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캔스톤 E300 벨에포크 편

#좋은 시절 예쁜 이름이다. TV 사운드바 이름이 벨에포크((Belle Epoque)라니.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란 뜻이다. 특정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 시절 프랑스 파리는 유난히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전쟁은 참혹함을 뜻하지 않나. 평화가 깨지자 과거를 향한 그리운 마음이 커졌다. 사람들은 아예 그 시절을 벨에포크라 지칭하기 시작했다.

한국판 벨에포크는 새로 나온 스피커다. 몇 없는 국내 음향기기 브랜드 중 하나인 캔스톤 제품. 얼마 전부터 벨에포크와 내 자취방에서 동거 중이다. 훗날 이 시절을 ‘좋은 시절’이라 부를 수 있을까.

▲ 사진=노연주 기자

 

#미니 우드 사운드바 작은 자취방에 TV 사운드바는 사치 아니냐고? 인정한다. 대개 TV 사운드바는 대화면 TV 맞춤이니.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함을 품을 수밖에. 벨에포크는 다르다. 폭이 40cm 정도에 불과한 미니 사운드바다.

아담하다. 생김새도 일반 사운드바랑 다르다. 형태야 비슷하지만 나뭇결이 감싼 디자인이다. 이 분야에선 전에 없던 감성이랄까. 마감이 고급스럽다. 작은 몸집으로 자취방 분위기를 확 바꿔주는 매력.

 

#웅장한 로켓포 소리 눈으로 보이는 분위기만 바뀐 건 아니다.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을 경영한다고 가정해보자. 함께할 팀원을 뽑아야 한다면? 이왕이면 다재다능한 사람이 좋지 않을까. 촘촘한 조직도를 꾸리기 힘들 테니까.

▲ 사진=노연주 기자

내집에서 벨에포크는 이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작고 무선 연결을 지원하며 내장배터리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블루투스 V4.2 칩셋을 탑재해 수준 높은 무선 사운드를 들려준다. 배터리는 최대 10시간(재생 기준)을 버틴다.

난 평소에 벨에포크를 TV 앞에 두지 않는다. 게이밍 노트북 옆에 자리한다. 게임할 때 사운드가 중요하니까. 지겹도록 ‘오버워치’만 한다. 파라가 쏘는 로켓포 소리를 벨에포크가 웅장하게 들려준다. 자취방이 일리오스다.

▲ 사진=노연주 기자

 

#사운드바와의 산책? 가끔 TV 앞으로 옮긴다. 비록 IPTV나 케이블조차 설치하지 않았지만 노트북과 연결해 영상 볼 때 활용한다. 사운드만은 극장 뺨친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 들을 때도 유용하다. 노트북이든 TV 옆으든 그대로 둔 채 무선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심지어 같이 가을 피크닉도 나간다. 자체 배터리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아웃도어 사운드바라니 발상의 전환이 따로 없다. 나뭇결 디자인 덕에 밖에 있어도 제 위치에 놓인 느낌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모든 걸 용서케 하는 가격 소리는 중저음을 강조한 튜닝으로 느껴진다. 듀얼 59.7mm 풀레인지 유닛이 ‘열일(열심히 일한다는 뜻)’한다. 출력이 10W라 부족할까 걱정된다고? 자취방을 감성 사운드로 채우기엔 충분하더라. 10평 남짓 방에선 적정 출력 아닐지.

영 적응 안 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이름이 벨에포크인데 프랑스어가 아니라 자꾸만 한국어를 해댄다. 이질감이 든다. 하긴 원래 국내파니까. 한국어로 친절하게 음성안내를 해줘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조작이 가능하다.

“벨에포크라는 스피커가 있지. 이름만 들으면 얼마일 것 같아?” 이런 실험을 해보면 다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고급진(?) 이름 덕이다.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에누리 가격비교 기준 최저가 1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