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중동 우려에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유가는 앞으로도 중동 산유국을 비롯한 ‘취약한 5개 석유국’ 생산 감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의 산유량이 줄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0.6%(33센트) 오른 배럴당 51.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2월 인도분도 배럴당 0.89%(51센트) 뛴 57.74달러에 거래됐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브렌트유는 60달러를 시야에 넣고 상승을 위한 체력을 비축중이라는 평가 역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쿠르드자치정부(KRG)가 분리·독립을 둘러싸고 이라크 정부와 충돌을 빚고 있는 가운데 쿠르드자치정부에서 터키 송유관으로의 원유 공급이 기존 하루 60만 배럴 수준에서 21만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이 당일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면 중동 불안은 유가에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원유 관련 정보 제공업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날 취약한 5개 석유국가들은 앞으로도 공급 차질로 국제 원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씨티은행은 최근 ‘취약한 5개 석유국가들’은 앞으로도 공급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씨티가 지목한 취약한 5개 석유국가는 이라크와  이란과,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그리고 베네수엘라다.

이라크는 이미 쿠르드자치정부와의 갈등으로 수출이 이미 감소했다. 이라크는 22일께면 산유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과는 미지지수다.

이란은 원유수출이 기로에 서 있는 산유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불인정하겠다며 공을 의회에 넘긴 터라 미국 정부의 핵협정 파기 후 미국이 제재에 나설 경우 원유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핵협정 이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은 하루평균 100만배럴이 감소했다. 물론 이란 핵협정 참여국들이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과거와 같은 전폭지지를 얻어 이란 원유수출을 봉쇄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란은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 감산합의에 참여하지 않는 OPEC 회원국들이다. 두 나라나는 감산합의가 이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산유량을 늘려 국제유가 상승을 막는 주범으로 찍히기도 했다. 원유 판매 수입에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 유가 변동에 대단히 ‘취약한’ 이들 5개국은 감산합의가 재연장된다면 경제가 더욱더 취약성을 보일것으로 판단된다.

OPEC 감산합의를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산유국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감산합의를 내년 말까지 재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위해 안정된 유가가 필요한 상황이라 유가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감산합의의 재연장을 바라고 있다. 유라시아그룹과 같은 일부 컨설팅회사들은 사우디가 “생산공유협정을 체결을 원할 것인데 이는 감산합의 연장 압력을 추가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기자 브리핑에서 “감산합의가 내년 말까지 이행돼야 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유가 상승의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OPEC 주도 감산합의가 재 연장된다면 감산합의 면제국인 아프리카 양대 산유국은 물론 감산합의에 참여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도 불가피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감산합의가 재연장된다면 미국의 산유량과 재고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 18일 발표에 따르면, 13일로 끝난 한 주 동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840만배럴로 그 전 주에 비해 11% 줄었다. 미국의 산유량은 2014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 유전지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네이트 탓에 유전이 폐쇄된 탓이었다. 원유재고량은 570만배럴 줄어 4억5649만배럴을 기록했다.

유가는 이래저래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지만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셰일밴드’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배럴당 60달러라는 ‘문턱’을 유가가 넘으면 셰일 오일 생산을 촉발시켜 시장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셰일밴드’라는 말을 만드는데 일조한 올리비에 제이컵(Olivier Jacob) 페트로매트릭스 분석가는 지난 18일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내션타임스(FT)에 “원유시장은 셰일오일밴드에 겁을 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리비에 분석가는 “OPEC과 러시아 석유기업들은 배럴당 60달러는 현재로선 좀 과하며 셰일오일을 더 새산하게 할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들은 이걸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