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심비오트의 숙주인 악당 '베놈'. 출처= 마블퓨처파이트 게임화면 캡쳐

심비오트(Symbiote)는 마블(MARVEL) 코믹스의 인기 만화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다른 생명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액체형 외계 생명체의 이름이다. 숙주에 기생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심비오트는 숙주가 가지고 있는 신체 능력과 전투력을 극대화해  자기를 보호한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스파이더맨의 인기 악당이 바로 ‘베놈(Venom)’이라는 캐릭터다. 

이 같은 심비오트의 생존 방식처럼 마케팅에서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유리한 조건을 교환해 시너지를 내는  ‘공생(共生)’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심비이오틱 마케팅(Symbiotic Marketing)' 이다. 

같이 살아남고, 같이 발전한다 

마케팅은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자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에 많은 돈을 들인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 투입 효과는 대부분 즉각 반응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며 상황에 따라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들에게 마케팅 비용은 반드시 써야하는 돈이지만 그에 따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험성은 큰 부담감이다.   

기업들은 가능하면 마케팅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심비오틱 마케팅’이다. 마케팅 이론에서 설명하는 ‘심비오트(Symbiote)’는 두 개 이상의 독립된 주체(주로 기업)들이 수행하는 연구 개발, 판매경로 관리, 시장 개척 등 마케팅 활동 과정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결합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A사’는 오프라인 판매 마케팅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래서 전국에 많은 오프라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B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 판매권한과 관련 마케팅을 일임한다. 이렇게 하면 A사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직접 갖추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고 B사는 A사의 제품 판매로 수수료 수익과 매장 모객 증가라는 효과를 얻는다.    

이에 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심비오틱 마케팅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이용하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미샤와 스타벅스 

화장품 브랜드 '미샤(MISSHA)'는 심비오틱 마케팅 적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샤가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들 중 일부는 자체 생산이 아닌 중소 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이다. 미샤는 중소 업체들의 공급으로 많은 제품군을 확보해 판매 수익을 올리고, 중소 제조업체들은 미샤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자신들이 만든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와 국내 음료 생산업체 동서식품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와 인스턴트 커피·커피 음료 제조업체인 동서식품은 커피라는 같은 주력 제품군을 보유한 경쟁 관계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동서식품을 통해 자사의 병 커피 음료 제품을 판다. 스타벅스가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지난 수십 년간 국내에서 커피와 음료를 판 동서식품의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 스타벅스와 동서식품의 제휴로 판매되고 있는 커피 음료 제품. 출처= 동서식품

필요에 의한 두 업체의 협력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줬다. 스타벅스는 동서식품의 유통 인프라로 제품을 판매했고 동서식품의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했다. 동서식품이 판매하는 스타벅스의 병 커피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민트모카’는 2009년부터 홍콩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병 커피 3종은 대만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 외에도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강조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배송 전문 물류 운송업체와 손을 잡는 것이나  오프라인 판매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온라인 마켓에 입점하는 것도 심비오틱 마케팅의 좋은 예다. 

뛰어난 효율성, 그러나 역할분담의 문제

앞선 사례에서 설명했듯 심비오틱 마케팅은 서로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마케팅 비용은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러나 모든 마케팅 기법들이 그러하듯 심비오틱 마케팅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바로 ‘역할분담’의 문제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후 대응을 어느 쪽이 감당해야 하는가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마켓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 처리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판매자보다는 온라인 마켓의 브랜드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한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마켓의 입점 규정상 구매한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전적으로 판매자가 책임져야 한다. 불만에 대한 대응에 능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개인 판매자들은 해결 방법을 몰라 헤매고 따라서 문제 해결은 더욱 늦어진다. 이 문제는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판매자들의 불만 사항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협력 업체들의 판매 제품군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온전한 공생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심비오틱 마케팅의 분명한 한계다.

경영 컨설팅 업체 메타밸류 이상종 대표는 “업체들이 가진 서로 다른 전문성을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심비오틱 마케팅은 많은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방법”이라면서 “그러나 브랜드의 위기관리 혹은 문제 발생 시 사후 대응에서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 발생하는 이익의 배분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심비오틱 마케팅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어 기업들은 이 점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