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을 글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했다. 예로 ‘요리를 글로 배웠다’는 사람은 글로만 요리법을 접한 탓에 이 사람이 실전에서 만들어내는 요리는 형편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의 등장 이후 집에서 요리를 배우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은 여기서도 통한다. 그러나 만약 요리 동영상의 내용 자체가 잘못됐다면 그 동영상을 보며 만든 요리는 당연히 엉망일 것이다. 이는 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인터넷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보고 ‘성관계를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회가 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다. 어린 학생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남성 위주의 시각에 치우친 포르노를 보고, 그것이 ‘진짜’일 것이라 믿기 쉽다.

성관계를 남녀 간 아이를 낳기 위한 결합이라고 본 과거의 관념에 비춰보면 포르노는 정석이다. 남성은 삽입하고 여성의 몸에 사정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성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변했다. 현대 사회에서 성관계란 `아이를 낳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 자체를 즐기는 행위에 가깝다. 이는 즉 남녀끼리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동성애에 대한 옹호와 비난의 목소리가 맞서지만 아무튼 성소수자들은 실존하고, 그러므로 그들의 성관계도 진짜다.

또 한 가지 성관계에 대한 관념의 변화는 남성 위주의 포르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의 학생 신문인 바시티(Varsity)에 지난 3일(현지시각) 학부생인 이브 호지슨은 게재한 글에서 “왜 꼭 섹스는 남자가 사정했을 때 끝내야 하나(why should sex finish when he does?)”라고 물었다. 그는 ‘숙녀 먼저(Ladies first)’라는 말은 이성간 성관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브 호지슨은 “남성의 오르가즘이나 자위를 두고 농담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여자의 오르가즘을 외설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억압하고 비밀로 부치려고 한다”면서 “이 때문에 여성의 성행위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포르노 산업은 남성 위주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포르노 산업은 남성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포르노에 나타난 여성의 오르가즘은 비현실적으로 삽입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폭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터넷에선 남성 위주 포르노 산업에 대항해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향 포르노보다 좀더 진보한 형태다. 대표로 ‘OMGyes.com’이라는 웹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여성의 성 즐거움을 연구한다. OMGyes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연구는 같은 해 6월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의 공중 보건대학의 조교수이자 킨제이연구소의 연구원인 데비 허베닉 박사와 이 대학의 성건강증진 연구소(Center for Sexual Health Promotion)의 브라이언 닷지 박사가 했다.

미국 전역의 총 1055명의 여성이 참가한 대규모 연구였다. 그 결과, 대다수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통된 테크닉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들은 이를 토대로 영상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터치 비디오로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50개의 동영상과 11개의 터치 시뮬레이션 서비스는 현재 3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독특한 점은 영상과 시뮬레이션에 ‘삽입’이 없다는 것이다. OMGyes는 이에 대해 “우리가 삽입 섹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 소개된 많은 테크닉이 실제로 삽입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단지 삽입 외에도 정말 많은 성적 즐거움이 있다는 우리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73%가 삽입 중에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 보다 강렬하고 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런데 이를 자극하는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시즌 1에서 이 주제를 다루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OMGyes화면.출처=OMGyes

이처럼 ‘여성은 왜 남자보다 오르가즘을 덜 느낄까’라는 물음은 연구를 넘어서 구체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서양 사회 모두에 만연한 성권력 불균형에 대한 질문이 이를 탄생시켰다. 이 때문에 최근 본격화한 여성향 성산업은 단순히 새로운 유형의 경제활동의 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늘' 있었지만 무시한 것들에 대한 재조명, 여성향 성산업이 이끌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