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경찰·수사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최근 TV에서 한 수사물을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발견된 노숙자의 신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 부검하는 장면에서 사체의 치아를 확인하고는 노숙자가 아님을 단정짓는 부분이 나온다.

남루한 행색과 며칠은 씻지 않은 듯한 악취 등으로 인해 모두들 당연히 노숙자라고 생각했지만, 검시관이 노숙자의 입을 벌려 치아를 살피면서 치아가 가지런하고 하얗게 미백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중산층’ 사람일 것으로 추측한다.

이 장면을 보고서 미국인들의 치아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됐다. TV에 나오는 한국 연예인들은 마치 페인트로 칠한 듯이 새하얀 치아와 반듯반듯한 치열을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가지런한 치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때로는 삐뚤빼뚤한 치열에 종종 덧니가 있는 사람도 있다.

새하얀 치아를 가질 수 있는 미백이 많이 일반화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치아 미백을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가지런한 치열과 새하얀 치아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치아 교정과 치아 미백에 투자를 한다.

특히 배우나 가수 등 TV에 얼굴을 비추는 사람들은 더더욱 치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다분히 미국적 현상이다 보니 종종 치열이 고르지 못한 영국이나 다른 국가의 연예인들을 보면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영국 코미디언 릭키 제바이스는 치열이 고르지 않고 특히 송곳니는 드라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뾰족하고 긴 데다 약간 노란색을 띄고 있다.

미국 기자가 릭키 제바이스에게 “극중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 가짜 치아를 끼고 다니는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제바이스는 “내 치아는 진짜 내 것이다. 가짜 치아를 내가 매일 여태까지 끼고 다녔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질문을 했던 기자는 제바이스처럼 치열이 엉망이고 하얗지도 않은 치아를 가진 연예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제바이스는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완벽한 치아에 집착하는 것이 놀랍다면서 유머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영국은 조금씩 크기가 다른 치아와 본래 치아의 색깔인 크림색의 치아를 아름답다고 여기고, 할리우드 스타처럼 하얗게 미백한 치아를 가진 사람들은 놀림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완벽한 치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은 단순히 치열뿐만 아니라 색상, 크기까지 맞춰서 다른 이에 비해서 끝이 뾰족하거나 크기가 작은 치아는 치아 윗면을 덧씌우는 라미네이트 작업을 해서 모든 치아가 가지런하고 사이즈도 모두 같게 보이도록 만든다.

미국의 10대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여드름과 치아 교정기를 꼽는다.

여드름이야 어쩔 수 없지만 치아에 딱히 문제가 없어도 ‘완벽한 할리우드 스마일’을 갖기 위해서는 고른 치아배열은 필수적이라서 치아 교정은 빼놓지 않는 과정이다.

치과에서 받을 수 있는 화학약품이나 UV레이저를 이용한 치아 미백은 정기적으로 받아서 하얗고 환한 미소를 유지한다. 미국인의 35%는 하얀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면 후식을 먹지 않겠다고 답변할 정도로 환한 미소에 집착했다.

물론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면접 지원자를 노랗고 치아 배열이 고르지 않은 지원자보다 선호하고 채용하겠다는 일반적인 인식도 완벽한 치아에 대한 집착에 일조했다. 심지어 약 38%의 사람들은 치아 배열이 고르지 않은 사람과는 데이트도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미용 목적 치아 치료의 시장이 무려 275억달러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