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시장 점유율 1등 삼성전자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냐'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력한 투자를 통해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 대세지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17일 올해 세계 반도체 업체의 시설투자 규모는 908억달러(100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당초 전망치보다 약 25% 상향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약 260억달러를 투입해 전체 투자액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격적인 시장투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는 영업이익 91억670만달러(9조9600억원), 매출 182억420만달러(19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시설투자는 총 10조4000억원(95억1000만달러)이며 반도체에 7조2000억원(65억84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시장 점유율 1위다. 10나노급 D램을 적용한 64GB 이상 고용량 서버 D램, LPDDR4X 등의 제품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으며 평택 단지에서 64단 3D V낸드를 본격 양산하면서 고부가, 고용량 메모리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기술과 양 모두 거침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삼성전자가 강력한 시설투자를 감행, 일종의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IC인사이츠의 분석이다.

변수도 많다.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수요와 공급이 적정수준에서 조율되고 있으며, 서서히 수요가 늘어나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을 펴며 시장을 필요이상 가열시키면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낸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생산투자가 시장에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증가가 기업의 투자확대와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구도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무리하게 성장과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것 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IC인사이츠도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이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지만, 이후 당국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내수시장 수요를 중심으로 대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