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탓에 생기는 뇌경색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암과 연관된 뇌경색 예후를 알 수 있는 지표(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대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가 남기웅 공중보건의·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암과 연관된 뇌경색의 예후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바이오마커란 단백질이나 DNA, RNA(리복핵산), 대사 물질 등 특정 인자를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바이오마커가 발견되면 특정 질환을 진단하는 데 용이하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뇌경색은 뇌에 있는 혈관이 막혀 해당 부위의 뇌의 일부가 죽는 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2년 52만9181명에서 지난해 57만3380명으로 8.4% 가량 증가했다.  

뇌경색이 원인이 된 비율은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85%를 차지했다. 주로 동맥경화증, 동맥염 등으로 혈관벽에 찌꺼기가 생기거나 혈액이 응고되면서(혈전) 혈류장애가 발생해 발병한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3위 안에 드는 뇌졸중의 주요 원인이다.

암’이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암 환자들에게서 혈액이 끈적해지는 응고기능 이상이 생겨 혈전색전증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웨일 코넬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에서 6개월 동안 허혈성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비(非)암환자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경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에 “여러 임상 연구 결과 암에 의해 생긴 뇌경색은 치료 예후가 좋지 않고, 약물 반응도 떨어진다”면서 “따라서 암이 원인이 된 뇌경색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0여명의 암과 연관된 뇌경색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암이 원인이 된 뇌경색은 이형접합체(D-dimer)가 증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러한 증가는 뇌경색 재발을 유발하며, 수개월 후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접합체는 피가 응고될 때 나타나는 부산물을 말한다. 이형접합체는 보통 탈수가 심하거나 고지대로 올라갔을 때 점차 공기 중 산소농도가 떨어지면서 동맥 혈액에 녹아든 산소가 줄어들 때 발생한다.

▲ (왼쪽부터) 고대구로 신경과 김치경 교수, 남기웅 공보의 출처=고대구로병원 제공

리바록사반 등 최근 새롭게 개발된 경구 항혈전제의 치료 효과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항응고제 ‘저분자량 헤파린 주사제’와 효과가 비슷하고, 피하에 주사해야 하는 주사제에 비해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반대로 급성 뇌경색에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 치료가 암으로 인해 발생한 뇌경색에서는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발견됐다. ‘정맥 내 혈전용해술’은 뇌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여 뚫는 치료법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 환자의 뇌경색 발병을 예측해 이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치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차후 지속적인 연구로 뇌경색을 동반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보다 나은 치료법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