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차량 전체 실내를 덮는 에어백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첫선을 보이는 제품이다. ‘파노라마 선루프’용 에어백이 그 주인공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차량 천장 부위를 특수 강화유리로 만들어 기존 선루프보다 크기를 확대해 뒷좌석에서도 확 트인 시야를 즐길 수 있다. 최근 파노라마 선루프의 넓은 개방감을 차량에서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자동차 옵션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선루프는 차량 전복 시 개방면으로 승객의 신체가 튕겨 나갈 우려가 있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2000년~201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 기록을 집계한 결과 260여명이 차량 루프면으로 튕겨 나오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시스템을 개발, 차량 탑승객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을 더했다.

▲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 전개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가 만든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은 단 0.08초 만에 작동한다. 전복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차량 전체를 덮어 탑승자가 차량 밖으로 이탈하는 사고를 막는다.

에어백 장치는 자동차와 파노라마 선루프의 접합 부분에 부착했다. 전복 사고로 차량 회전각의 변화가 발생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인플레이터(에어백 가스 발생 장치)가 선루프 내부에 장착된 에어백을 뒤에서 앞으로 전개한다. 마치 측면 충돌 사고 시 창문을 따라 길게 펼쳐지는 커튼 에어백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 전개 시험.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어떤 업체도 아직 파노라마 선루프용 에어백을 양산 차량에 적용하진 못했다. 선루프 에어백은 일반 에어백보다 복잡한 구조를 지녀 기술 난이도가 높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간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선루프 에어백 개발에 힘썼지만 선루프 제조 시 에어백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선루프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을 때 각 상황에 맞게 에어백을 작동해야 하는 기술 부문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해결하고자 실차 실험과 내열·내진동 등의 신뢰성 검증을 수차례 거듭했고, 결국 양산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 개발 과정에서 총 11개의 특허도 출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난 6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적 규모의 차량 안전 학회에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발표했는데 미국 도로교통 관련 주요 기관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면서 “프리미엄 SUV 차종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첨단 에어백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 선루프 시장, 2022년에 12조 시장으로 확대

현대모비스는 왜 세계 최초로 이걸 개발하려고 공을 들였을까.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P&S마켓리서치는 2015년까지 세계 선루프 시장 규모가 약 6조원(약 53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매년 11%씩 성장해 12조5000억원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선루프 성장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안전이라는 부분에 소비자 수요를 맞췄다. 물론 개발 계기는 이같은 선루프 성장 트렌드를 잡기 위함이지만, 선루프를 장착한 차량 운전자의 안전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루프를 옵션으로 부착하는 일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옵션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소음이 심한 문제도 있었다. 사후 관리가 까다롭고, 선루프 접촉면에 녹이 스는 문제가 생기는 등 장기적인 차량 컨디션을 보아서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30년 넘게 자동차를 정비해온 한 차량 정비사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사고가 났을 때나 차량 전복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특히 주행 도중에 갑자기 선루프가 깨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 안전 자체 문제도 계속해서 제시됐다”고 말했다.

뉴욕 소비자협회에서 발표한 ‘2018 컨슈머 리포트(2018 Consumer Reports)’ 조사에 따르면 선루프가 주행 도중 터지는 일이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다. 사고는 고속도로를 주행 중이거나, 시골길, 주차된 상태에서도 발생했다.

▲ 자료=2018 컨슈머 리포트

199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선루프 사고 통계를 보면 총 사건 수는 643건이었고, 이 중 현대차는 119건으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차 다음 포드가 85건, 닛산이 82건으로 사건 수가 많았다. 차량 모델을 두고 봤을 때는 도요타에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했던 사이언 tC가 119건, 현대 벨로스터 85건, 기아 소렌토 82건 순이었다.

이러한 통계를 보았을 때 현대차에서 차량 부품 군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가 선루프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결국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행 중 파손문제는 아직 완벽히 해결되진 않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 파노라마 선루프는 현재 전복사고 당시 상황을 우선 고려하여 개발한 기술”이라며 “주행 중 선루프 파손 여부에 따라 에어백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