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좌의 게임 웨스테로스의 왕 로버트 바라테온의 왕비 서세이 라니스터. 출처= 왕좌의 게임 공식 페이스북

“When you play the Game of Thrones, you win or you die. There is no middle ground.” (왕좌의 게임에선 승리 아니면 죽음뿐이에요. 중간은 없어요.)

드라마 <왕좌의 게임> 中 서세이 라니스터의 대사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상상의 세계 ‘웨스테로스 대륙’ 7왕국의 통치권을 상징하는 ‘철의 왕좌(Iron Throne)’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가문들의 치열한 공방전을 다룬 판타지 서사시다. 드라마에서 각 가문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치열하게 싸우는 왕좌의 게임에 참여한다. ‘왕좌’는 하나다. 반면 그것을 얻으려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먼저 차지하는 쪽이 이긴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져간다. 승자독식 게임이다.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주도권을 두고 펼쳐지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간의 경쟁도 이와 유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무한확장’이 대표하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의 구조 재편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여파는 서서히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를 이끄는 두 기업인 롯데, 신세계가 반드시 먼저 차지해 주도권을 잡아야 할 왕좌도 확실해졌다. 바로 전자상거래, 이커머스(E-Commerce)다.

유통, 왜 ‘이커머스’가 관건인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문을 닫는 오프라인 유통 점포의 수는 8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CNN이 인용한 글로벌 유통업 연구업체 펑 글로벌 리테일 앤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Technology)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문을 닫은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 점포는 약 6700곳으로 2008년 한 해 동안 문을 닫은 매장 6163곳을 이미 넘어섰다. CNN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미국에서 문을 닫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은 8000~9000개로 추산되며 관련 업체 약 300곳이 파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상징인 시어스(Sears)는 올해 자사가 운영하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매장 350개를 정리한다고 밝혔다. 백화점 체인 JC페니(JC Penny)도 올해 미국 전역 매장 138개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의 연이은 폐점은 유통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 갭(GAP), 의류 브랜드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은 현재까지 오프라인 점포 약 200개를 줄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모든 산업군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부진은 당시 경제 전반의 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부진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바로 자기들만의 영역으로 여긴 유통업의 주도권을 점점 다른 주체에게 빼앗기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의 가파른 성장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26일 올해 3분기 매출이 437억달러(약 49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나 성장한 것이며 2012년 1분기 이후 22분기 동안 가장 높은 성장률 기록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4분기 매출전망이다. 아마존은 4분기 매출을 560억~605억달러(63조~67조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그대로 주가에 반영됐다.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 1월 3일 756.67달러에서 7월 12일 1006.51달러를 기록하며 1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 현재는 1100달러 선까지 올랐다.

올 한 해만 봐도 미국의 유통업계는 이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완벽하게 대조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기구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국제 디지털 상거래의 주요 쟁점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기업·소비자 간 소매부문 전자상거래(B2C) 매출액은 2012년 140억달러(약 15조6000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180억달러(약 20조7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전자상거래 매출이 59억달러(약 6조6000억원)씩 늘어난 것과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별 매출신장률 조사도 비슷한 현상을 말해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마켓·소셜커머스·종합온라인몰 등 온라인 마켓은 전년에 비해 매출이 각각 21.5%, 13.5%, 10.9% 증가했다. 반면 백화점의 매출은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는 1.4% 줄었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0.8% 감소했다.

장황한 설명은 여기까지. 결론은 전 세계 유통산업을 이끄는 미국의 변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미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롯데와 신세계가 유통에서 이커머스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