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가 있어서,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서, 혼자 하려니 어색해서... 등등 사면을 받은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다양한 건설업체 대표들이다.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 대표들이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 기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행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1일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등 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 5명이 증인으로 출석,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은 지난해 7월 4대강 입찰 담합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사회공헌재단에 2000억원 기부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건설사 대표들은 뒤늦게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세워 기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토위는 건설사들이 약속한 사회공헌재단 기부 실적조차 미미하다며 각 건설사 대표들에게 그 사유를 추궁했다. 지난해 7월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운영·관리하는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까지 설립했으나 그 이후 기부금 모금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계획은 2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었으나 11개 건설사가 47억원을 출연한 이후에는 기부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사들이 사면을 받고 공공입찰 제한이 풀리면서 앞으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자발적으로 재단 설립을 약속한 것”이라면서 “기부 실적이 저조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는 “앞으로 10억원 이상 기부는 이사회에서 결의하기로 했다"며 "이사회 상정해서 통과 된다면 기부하겠다”며 이사회 결의를 사유로 들었다.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는 “전체 금액에 대해서는 약속했는데 구체적인 기부 시기나 사용용도, 방법 등은 실무 협의를 거쳐서 출연계획을 세워서 하기로 했다”면서 “그 부분이 미진했다”고 고개숙였다.

조기행 SK건설 대표도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없어 우리만 독자적으로 하기 어려웠다”면서 “업계의 공동 이행계획만 마련된다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는 “현재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고 주주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업계와 협의해 실행하겠다”고 말했고, 임병용 GS건설 대표는 “회사에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금액이지만 업계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림산업의 경우 2015년 사면으로 공공입찰 제한이 풀리고 나서 공공수주 규모가 약 4조원으로 가장 많았다”면서 “지금에 와서 기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질타했다. 이어 강 의원은 “기부 약속을 제대로 지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