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에서 국내외 공유오피스 업체들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현재 국내의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 서울 스페이시즈 그랑서울.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세계 최대의 공유오피스업체인 미국계 위워크(WeWork)가 지난해 8월 강남에 첫 지점을 내고 서울에 진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지점을 늘려가는 가운데, 유럽계 공유 오피스업체가 서울 도심에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공유오피스 기업 ‘스페이시즈(Spaces)’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 진출을 알렸다. 앞서 스페이시즈는 지난 9월 18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타워에 ‘스페이시즈 그랑 서울’을 열었다. 스페이시즈 그랑 서울은 약 2000㎡ 규모로 323개 이상 좌석과 사무공간 등을 설치했다.

스페이시즈는 2006년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세계 50여개 도시에 진출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 최대 업체인 위워크보다 로컬 브랜드들이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서울 스페이시즈 그랑서울.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지난 해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독일과 네덜란드의 ‘코워킹 오피스' 탐방을 했던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정수현 대표는 암스테르담에서는 로컬 브랜드인 스페이시즈의 선전으로 위워크 지점이 '맥(MAC)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 윈도우(Windows)를 쓰는 사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2006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스페이시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산되고, 비즈니스가 진화하며, 가치 있는 관계가 구축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스페이시즈를 다른 공유 오피스 기업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자체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이시즈는 '해피 아너 프라이데이(Happy Honor Friday)', '스페이시즈 북 클럽(Space Book Club)'과 같은 다양한 소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이 한데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실제로 스페이시즈는 유럽 내에서 차량 공유 업체 '우버', 호텔예약사이트 '부킹닷컴', 글로벌 최대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 세계 최대 액션캠 제조업체 '고프로(GoPro)' 같은 유명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 서울 스페이시즈 그랑서울.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스페이시즈 서울 지점은 앞서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와의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다. 황지은 스페이시즈 차장은 "프리미엄 공유 오피스로서 고급 친환경 자재, 소음제거 시설, 자연친화적 인테리어, 서비스 등 모두 유럽식의 고급 공유 오피스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황 차장은 "더불어 사무 공간을 완전한 개방형이 아닌 소음제거 벽과 글라스 월(유리벽)을 함께 활용해 기존 개방형 공유 오피스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보안 문제 등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마르테인 루딩크 스페이시즈 공동 설립자는 "최근 공유 오피스는 뜻이 맞는 기업가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장소나 장기 사무실 임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턴키형' 작업 공간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스페이시즈가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스페이시즈의 모회사인 리저스의 이혁수 부사장도 "스페이시즈 회원은 해외 출장 시 유럽, 미국, 남미, 호주, 아시아 등 전세계 60여 도시에 위치한 스페이시즈 현지 시설 및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시즈는 서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노엘 코크(Noelle Coak) 스페이시즈 한국, 대만 및 태국 지역 총괄은 "서울은 보수적인 도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방형 공유 오피스에 반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 진출해 가능성을 확인받은 만큼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 등에도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스페이시즈에 따르면 전세계 공유오피스 수는 매년 20% 증가했다. 올해 말이면 120만명에 이를 예정이다. 사무실 임대와 관리가 소규모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현재는 인적 네트워크,와 협업 등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 서울 위워크 을지로점. 출처=위워크

국내 기업 중에도 현대카드가 선보인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블랙(Studio Black)'과 국내 스타트업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자회사인 공유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 ‘토즈 비즈니스센터’, 부동산개발사가 내놓은 '와얏트 스페이스' 등의 업체가 있다. 이 외에 전통적인 사무실 재임대 모델인 '리저스'와 'TEC' 등도 개방형 공유 오피스 공간을 마련해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전세계 지점들의 서비스를 국내에서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걸고,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과 한국형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라는 컨셉을 갖고 경쟁 중이다.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는 외국계 공유오피스 업체의 장점은 "성장속도가 빠른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 입주사가 작은 공간부터 큰 공간으로 이동이 편리한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계 공유오피스 등은 공용부를 제외한 사무공간은 잘게 쪼개서 빽빽하게 제공하는 느낌이었다면 유럽계 공유오피스는 한 회사의 브랜드 가치나 정체성을 충분히 살릴 만큼의 다양한 공간 구조들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네덜란드 스페이시즈 본사에는 우버가 1개층을 다 쓰고 있었는데 공유오피스 업체와 입주사 서로간의 시너지가 느껴졌다"면서 "다양한 크기와 쓸모의 공간들을 갖추고 수용 탄력성을 갖춘 것이 스페이시즈 등의 로컬 브랜드가 현지시장에서 인기를 끈 강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