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강국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에서 매년 집계하는 ‘보건의료의 질 (Health Care Quality Indicators)’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직장암 발병 후 5년간 생존하는 비율이 71%로 OECD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뇌졸증 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은 3.9%, 복부 수술 후 패혈증 발생률은 0.38%로 OECD 최저 수준이다.

의료비용도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시장조사기관 ‘RNCOS’에 따르면 '심장우회술 (Heart Bypass)’은 미국의 20%, ‘무릎관절대치술 (Knee Replacement)’은 50% 가격에 받을 수 있다. CT와 MRI를 활용한 건강검진 비용도 평균 54달러로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높은 의료 수준과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인기 의료관광대상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기준 연 36만명의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이를 통한 수익은 8천 6백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8년동안 방문객 수는 연 평균 29.3%, 진료 수익은 연 평균 48.2% 성장했다.

2016년에는 러시아의 의료관광 대상국 3위로 부상했는데, 연 2조원 규모의 의료관광시장에서 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위는 독일, 2위는 이스라엘이며, 이제는 세계적인 의료관광강국들과 경쟁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의료의 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술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우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한 가지 우리가 뒤쳐지는 분야는 ‘투명성’이다. 독일의 경우 병원의 진료 비용을 외국어로 상시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외국인이 지불하는 의료비가 합당한 지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먼 타지까지 날아가서 예상치 못하게 ‘바가지’ 쓰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한국 의료관광산업도 ‘바가지’ 요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바가지 요금의 근원은 의료 관광을 알선하는 불법 브로커들이다. 의료비용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간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수수료를 챙겨왔던 것이다. 간혹 높은 비용을 지적하는 외국인에게는 체류 기간 중 숙박, 공항 픽업 서비스 등을 모두 해결해준다는 핑계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16년 3월부터 서울 의료관광 홈페이지에서 협력 의료기관별 주요 진료비용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기는 했지만, 위반에 따르는 처벌이 미약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했다. 이에 중국 등 의료관광객이 많은 국가들에서 ‘한국 의료관광 반대서명’까지 일어났을 정도로 신뢰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15일,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 수수료가 진료비의 최대 30%로 제한하는 ‘외국인환자 적정 유치 수수료율 고시’를 시행했다. 이번 고시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은 15%, 병원 및 종합병원은 20%, 의원 30% 상한을 적용받게 되었으며, 이를 어길 시 유치의료기관 및 유치업자의 등록을 취소하고 적정 수수료를 초과하여 받은 금액만큼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권고’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관광산업’은 ‘의료,’ ‘관광,’ ‘산업’ 세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의료’와 ‘관광’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신뢰’이다. 이번 고시로 우리가 필요한 ‘의료관광산업’의 마지막 경쟁력 ‘신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