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법원은 지난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섬마을 여교사’성폭행 사건에 대해 세 명의 피고인들에게 징역 7년, 8년, 10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원심 재판부인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원심인 항소심을 파기한 취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인 여교사에게 저지른 두 차례의 성폭행 중 1차 범행이 2차 범행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의 ‘공모’에 의한 것인지, 또한 피해자의 허락 없이 관사에 들어간 것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심리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작년 5월 21일 밤 10시. A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혼자 찾아간 피해자는 식당주인인 A씨, 현장에서 술자리에 동석한 B씨의 강권에 술을 마시다 정신을 잃었고, A씨는 피해자를 관사에 데려다 주었다.

A씨가 관사에서 빠져나온 것을 확인한 B씨는 불과 몇 분 뒤 관사에 들어갔고, B씨가 관사를 나온 후 A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C씨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관사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B씨는 “피해자가 식당에 두고 온 휴대전화를 돌려주기 위해 관사를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A씨로부터 “B씨가 관사에 들어갔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전화를 받고 관사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이들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상대로 차례로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1차 범행 당시에는 피해자가 의식을 유지하고 있어 이들의 각 범행시도는 미수에 그쳤으나, 피고인들이 공모한 2차 범행에서는 결국 불행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1차 범행도 `윤간` 공모 가능성 높아...무기징역까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원심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은 바로 피고인들이 미수에 그친 1차 범행이다. 1심과 2심에서는 세 사람의 1차 범행을 서로 공모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관사에 들어간 정황상 피고인들의 묵시적 합의가 없었다면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점에 차례대로 범행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 A씨가 C씨에게 전화를 걸어 “B씨가 관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고 오히려 당시 이들 간에는 범행 공모와 관련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1차 범행에 대해서도 피고인들 사이에 공모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만약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1차 범행에 대한 공모사실이 인정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제4조(특수강간 등)의 혐의가 적용되어 이들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대법원 메시지는 "엄벌에 처할 것"

대법원이 주거침입죄에 대한 유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혹시 기존의 원심판단과 같이 1차 범행에 대한 공모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성폭력처벌법 제3조는 ‘주거침입죄’를 범한 자가 성폭력 범죄까지 범한 경우에는 피고인들 간의 공모 여부와 무관하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즉 대법원은 이번 파기환송 결정을 통해 우선은 1차 범행에 대해 피고인들의 공모관계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되, 그렇지 못한 경우에라도 피고인들이 주거권자인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주거지인 관사에 침입한 사실 자체는 명백하므로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어떤 경우라도 엄벌에 처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원심 재판부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피고인들은 1차 범행에 대한 엄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차 범행에 대한 공모 사실이 인정되든 그렇지 않듯 적어도 법정형 상으로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모 사실이 인정될 경우 피고인들의 양형은 더욱 불리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 사건과 같이 다수의 피고인들에 의해 공모된 성폭력 범죄를 윤간, 계획적 범행으로 간주해 양형 가중요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1심 당시 징역 18년, 13년, 12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징역 10년, 8년, 7년까지 감형을 받았던 피고인들이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인하여 항소심에서 어떠한 법적 판단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