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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정의 미래탐험] 누구나 건강 장수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2040ironman@gmail.com  |  승인 2017.11.13  07:22:17
   

우주선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려면 지구 탈출 속도인 약 11.186㎞/s 이상의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나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이 탈출 속도는 물체의 운동에너지와 중력위치에너지의 합이 0이 되는 속도이다. 일단 탈출속도가 달성되면 탈출을 계속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추력이 필요 없다. 같은 개념으로 의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화현상이 매년 1년씩 지연되면 평균수명이 매년 1년씩 증가하는 효과를 얻으므로 생명과학기술이 ‘장수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Speed)’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장수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해 왔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반 대중이 장수 탈출 속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10년에서 12년 정도 남았다고 단정했다. 2030년 이후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노화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장담한다. 질병을 고치기 위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막기 위해서 약을 복용하는 시대로 바뀌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생명을 구하는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주변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농담까지 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인체조직들이 노화하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노화의 원인을 분자나 세포 수준에서 밝혀내서 치매, 당뇨병, 신장병, 관절염, 심혈관질환, 암 등 기타 성인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노화가 진행되는 인체를 치유할 해답을 찾고 있다. 손상과 질병으로 노화된 장기들을 대체하거나 재활시키기 위해 줄기세포의 역할도 연구하고 있다. 학자들은 차츰 노화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건강장수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노화는 늦출 수 없는가?

인체의 노화는 40세 부근에서부터 급속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편적으로 40살이 지나면 심장병이나 암 등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학자들은 노화란 흡연, 오염, 또는 기타 환경요인에 의해 후성적으로 유전자 활동의 변화가 발생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단정한다. 후성유전이란 DNA 염기서열은 변화하지 않지만 유전자에 메칠기가 들러붙으면서 유전자 기능이 잠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단백질 생성이 억제될 수도 있고 호르몬 생산이 장애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누적될수록 근육들이 허약해지고 마음은 침울해지고 질병에 약한 체질이 된다. 후성적 유전변이는 유전자 서열이 손상을 입어 바뀌는 돌연변이와는 다르다. 유전자를 잠근 메칠화 현상을 제거하면 원래의 건강한 유전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일본 쯔쿠바 대학의 한 연구팀은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글리신(Glycine) 아미노산을 생성하는 두 가지 유전자를 켜고 끄는 방법을 알아냈다. 글리신이 생산되지 않으면 노화가 가속하고 글리신이 공급되면 노화가 역전되는 현상을 세포의 호흡 용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확인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97세 노인의 세포주에서 더 많은 글리신을 생성시킬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세포호흡량이 증가해 세포주의 나이가 젊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또 다른 사례로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야마나카(Yamanaka) 요인으로 알려진 4가지 유전자를 작동시키면 성체세포가 마치 배아세포처럼 다기능 줄기세포(iPSCs)로 전환되는 세포 재프로그램 방법을 사용하면 세포의 노화를 멈추거나 회춘시킬 수 있다고 연구발표를 했다. 솔크연구팀은 성체세포를 모두 재프로그램하면 암세포처럼 세포가 무한 증식할 우려가 있으므로 야마나카 요인을 단기간만 유발시킴으로써 암을 피하고 노화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실험에선 야마나카 요인을 주기적으로 작동시키자 기억력이 증가하고 근육의 재생능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사람에게도 작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야마나카 요인을 작동시킬 수 있는 화학요법으로 노화를 일으키는 후성유전변화를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의 재생은 단백질 작용에 비밀이 있다

혈액이 노화되면 몇 가지 단백질이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세포의 형질을 바꾸게 된다. 젊은 사람들로부터 피를 수혈받으면 잃어버린 단백질을 혈액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독립된 두 연구팀이 각기 수행한 연구에서 젊은 생쥐의 피를 늙은 생쥐에 주입해주는 실험을 했다. 이들이 관찰한 결과는 놀랍게도 늙은 생쥐가 새로운 피를 수혈받으면 젊어진다는 점이다. 소실되었던 근육들이 소생되고 인지능력이 되살아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2017년 4월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에 의하면 사람의 아기 탯줄에서 채취한 혈장을 늙은 생쥐에게 주입하는 실험에서도 늙은 생쥐의 뇌기능이 향상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람의 젊은 피 속에 함유된 단백질이 늙은 생쥐에서 사라진 단백질을 보충해준 효과라고 짐작된다. 이 실험에서 늙은 생쥐는 기억상실, 근육감소, 신진대사 감소, 뼈 감소 등의 노화증상이 역전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을 활용하면 노인들의 면역체계를 향상시키는 단백질 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노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DNA가 거칠고 느슨하게 감겨 있어 염색체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것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DNA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염색체 안에 단단히 꼬여 있다가 세포가 분열할 준비가 되었을 때만 DNA가 슬슬 풀려야 한다. 베르너(Werner) 증후군 환자는 베르너 유전자가 역할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유전병인데 염색체가 불안정해지며 세포가 빠르게 노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솔크연구소에 따르면 단백질이 특정 유전병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인간의 노화에도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염색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약물을 찾아야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본적인 유전자들이 작동을 멈추면서 노화나 건강악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작동이 멈춘 유전자의 활동을 재개시키려면 CRISPR-cas9과 같은 유전자 편집가위가 필요하다. 구글 칼리코(Calico)의 과학자인 신시아 켄욘(Cynthia Kenyon)은 선충류인 C, 엘레강스(Elegans)의 유전자 중 한 종류만을 변형시켰는데도 벌레의 수명이 30~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늙은 벌레가 건강한 젊은 벌레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세포 생물에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건강관련 주변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바이오 센서들을 차고 일상생활을 하면 건강 데이터가 자동으로 수집되어 이젠 노화현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오우라(Oura) 반지는 스마트컴퓨터로 수면과 일상 활동을 측정해 개인의 건강과 피트니스를 자문해 준다. 쥬울(Joule)은 귀거리 컴퓨터로 심장박동수와 활동을 추적해서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사이렌캐어(SirenCare)는 양말 속에 센서들을 넣어서 당뇨병에 의한 발 궤양을 예방해준다. 알리브코(Alivecor)는 휴대용 심작박동 측정기다. 많은 스마트 시계들은 혈압, 심박수, 수면기록, 운동량 등을 측정해주며 음식물 칼로리를 측정하는 휴대용 센서도 등장했다. 착용형 건강측정 센서들이 시중에 봇물 터지듯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주거환경은 건강을 측정하는 센서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며 끊임없이 가족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질병치료법과 노화대책이 쏟아질 전망이다

새로운 치료법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암과 같은 복합적인 질병은 개별 유전자의 작용에 의존하지 않고 수만 개의 유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 세포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변화하고 적응하고 진화하는 경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화학요법, 면역요법,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해도 암 덩어리가 줄어들거나 암 전이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게 하기 힘든 이유다. 따라서 암세포가 주변에 적응해 가는 능력을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염색질 치료법이 등장했다. 염색질은 DNA, 단백질, RNA로 구성된 거대분자 복합체이다. 염색질의 일차적인 기능은 DNA 손상을 막고, 유전자 발현과 DNA 복제를 통제하는 일이다. 이제 과학자들은 염색질을 조절해 세포 내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억제되거나 발현되는 유전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노스웨스턴 백맨(Bac㎞an) 연구팀은 암이 형성될 때 염색질의 패킹밀도가 불균일하고 무질서한 경향을 파악했다. 그리고 세포의 핵 속에 존재하는 전해질을 변화시키면 염색질이 조절됨도 깨달았다. 세포핵 내부의 물리적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후보 물질들을 찾아 난치병들을 치료하는 연구가 지속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노화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효모의 삶, 벌레의 삶, 곤충의 삶, 인간의 삶 등 모든 생물 시스템에 대해서 유전자나 분자 관점에서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 생명체들 간에는 적어도 분자 수준에서는 서로 상통하는 생명원리가 존재한다고 본다. 사람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 분석이 지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경이면 1500만명 이상의 인간게놈 데이터가 축적된다고 한다. 컴퓨터는 유전자의 서열자료로부터 건강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행되는 후성유전적 변화도 인공지능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될 것이다. 생명의 원리를 거시적인 관점에서부터 미시적인 상세한 작용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파헤치는 연구들이 지금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래리 커즈와일의 전망처럼 장수 탈출 속도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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