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의 유전정보를 측정하고, 양질의 육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최근 영국에서 개발된 ‘근육질 소’에 이어 상용화 시 부가가치가 높은 축산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26일 “한우 유전체 유전 능력을 활용한 정밀 사육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소의 혈액을 채취해 1마리 당 5만개의 유전자를 확보한 후 도축한 뒤의 육질을 분석해 우수한 종자만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수 육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육질형 유전체와 고기 양을 늘릴 수 있는 성장형 유전체를 동시에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 유전정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한우 정밀사육 대책을 발표하는 권응기 농진청 한우연구소장(출처=뉴스원)

농촌진흥청 연구팀이 양질의 육질형 유전체를 주입한 한우는 시장에 판매됐을 때 한 마리 당 가치가 62만원 더 늘었다. 성장형 유전체가 주입된 한우는 시장 가치가 한 마리 당 30만원이 더 높았다. 예전에는 양질의 소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축산업자 개개인의 능력에 맡겨야 할 일이었다. 대부분의 한우 농가는 도축 전에 우수 육우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고급육 사육 프로그램’으로 30일 간 집중사육해 출하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농진청이 이번에 개발한 정밀 한우 사육 기술을 활용하면 양질의 유전정보를 가진 육우를 판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축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화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한우연구소의 권응기 소장은 “국내 최초로 한우 유전정보를 이용해 맞춤화된 사육 기술을 구현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전자 편집 기술, 매우 시장가치 높아

농진청이 이번에 발표한 유전정보 활용 정밀사육 기술은 유전체의 일부 요소를 더하거나 빼서 생명체의 기능과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방식에 기초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몬산토, 신젠타 등 주요 농업 기업과 바이엘, 화이자 등 제약사들이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툴젠, 엠젠플러스 등 중소ㆍ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개정ㆍ종교계의 반대 등 다양한 숙제가 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한국 과학기술계의 인재 수준으로  봤을 때 효율적으로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 자체가 원가가 싸고, 빠른 습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영국ㆍ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며 “성장 정체에 다다른 ICT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보다 훨씬 장래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진청이 개발한 한우 유전정보를 활용한 정밀 사육 기술은 연간 228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1년간 거세한우 도축 마릿수인 35만 마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축산업계가 한우정액은행 등 한우 개량 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봤을 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농진청은 내년 초까지 한우 유전정보 기반 정밀 사육 기술의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며 기술이전을 통해 일반 농가에도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