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무엇일까요?” “새끼손가락 거는 거, 약속.” 광고화면은 이젤 캔버스에 있는 빨간색 로고를 클로즈업하며 묻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TV광고가 최근 자주 나옵니다. 한 기업이 CI(Corporate Identity) 하나인 로고를 새롭게 변경하며 방영하기 시작한 기업광고입니다.

CI는 기업의 얼굴입니다. CI를 넓게 보면 MI(Mind Identity), VI(Visual Identity), BI(Behavior Identity) 등으로 나누고 유형도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최근 CI를 변경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이름, 로고, BI(Brand Identity) 정도로 한정해서 보겠습니다. 이런 CI 변경에는 기업의 모습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결의가 있습니다. 즉, 새로운 스토리가 담겨 있고, 새로운 브랜드 철학과 전략이 내포되어 있는 셈이죠. 

 

# 새 로고에 새 스토리를 담다 : 롯데, 코스맥스

“이것은 무엇일까요?”, “새끼손가락 거는 거, 약속.” “친구랑 노래할 때, 음표.” “기다랗게 늘어진 실과 바늘.” 이것은 지난 10월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설립하면서 새롭게 제작 발표한 CI 로고의 광고 내용입니다. 새로 만든 로고는 롯데의 영문표기 ‘LOTTE’의 알파펫 ‘L’을 소문자 필기체로 쓴 형태이며,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광고 ‘친구편’에서는 약속을 하는 새끼손가락처럼 보였고, ‘아이편’에서 아이들은 친구랑 노래할 때 보던 음표라고 하며, ‘노부부편’에서는 실과 바늘이라 합니다. 그리고 나레이터는 “함께 하는 친구 롯데”라고 다정하게 말합니다. 

▲ 롯데지주 CI 

지난 11월 8일 CI를 변경한 화장품 ODM 전문 기업 코스맥스의 새로운 로고에는 ‘Spirit of 3 Apples’ 스토리가 담겼습니다. 바로 인류의 역사를 바꾼 세 개의 사과 이야기가 코스맥스의 상징입니다. 인류에게 선과 악을 가르친 이브의 사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전하게 한 뉴턴의 사과, 트로이 왕자가 아프로디테에게 바친 아프로디테의 사과입니다. 그래서 3개의 사과와 반지를 형상화해 ‘바름, 다름, 아름의 약속을 연결해 지킨다’는 의미를 새 로고에 담았답니다.

▲ 코스맥스 CI 

 

# 새 이름에 철학과 비전을 담다 : 동부, 알리안츠

지난 11월 1일, 동부그룹은 DB그룹으로 그룹 이름을 바꿨습니다. 새 이름 ‘DB’는 ‘동부’(DONGBU)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이며, ‘Dream Big’. 즉, ‘큰 꿈과 이상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저축은행,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라이텍, (주)동부 등 계열사들은 각각 DB손해보험, DB생명, DB금융투자, DB저축은행, DB하이텍, DB메탈, DB라이텍, DB Inc. 등으로 이름이 변경됐습니다.

▲ DB그룹 CI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8월 1일에 ‘ABL생명보험주식회사’로 사명을 공식 변경했습니다. 새로운 사명 ‘ABL생명’은 ‘당신과 함께 하는 더 나은 삶(With You For A Better Life)’이라는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A, B, L을 ‘A Better Life’로 풀었습니다. 또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핵심가치로 ‘배려(Caring)’, ‘든든함(Solid)’, ‘전문성(Professional)’, ‘스마트(Smart)’, ‘선진(Advanced)’을 제시했습니다.

▲ ABL생명 CI

 
# 새 CI, BI에 새 전략을 담다 : 삼립식품, 동원F&B

삼립식품은 지난해 11월 창립 71주년을 맞아 SPC그룹과 일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삼립식품’에서 ‘SPC삼립’으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SPC삼립은 삼립식품이 보유한 ‘전통’과 ‘신뢰’의 이미지에 SPC그룹이 가진 ‘젊음’, ‘글로벌’의 이미지를 더해 시너지를 높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CI는 ‘행복’을 콘셉트로 미소 짓는 입 모양과 정성을 담는 그릇,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SPC그룹의 CI에 영문 ‘SAMLIP’을 표기했습니다. 올 9월에는 제품 적합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신규 BI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SPC삼립 CI

지난 11월 14일에 동원F&B는 프리미엄 유가공 제품 브랜드 ‘덴마크밀크’와 ‘덴마크치즈’를 통합해 단일 브랜드 ‘덴마크’로 개편하며 BI(Brand Identity)도 변경했습니다. 동원F&B는 BI 개편 작업과 함께 다양한 신제품 개발, 유통망 확대, 품질 강화 등을 통해 올해 브랜드 매출을 성장시키고 향후 1조원 규모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새 BI 로고는 신선함을 강조한 파란 색상에 브랜드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탄생 연도인 1985년을 표기했습니다.

▲ 동원F&B 덴마크 BI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기업에서는 로고, 이름, BI, 등 CI 변경을 통해 그 ‘새로움’을 보이려 합니다. 즉, 기업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모습의 새로움’을 통해 ‘기업의 새로움’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새 부대’보다 ‘새 술’이 먼저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