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과 심장마비 발생의 주 원인인 고위험 동맥경화반을 치료할 수 있는 표적 치료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겨울철 특히 급증하는 급성 심장질환은 조금만 늦어도 사망에 이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심뇌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66만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의 26.4%에 이른다.

급성 심장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고위험 동맥경화반(Atherosclerotic plaque)으로 알려져있다. 동맥혈관 내벽에 지방이나 혈액 내 기타 물질들이 쌓인 덩어리들로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내경(동맥내부 지름)이 좁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단시간에 위험한 상태를 불러오지는 않지만, 특정 염증세포의 침투로 인해 염증 반응이 생긴 고위험 동백경화반은 굳은 혈전을 만들어내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 (왼쪽부터)카이스트 오왕렬 교수, 고대구로병원 김진원 교수, 한양대 유홍기 교수, 중앙대 박경순 교수  출처=고대구로병원제공

이에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진원 교수,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박경순 교수, 한양대 생체공학과 유홍기 교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KI헬스사이언스연구소 오왕렬 교수로 이뤄진 융합 연구팀은 고위험 동맥경화반을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표적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가 국제 학술지인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최신판에 게재됐다고 8일 밝혔다.

표적치료는 특정세포나 분자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다. 나노입자 수준의 약물전달 시스템은 특정표적에 특이하게 결합, 약물을 운반해 치료효과를 극대화 하는 동시에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현재 나노입자를 통한 표적치료는 종양질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으나 심혈관 질환에서는 연구된 것은 드물었다.

연구는 동맥경화반에 침투한 대식세포 탓에 질병이 급성으로 나빠지는  점에 착안했다. 대식세포는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주요세포로, 항원 등이 침입하면 섭식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동맥경화반에서는 혈관벽에 침착된 콜레스테롤을 섭식하고 염증반응을 일으켜 동맥경화반의 진행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동맥경화반 대식세포에서 발현되는 만노스 수용체를 표적하는 약물 전달체를 합성하고, PPARγ 기전을 활성화하는 약물인 로베글리타존을 탑재했다. 로베글리타존은 티아졸리디네디온 계열의 당뇨병 약제이다.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약제로, 동맥경화에서 콜레스테롤 유출을 높이고 및 염증을 억제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고위험 동맥경화반에 고용량의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동맥경화를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항염증 안정화 효과와 유의미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 표적치료제 모식도와 동맥경화반 평가를 위한 소형동물 생체영상 시스템, 이를 통한 표적치료 전후의 동맥경화반의 크기 및 염증 감소 결과. 출처=고대구로병원제공
▲ 상기 표적치료제의 치료기전에 대한 모식도. 고위험 동맥경화반 내의 대식세포을 표적하여 고용량의 로베글리타존을 선택적으로 전달하여 전신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했다. 출처=고대구로병원제공

 연구팀은 특히 소형 동물 동맥에 최적화한 새로운 분자 영상 기법을 개발해 그 효과를 생체 내 추적 영상으로 입증했으며, 작용 기전 또한 완전히 밝혔다.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진원 교수는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여전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면서 “이번 동맥경화 나노표적 치료가 심혈관 질환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망했다.

김진원 교수는 “이번 치료법과 분자 영상 기법을 완전히 통합하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어 새로운 진단-치료 융합을 통한 맞춤 치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현재 국내외 특허 출원되어 있는 상태로, 국내 제약사와의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을 모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임상을 함께 진행할 국내 제약사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면서  “한 제약사와 할 지 여러 제약사와 할 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제약사와 할 지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