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을 주도했던 이덕훈(68 )전 한국수출입은행장에 대해 뇌물혐의를 적용, 수사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혐의의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에서 이 전 행장 재직기간에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자료를 요구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이달 초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전 행장의 측근인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 김 모(60)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김씨를 대기업 계열회사 고문으로 취직시키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 고문을 맡아 매달 500만원씩 등 3년 동안 약 2억원을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뇌물수수죄인 만큼 검찰이 김씨가 받은 자문료가 이 전 행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김씨의 주요 혐의가 고문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법 위반`이고 뇌물죄는 부수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행장이 현재 재직 중이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전 행장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수출입은행에 대해 임의로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은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소재 한 변호사는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이 전 행장이 김씨를 고문으로 취업시키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것과 김씨가 받은 급여가 이 전 행장에게 흘러간 것 외에 해당 대기업과 이 전 행장의 직무 사이에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며 "순수한 배려차원에서 입사를 추천한 것이라면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전 행장이 돈을 받지 않았어도 수사 결과에 따라 제 3자 뇌물죄가 성립될 수도 있는데, 역시 대기업에 대해 대출 편의 등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만약 이 전행장이 500만원 중 일부를 받았다면, 김씨는 뇌물을 받는 통로 역할을 했으니 단순수뢰죄(형법 제129조 제1항)가 성립될 여지가 있을 것이지만, 이 역시도 아직 밝혀진 게 없다"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형법 제130조)는 짜 맞출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500만원이 다른 고문료와 비교하여 합당한 것인가도 관건이기는 한데, 김씨의 능력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라면 그것도 문제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