에서 파악한 약물  정보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원격으로 영업사원을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 등 원격 디테일링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의사는 9%에 그쳤지만 35%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디알지디지털  제프 레이(Jeff Wray) 분석가는  “제약사는 의사가 임상 정보를 습득하고, 환자와 공유할 수 있게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제약사는 직접 방문하는 영업 담당자, 디지털을 이용하는 영업 담당자를 둬 제품 프로모션 외 더 깊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