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지진이 포항을 덮치자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진 트라우마는 심각한 외상 사건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겪은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 중 하나이다. 여기서 심각한 외상 사건은 죽음이나 신체 손상을 초래하는 전쟁, 자연 재해, 사고, 폭격 등을 포함한다. 과연 이를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여진 여파로 불안, 불면 증세 나타나
의료계에 따르면, PTSD가 발현되면 해당 사건을 꿈이나 기억 등을 통해 재경험하고, 쉽게 예민해지며, 불면증이 지속되는 등의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 심각하면 공황장애나 발작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지진 트라우마 증상도 이와 같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포항 지역에서는 “누워만 있어도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더 큰 지진이 올까봐 잠을 잘 수가 없다”,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구토를 한다” 등의 신체적, 정신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지진 발생이 적은 한국에서 강진이 발생했고, 계속해서 여진이 발생해 지진에 대한 공포가 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기영 부산대 교수팀이 지난해 11∼12월 지진이 발생한 경주시민 27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0.9%가 PTSD 고위험군에 해당됐다. 이 교수는 “경주시민들은 잦은 여진으로 상상 지진과 같은 불안·공포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음주·흡연하면 불안감 키울 수 있어 …보건당국 ‘심리지원단’ 운영
지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안감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통해 최대한 일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듣고 현재 상황을 파악해 과도한 불안이나 걱정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 지진을 겪은 사람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불안감과 불면으로 음주와 흡연에 의존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지훈 교수는 “여진이나 새로운 지진의 불안감으로 과음을 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 그러나 음주를 하면 여진 발생 때 대응이 늦을 수 있고, 여러 정신·신체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음주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흡연은 두려움과 관련된 기억들을 억제하는 뇌의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학 메디컬센터 신경과 전문의 얀 하커 박사(Dr. Jan Haaker)는 7월 발표한 한 연구에서 “담배 연기에 함유된 화학 물질이 공포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진으로 불안과 불면증 등 정신적 외상을 겪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포항 현장 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진 이후 △잠을 못자는 증상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증상 △멍하고 혼란스러운 증상 △두통, 소화불량, 어지러움, 두근거림 증상 △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 지원단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