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9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영업이익 474억원, 매출 515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분기 매출 기준으로  사상 최대실적이며 영업이익도 2015년 1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3분기 연결 매출은 광고, 콘텐츠, 커머스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32%, 전분기 대비 10%가 증가해 몸집을 불렸다.

카카오가 고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현재의 성과를 미래의 영속적인 비전으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만 봐도 네이버가 3분기 영업이익 3121억원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보여주는 최근의 행보는 글로벌 ICT 업계, 특히 눈부시게 발전하는 중국 ICT 업계와 묘한 교집합이 보여 눈길을 끈다.

▲ 임지훈 대표. 출처=카카오

거침없는 임지훈 대표 행보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최근 기자들에게 공개한 T500 회의에서 자기의 독특한 경영철학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부임한 직후 외부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나 당장의 성과가 없다면 내실을 다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 성과가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광고 플랫폼 매출은 1515억원을 기록했고 비수기임에도 플러스친구, 알림톡, 브랜드 이모티콘 등 카카오톡 기반 광고 상품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성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9% 성장했다.

콘텐츠 플랫폼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한 2615억원을 기록했다. 게임 콘텐츠 매출은 검은 사막의 꾸준한 해외 시장 선전과 음양사 출시 효과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9%,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939억원을 기록했으며 뮤직 플랫폼은 자회사 로엔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이며 전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28% 성장한 1221억원을 기록했다.

기타 콘텐츠 매출도 카카오페이지의 국내 일평균 거래액이 5억원을 돌파하고 일본에서도 1억원을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전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87% 성장한 455억원을 기록했다. 기타 플랫폼의 경우 전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커머스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한 1024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비상은 다양한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책임경영, 임지훈 대표 체제 강화, 사업부 분사로 대표되는 핵심 경쟁력 제고다. 카카오는 올해 여러차례 핵심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한편 '평균주가가 200% 이상을 기록한 경우에는 2년 후 전량 행사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연임에 성공한 임 대표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이를 중심으로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임 대표 중심의 조직체계가 완성됐다. 카카오는 공동체성장센터를 신설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던 송지호 대표를 센터장으로 임명해 계열사 시너지 역할을 맡기는 한편 카카오페이, 포도트리,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연이어 분사시켰다. 알리페이와 협력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월 기준 2000만명 가입자를 돌파했으며 포도트리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포도트리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포도트리가 지난해 1250억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한 상태에서 카카오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를 카카오 콘텐츠 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 콘텐츠 사업 전권을 맡겼다. 성과는 즉각적이다. 지난해 4월 처음 일본에 진출한 카카오재팬의 웹툰 서비스 픽코마는 카카오페이지의 킬러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일본 상장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 T500 회의. 출처=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도 정주환 대표의 지휘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모바일 택시 호출앱 카카오택시의 전면 업데이트와 리브랜딩을 통해 카카오 T를 출시했다 . 카카오 T는 택시,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으로 선보일 모든 이동 서비스를 망라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기존 각 앱에서 제공하던 택시 호출(카카오택시), 대리운전 호출(카카오드라이버), 내비게이션(카카오내비), 카카오 T 주차 기능을 모두 카카오 T 하나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사업부 분할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세심한 개입보다 각 사업부가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하거나 커다란 화두를 던지는 방식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도 고무적이다. 물론 카카오가 인공지능 기업은 아니다. 김범수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브레인, 사내 인공지능 조직이 별도로 움직이는 한편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까지 출시했으나 핵심은 카카오톡의 플랫폼 사업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핵심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 카카오 T. 출처=카카오

서비스의 국내 지향 극복해야

카카오의 서비스는 철저하게 국내 지향적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고 노력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패스 모바일을 인수하고 송지호 대표까지 현지로 갔지만 별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에서 픽코마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중국과의 콘텐츠 협력 성과는 나름 고무적이다. 카카오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임지훈 대표는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먼저 두각을 보이자는 각오"라고 말했다. 실제로 픽코마가 일본 콘텐츠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사실이 알려진 당시 일부에서는 중국 진출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현재 카카오는 텐센트와 함께 콘텐츠 제휴를 통한 협력에 나서고 있음이 새삼 확인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카카오의 방향성이 글로벌 ICT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파벳이 사업부를 분사해 각 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 가장 극적이다. 네이버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으나, 카카오는 확고한 방향성에 더욱 선명한 기조를 보인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글로벌 ICT 업계에서 부활하기 시작한 샤오미와도 묘한 교집합이 있다. 샤오미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렸으나 지난해 부진에 빠지며 큰 위기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을 넘어 자전거, 공기청정기, 웨어러블 등 다양한 사업군에 무리한 확장을 시도한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당장이라도 말할 것 같은 기업으로 묘사됐었다.

현재 샤오미는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며 톱5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인도 시장에서는 점유율 2위를 기록해 점유율 1%p 차이로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유아이를 중심으로 운영체제 퍼스트 정책을 수직계열화로 수렴하는 방식도 보여주며 '만물상 본능'도 보여준다.

카카오도 생활밀착형 O2O 기업을 표방하며 초기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 골목상권 침해나 경쟁력 약화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인공지능까지 '도구'로 만드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며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삼아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며, 생활밀착형이라는 키워드는 모든 산업군을 포함시킬 수 있는 거시적 키워드다.

시장의 크기로 보면 상대가 되지 않지만 텐센트의 길과 카카오의 미래에도 접점이 있다. 텐센트는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O2O, 콘텐츠 등 전방위적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 구성이다. 텐센트의 위챗 생태계는 애플 특유의 iOS 생태계가 중국을 점령할 수 없도록 만든 결정적 수훈을 거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카카오가 플랫폼 기업으로 작동하며 그 외연을 생태계로 확장하려고 한다면 텐센트의 길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텐센트는 카카오의 주주며 이미 카카오의 행보는 텐센트의 길과 닮아있다는 평가다.

냉정히 말해 카카오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분명 글로벌 ICT 기업들의 트렌드와 많은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인공지능을 빠르게 키우겠다는 각오다. 카카오는 "다양한 산업분야의 파트너들과 손잡고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아파트, 오프라인 매장, 가전, 홈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카카오 I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누구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다음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와 커머스 서비스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 서비스 고도화, 신규 서비스 개발, 파트너 협업 등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또 "새로운 카카오광고 플랫폼은 오는 20일부터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할 예정이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PC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도 이달 1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면서  "카카오페이지는 열람 MAU가 전분기 대비 50%, 전년 동기대비 75% 이상 크게 성장하였으며,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픽코마도 전분기 80만명 수준이었던 일 열람자수가 100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