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알리윈 개발자 회의에서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해 관심을 모았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에 나온다. 마윈 회장은 "전자상거래는 신유통의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정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다. 하나는 기존 전자상거래 인프라가 완전한 변혁을 통해 일종의 퀀텀점프를 시도할 것이며, 그 연장선에서 알리바바는 새로운 전자상거래의 재정의를 기점으로 종합 ICT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각오다. 특히 후자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알리바바의 다중포석이 촘촘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16일 인공지능 자회사를 설립한 대목부터 살펴보자. 법인명은 알리바바 슝안 인공지능과기유한회사며 이 회사는 중국 허베이성에 설립된다. 단기적으로는 핀테크와 물류 인프라 기반의 통합 거점 서비스를 위한 실험적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열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실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사랑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윈 회장이 지난 11일 클라우드 개발자 축제인 윈치대회에서 다모 아카데미 설립 계획을 밝힌 게 단적인 사례다. 마윈 회장은 3년 동안 150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청사진까지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5개 나라 7개 도시에 2만5000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비롯해 양자컴퓨팅, 머신러닝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티몰 지니 X1까지 출시한 상태에서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로드맵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알리바바가 인공지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알리바바의 체질이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출발해 클라우드, O2O, 핀테크, 플랫폼 사업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초연결 인프라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전자상거래를 넘어선 신유통 시대, 즉 물류 거점의 개념까지 포함한 광의 개념을 단숨에 연결할 수 있는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클라우드. 글로벌 시장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시잠 점유율이 3.0%에 불과해 부동의 1위 아마존이 확보한 44.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 내 클라우드 시장을 석권한 상태에서 지난해 무려 12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원만하게 풀어가기 위한 장치이자,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알리바바의 기본취지에 부합되는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초연결 플랫폼 사업에서 최강의 무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앤트파이낸셜을 비롯한 핀테크 시장의 인프라와 중국 간편결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알리페이의 존재감은 빅데이터의 역량 강화로 연결된다. 여기에 O2O 플랫폼을 키워 이를 데이터로 녹여낼 여지도 있다. 알리바바가 최대주주인 중국 배달앱 어러머가 바이두의 와이마이를 인수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참고로 알리바바는 지난해 중국 자동차 온디맨드 업계의 강자인 우버 차이나를 밀어낸 디디추싱에도 투자한 상태다. 핀테크와 O2O, 온디맨드는 모두 이동의 플랫폼이자, 빅데이터의 보물창고다.

여기에 기본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노하우가 연결되어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빠르게 그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 7월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자국 인공지능 산업규모를 크게 늘리는 한편 중국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국인공지능산업발전연맹(AIIA)도 정식으로 발족시켰다. 미국과 더불어 인공지능 양대산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이러한 제반 조건은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로드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마트제조 2025 등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다양한 산업에서 알리바바가 가지는 운신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은 반도체에서 글로벌 챔피언을 키우는 것에 실패했다"면서도 "7억3000만명에 달하는 온라인 인구는 중국 인공지능 발전에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정부의 개인보호법이 미국보다 약하다는 점도 인공지능 개발에 유리한 점"이라면서  "중국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평가했다. 그 중심에 다양한 기업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를 품은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속도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