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서 응급실에 갔는데, 병원 측에서 ‘내일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라’ 했어요”, “복막투석 때문에 수학여행에 제가 따라갔어요. 밤에 투석을 하는데 이상이 생겼는지 잘 안 되는 거에요. 근처에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의료진에게 전화를 하고, 제가 수습했어요”

소아 만성신부전 환자 부모들의 애끓는 호소다. 소아·청소년 신장 투석 환자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소아신장학회 하일수 이사는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대한신장학회, 대한소아신장학회 주최로 14일 열린 ‘투석환자의 관리체계 구축 및 건강권 증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소아 만선신부전 환자 실태에 대해 “전국에 분포된 소아 투석 센터가 적어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성콩팥병은 지속해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콩팥 기능은 한 번 나빠지면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투석치료나 이식수수을 필요로 하는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신대체요법(이식, 투석) 환자수는 지난 30년간 34배나 증가해 현재 10만명에 이른다. 투석환자는 심혈관계 질환, 감염 등의 합병증으로 암환자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으며, 환자당 연간 투석비용도 약 3000만원에 이른다.

▲ 하일수 이사 출처=대한소아신장학회 제공

소아 신장 투석 전문  의료진 전국 50여명
콩팥 이식을 하면 대부분 일상생활을 정상으로 할 수 있지만, 뇌사자의 콩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말기 신부전에 이른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성인에 비해 오랜 기간동안 정기로 투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환자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소아청소년의 혈액투석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몇 곳 되지 않는다.

하일수 이사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성인보다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적어서 관심 받지 못했다”면서 “소아청소년 환자수는 성인의 약 1000분의 3 수준이며 15세 미만 환자는 150명 미만이다.  의료수익성이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소아신장전문의는 전국에 50여명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 이사는 이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센터도 고양, 서울, 성남 등 13개 도시에 분포돼 있으며, 10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센터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6개 도시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하 이사는 “뇌사자 기증자를 기다리는데 4~5년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이어서 소아 만성신부전 환자는 상당수가 투석을 하고 있다”면서 “약 40%만 이식을 받고 60%는 투석을 받는다. 그러나 소아 전문 투석센터와 의료진이 적어서 먼거리로 투석을 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투병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와 부모, 가족들은 신장 이식을 받기 전까지 육체, 정신, 경제상의 간병 부담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소아 투석은 성인보다 위험하고 합병증이 많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장기이기 때문에 정서, 심리, 사회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숙련되고 경험있는 의료진과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집중해서  환자를 돌봐야 하지만 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치료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 이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적은 환자수 탓에  소아 투석을 위해 특별 제작된 기자재 구입도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사용도 제한적이다.

그는 “외래 소아 투석 수가는 성인과 동일하다. 기존 소아 전문 투석 기관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투석실을 없앨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아의 뇌사자 신장 이식률 감소…정부 “소아 투석환자 지원할 것”

소아청소년 환자가 적기 때문에 소아 투석 전문의 수를 늘리거나 전문 센터를 세우는 것은실제로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으로는 신장 이식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성인의 뇌사자 신장 이식률은 2004년~2006년 20.6%에서 47%로 증가하는 반면, 소아의 경우 같은 기간 34.1%에서 30.5%로 감소하고 있다.

▲ 강희경 교수 출처=대한소아신장학회 제공

대한소아신장학회 강희경 총무이사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소아 대기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성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인보다 질병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성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난 6월 국내에서도 국제 수준에 맞는 뇌사장기 분배 기준을 제안했지만 부결됐다”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이식을 받지 못하는 환자는 어쩔 수 없이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는데 받을 수 있는 센터도 적다"면서 "복막투석 치료의 질을 높이고 보호자 간병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재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먼 거리에 있는 의료진이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아는 투석이 어렵고 합병증이 많은 만큼 집중적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소아투석 수가를 신설하고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통령 과장 사진=유수인 기자

이에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소아 환자 치료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 소아 중환자에 대한 수가가 인상됐고, 소아재활, 소아당뇨 등의 인프라 확풍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 “치료에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소아 투석환자에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통령 과장은 “또 수요가 없어서 소아 관련 치료재료의 공급이 중단되는 것을 막는 차원의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면서 “향후 학회와 긴밀하게 논의해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