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채굴기 숫자 증가로 국제유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기준) 하락했다. 그럼에도 주간 기준으로는 유가는 2%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이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 재연장을 논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탓에 국제유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산합의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가상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투쟁을 통해 실권을 장악하고 앙숙관계인 사우디와 이란이 레바논을 두고 갈등 조짐을 보이는 등 중동 불안으로 유가 오름세는 다가오는 주에도 이어지면서 미국산 셰일오일 역풍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와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주 2%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북해산 브렌트유1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엔 0.6%(41센트) 하락한 배럴당 63.52달러로 장을 마쳤고 WTI 12월 인도분도 0.8%%(43센트) 내린 배럴당 56.74달러로 장을 끝냈다.

이는 같은 날 미국의 가동중인 원유채굴장비 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유전정보업체 베이커휴즈는 지난주 가동중인 원유채굴장비 수가 전주보다 9개 늘어난 738개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1년 전에 비하면 286개 늘어난 것이다.

원유채굴장비가 늘어났다는 것은 곧 산유량이 늘어 시장에 나올 물량이 증가할 것임을 예고해 유가가 내린 것이다. 이미 미국의 산유량은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8일 전주 원유생산량이 962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원유채굴 장비가 늘었으니 다음주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시장은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유가는 이날 하락마감했지만 원유가는 주간 기준으로는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2%, WTI는 2.3% 상승했다. 두 유종은 주간 기준으로 5주 연속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을 본다면 국제유가는 셰일오일에 대해 면역이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국제유가가 다가오는 주에도 상승세를 탈 것이냐에 집중된다.

실제 유가가 오를지는 귀신도 모르겠지만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원유시장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11일(현지시각) “한주 더 상승할 궤도에 올라 있다”면서 사우디의 권력 다툼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우디의 왕좌다툼은 지난주 내내 유가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정적인 왕족과 기업인 등을 부패혐의로 체포했다. 원유 분석가들은 “OPEC이 감산합의를 연장할 확률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그룹의 대니얼 하인즈 원유 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에 “공급차질 가능성은 낮은 반면,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에 대해 좀 더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사우디 역시 12월에는 수출량을 하루 12만배럴 줄이겠다고 공언해놓았다.

그렇기에 감산합의 재연장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원유가 지지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약한 빈 살만 왕세자가 문자 그대로 권력을 장악한다면 불문가지다. 또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지지의사를 피력했다.

사우디는 또 OPEC 회원국인 이란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9일 레바논에 체류중인 자국민들에게 “친이란 무장 정치조직 헤즈볼라의 공격표적이 될 우려 가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레반논을 출구하라”는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 친 성향 사아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지난 4일 사우디에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앞세워 간섭하고 암살 위협을 했다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고 이란은 사우디 탓으로 돌렸다. 앙숙 관계인 두 나라가 불화가 2015년 예멘 대리전으로 나타낸 데 이어 레바논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사우디와 이란 두 나라의 산유량은 하루 1400만배럴로 OPEC 산유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산유국이 군사충돌을 일으킨다면 산유량 감소와 공급차질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그렇기에 원유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한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저런 일로 공급이 일시 차질을 빚었으나 사우디와 이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윈체서트에있는 전략에너지경제조사연구소의 마이컬 린치 대표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 “정치적 리스트 대부분은 소규모였다”면서 “사우디와 이란을 논하면 투자자들의 동물적 감각이 살아나게 한다”고 말했다.

나스닥의 원유분석가인 타마르 에스너는 블룸버그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공급 리스크는 없다”면서도 “그 지역은 생산이 하도 밀집한 터라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값을 올리려는 욕망을 키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