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일자리’와 관련된 이야기 한 토막이다.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3급 보좌관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매 회기마다 입법부의 위상 강화와 행정부의 협조를 위해 3급 보좌관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던 터였다. 그러나 3급 보좌관 제도에는 두 가지 논쟁거리가 있었다.

우선 ‘공채가 아니라 4급 보좌관을 7년 이상 근무해야만 승진 형태로 3급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외부에서 15~20년 이상 전문성을 쌓은 법조인, 경제인 등에게는 3급 보좌관이 개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다른 논쟁거리는 ‘지금도 4급 보좌관은 행정부처 실ㆍ국장에 맞먹는 위용을 과시하는데 3급 보좌관이 도입되면 부처 차관과 맞먹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공무원 사회가 반발할 수도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3급 보좌관’ 제도는 또 없던 일로 됐다. 국회는 의원 1명당 8급 비서 직원 1명을 더 늘리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큰 일을 이루는 데 공헌한 사람에게 자리를 내 주는 것을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논공행상이 지나치면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내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을 하게 된다. 공공 분야의 비중이 큰 한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3급 보좌관 제도는 직급 정체가 심한 입법부가 자기들 살겠다고 내 놓은 고육지책으로 욕먹기 딱 좋은 시스템이었다.

농업계에도 ‘3급 보좌관’ 제도처럼 욕을 먹고 있는 제도가 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에 있는 여러 기관장들 이야기다. 서로 기능이 비슷비슷해 보이는 여러 조직들이 19조 예산을 나눠 쓰는 모양새가 농업 분야 기관들의 현 주소다. 농업 현장에서 정부 기관의 역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조차도 낭비라고 주장한다. 실장ㆍ국장 경력을 마친 후 갈 곳 없는 농식품부 고위 관료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위인설관’이라는 맥락이다.

대중들이 공공 비대화를 욕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자리를 늘린 만큼 밥값을 할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농업계는 공공에 대한 불신이 높다. 공적 지원금이 생태계를 좌지우지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농업계가 가장 불신하는 상대가 공공기관이라는 맥락이 퍽 역설적이다.

기왕 늘어난 일자리는 줄이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일자리들을 또 없앨 고민을 할 게 아니라 생산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 일자리는 일반 기업 일자리와 달리 인건비만 고려할 수 없다. 자리에 앉은 사람이 활용하게 될 자원인 예산과 권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비록 위인설관으로 늘어난 자리지만 그 역할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지금 농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장 중심 행정이다. 십 수년 동안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이 개발됐지만 농촌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농업계 공공기관의 책임자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할애해서 현장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의 위임도 필요하다. 자리가 늘어날수록 거쳐야 하는 결재 라인과 절차가 늘어난다면 그 자체로 비효율이다. 관계자들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인사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일자리만 늘리게 되면 그 자체로 거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