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흔히 ‘서촌’으로 부르는 골목 초입에 작은 우동집이 있다. 오픈키친 형식에 바(Bar) 형태의 테이블. 7평 남짓되는 실내에 의자는 단 열 개 뿐이다. 종업원도 따로 없는 이 우동집에선 오너이자 셰프 한 명이 조리부터 서빙까지 모두 담당한다.

이곳에 없는 건 종업원만이 아니다. 고객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온전히 우동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가게 안엔 시계도 없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낡은 시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장식’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가게엔 전화번호가 없다. 전화번호가 없으니 당연히 전화기도 없다. 전화예약을 받을 일이 없고, 1인 식당이기에 전화를 받을 시간조차 없어서다.

없는 것이 많아 보이는 이 우동집에 한 가지 분명히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맛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일본식 우동집 ‘히카리우동’을 다녀왔다.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히카리우동'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히카리우동' 내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1. 음식 종류 일본식 우동

2.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있는 '히카리우동' 위치.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직진해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159-1

∙ 연락처 : 없음. 인스타그램(@hikariudog)이 유일한 연락처지만 예약은 받지 않는다.

∙ 영업시간 : 월요일~토요일 11:30~15:00, 17:00~21:00(브레이크타임 15: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 메뉴 : (주메뉴) 가케우동 6000원, 자루우동 6500원, 지도리우동 7500원, 카레우동 8000원, 오뎅우동 7000원 (사이드메뉴) 새우튀김 2000원, 우엉튀김 2000원, 유부초밥 2000원, 간장계란 1000원, 사케 한 잔 4000원 아사히맥주 8000원

 

3. 상호

히카리(ひかり)는 일본어로 빛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빛나는 우동을 만들겠다는 권량윤(31) 히카리우동 대표의 철학을 담았다. 가게 이름 후보군에는 ‘맛 좋은 음식’이라는 뜻의 미미(びみ)라는 이름도 있었으나 고심 끝에 히카리우동이 최종 상호로 결정됐다.

▲ '히카리우동'의 주문은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4. 경영철학

“변함없이 행복한 맛을 선물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하루 장사를 마무리하고 권 대표는 인스타그램 후기를 남긴 고객들에게 감사인사를 남긴다. 연락처가 따로 없는 히카리우동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인스타그램인데, 특이한 점은 그 인사말이 모두 한 가지로 같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이 멘트에 히카리우동의 경영 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변함없는 행복한 맛’을 위해 히카리우동은 하루에 60인분의 우동만 판매한다. 가게 지하의 제면소에서 직접 만드는 ‘숙성면’의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카레는 하루 10인분만 준비하고 준비수량이 모두 소진되면 그제서야 다음 수량을 준비한다. 많이 판매하기보다는 항상 변함없는 맛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히카리우동의 경영철학이다.

▲ '히카리우동' 한 쪽 벽에 걸려있는 멈춘 시계. 권 대표가 생각하기에 가장 여유로운 저녁 시간인 '8시 20분'에 맞춰져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5. 주메뉴

히카리우동의 주메뉴는 차갑게 즐기는 ‘자루우동’과 불맛이 일품인 ‘지도리우동’이다. 우동과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로 젤리 같은 식감의 ‘간장계란’과 바삭하고 담백한 ‘우엉튀김’도 인기다.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히카리우동'의 주메뉴 '자루우동'(가격 65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차가운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자루우동은 두 가지로 즐길 수 있다. ‘단짠’이 조화로운 가쓰오부시 소스와 상큼달콤한 유자 소스의 두 가지가 준비돼 있다. 시원하면서도 부드럽고 쫄깃한 우동 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우동의 면을 중요시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메뉴다. 면 본연의 맛을 더 많이 즐길 수 있도록 자루우동은 기본 정량인 200g에 10g을 더한 210g이 제공된다.

짭쪼름한 가쓰오 소스에 차가운 면을 찍어 먹으니 마치 메밀 소바 같은 느낌이 났다. 진한 가쓰오부시 향과 함께 오랜 숙성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무엇보다 입안에 퍼지는 면의 쫄깃함이 일품이었다. 면의 식감을 위해 13분을 정확하게 삶아낸 뒤 차갑게 식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살아 있다.

유자 소스는 그 맛이 독특하면서도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그야말로 ‘별미’였다. 공통적으로 소스에 넣어먹는 파와 간 무는 뒷 맛을 개운하게 잡아줬다. 더운 여름철에 어울리는 냉우동이지만 가을, 겨울에도 이 맛을 계속 찾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히카리우동의 주메뉴 '지도리우동'(가격 75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따끈하게 즐기는 지도리우동은 먹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 메뉴다. 토핑으로 올라가는 닭고기와 파에 ‘불맛’을 입히는 과정에서 사케를 뿌려 만드는 ‘불쇼’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직화로 구운 부드러운 닭고기 목살을 구운 파로 감싸 면과 함께 즐기면 된다. 입 안에 퍼지는 진한 가쓰오 국물에 쫄깃한 닭고기와 알싸한 파의 맛까지. 그야말로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우동이다.

▲ 지도리우동의 불맛을 입히는 '불쇼'.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지도리우동의 육수는 불에 끓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진하게 끓인 가쓰오부시 소스를 희석해 육수로 만든 뒤 중탕으로 데워 온도만 유지하는 식이다. 불에 끓이는 과정에서 육수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카리우동 내에 가스 화구는 하나뿐으로, 지도리우동에 올라가는 토핑을 굽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 히카리우동의 사이드메뉴 '우엉튀김'과 '간장계란'.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반으로 갈라진 간장계란은 처음 마주한 순간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탱글탱글한 노른자와 간장이 알맞게 배어든 흰자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숟가락에 우동 국물을 조금 담고 간장계란을 올려 한 입에 먹으면 간장계란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소금을 올린 우엉튀김은 그 바삭함이 엄청났다. 짭짤하고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뿌리채소 특유의 씁쓸한 향도 없었다. 평소 집반찬인 우엉조림으로만 우엉을 판단해왔다면 꼭 히카리우동의 우엉튀김을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우엉에 대한 편견이 모두 깨질 테니.

 

6. 맛의 비결

히카리우동의 맛의 비결은 ‘시간’과 ‘정성’이다. 자가제면으로 뽑는 면은 총 3일 동안 숙성을 거친다. 1일 차 반죽 후 숙성, 2일 차 반죽 후 숙성, 3일 차에 면으로 뽑아서 하루를 더 숙성한다. 숙성 4일 차가 돼야 비로소 고객 상에 나갈 수 있다. 물, 소금, 밀가루만으로 최고의 면을 뽑아내기 위해 6개월의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다.  

우동에 들어가는 가쓰오부시 간장 역시 6시간을 우려내 만든다. 다시마를 우린 물에 사바부시(고등어), 가쓰오부시(가다랑어)를 배합해 끓이며 향을 진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무를 더 넣어 시원한 맛을 살린다. 이런 시간과 정성으로 시판 간장과는 차원이 다른 진한 농축 소스가 만들어진다. 카레우동에 들어가는 카레와 간장계란은 꼬박 1일의 숙성기간을 거친다.

▲ '히카리우동'의 우동 1인분은 200g이 정량, 자루우동은 210g이 정량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7. 특별한 서비스

히카리우동은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하는 곳이다. 오랜 시간과 정성으로 만들어낸 음식이 바로 히카리우동의 특별한 서비스라고 권 대표는 설명했다.

*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식재료는 전국 각지의 엄선된 업체에서 공수해온다. 육수 맛을 좌우하는 다시마는 기장에서, 사바부시와 가쓰오부시는 일본에서 들여온다. 심지어 육수에 들어가는 밴댕이는 매번 주문하는 호수(크기)가 정해져 있다. 밴댕이 크기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엉은 각목 같이 커다란 생우엉을 공수해 소진 시마다 깎고 썰어 정리해서 보관한다. 간장계란에 들어가는 계란 역시 특별한 농장에서 받아 쓴다. 계란의 유통, 보관 등 모든 과정에 걸쳐 계란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계란파동’ 때는 좋은 계란을 구하지 못해서 세 달 가까이 못 팔기도 했다고.

▲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히카리우동' 입구.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히카리우동’

히카리우동을 방문한 한 고객은 “면 맛에 이곳을 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여러 우동집을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면이 맛있는 우동집을 아직까지 찾지 못 했다는 것. 그는 “기본에 충실한 가케우동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고객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곳에 들러 ‘혼밥’을 즐긴다. 바(Bar) 형식으로 돼 혼자 먹기도 편하고, 실내 분위기도 여유로워 점심시간에 자주 찾는 편이다. 그가 추천하는 베스트 메뉴는 지도리우동으로 “저녁시간에 사케나 맥주 한 잔과 곁들이기에도 안성맞춤인 메뉴”라고 추천했다.

히카리우동의 모든 메뉴를 다 먹어봤다는 또 다른 고객은 ‘카레우동’을 추천했다. 히카리우동의 카레는 다른 카레 전문점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 난다. 장시간 숙성한 카레와 쫄깃한 면의 조화가 일품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