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은 계속 줄고 있는데 쌀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삼시 세 끼 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식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수 년째 집 밥 먹기가 정부와 시장 차원에서 홍보되고 있고 쌀 가공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쌀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려면 근본적으로 쌀값 인하를 통해 다양한 응용 식품이 나오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올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김제 평야의 벼(출처=케이머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쌀 가격은 지난해보다 20% 올랐다. 쌀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쌀 예상생산량(통계청 기준)은 395만 5000톤이다. 예년보다 약 5.8% 감소한 수치다. 시장에서도 이 추세가 반영돼 19일 기준으로 쌀은 상품(上品 20킬로그램이 3만 4800원이다. 지난해의 2만 9000원보다 20% 오른 수준이다. 농경지 면적 감소로 인해 쌀 생산량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과다생산’ 추이가 앞으로 10년 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달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기 위한 물량 37만 톤과 공공비축미 35만톤을 매입했다.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측은 “정부의 쌀 수매를 통한 가격 안정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식단 다양화, 다이어트 추세 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정부는 최근 3년간 ‘집밥 먹기 운동’ 홍보에 열을 올리며 쌀 소비를 지원하고 있다. ‘집밥 백선생’ 등 밥을 활용한 간단한 반찬 레시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가 하면, 백화점 푸드코트와 호텔 등에서도 밥이 핵심 메뉴인 한식당을 다시 개장하고 있다. 과거 반상차림보다 조금 축소된 한 상차림도 인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농업인 단체장은 “집밥은 쌀 소비라기보다는 편안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뜻하는 대명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장은 “식음료 소비 트렌드에서 가장 비중이 큰 20~40대 계층에서 쌀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요를 회복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쌀 산업 전문가인 정광호 아이비스 대표도 “쌀 소비 감소는 시장 자체의 판도가 변한 것이지 일시적인 수요 변동이라고 보기 어려워 단순 홍보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쌀 가공품 시장 지원 정책도 문제다. 떡류, 장류 등 소비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품목 위주로 개발 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고,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부족하다. 정광호 대표는 “국내 쌀 가공품 시장을 키우려면 원료인 쌀값 가격이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 대표는 “쌀 가공 산업을 육성하려 해도 원료가 비싸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진출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당장 힘들어도 가격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농가와 농업경영체들이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주장했다.

이헌목 우리농산물품목조직화지원그룹 대표는 “가공용 쌀을 정부가 싸게 공급하려 하지만, 용도 제한이라는 문제가 있고 싸게 가져 간 쌀을 다시 비싸게 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표는 “쌀값 가격 자체를 자꾸 염려할 게 아니라 쌀과 관련된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