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가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이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데다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제품이 필요해 복합제의 시장성은 밝다는 전망이다. 5년 사이에 당뇨병 환자가  20% 늘어난 현실을 감안하면 복합제 개발은 당뇨병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복합제를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LG화학, 유한양행, 대웅-CJ헬스케어, 비씨월드제약, 제일약품 등 6개사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것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 18일 제미로우(성분명 제미글립틴/로수바스타틴)을 출시했다. 제미로우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제미글립틴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한 제품으로 지난 7월 50/5mg과 50/10mg, 50/20mg 세 가지 용량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LG화학이 지난 2012년 출시한 국내 첫 당뇨신약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는 지난해 국산 신약 최초로 매출 500억원을 돌파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유명하다.

제미로우의 장점 중 하나는 경제성이다. LG화학에 따르면 두 약물을 각각 복용한 환자가 제미로우 로 교체하면 기존 보험약가의 25%이상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수바스타틴 용량 중 가장 빈번하게 처방되는 10mg과 제미글로를 각각 복용하면 30일 기준 총 보험약가는 최대 4만2360원이지만, 제미로우로 바꾸면 한 달 보험약가는 3만1200원으로 1만1160원이 줄어든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이날 “제미글로, 제미메트SR과 더불어 이번 제미로우 출시로 LG화학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복합제 개발 중인 국내제약사.출처=각 사 자료 취합

LG화학 외에도 현재 유한양행(로수바스타틴/메트포르민), CJ헬스케어-대웅(아토르바스타틴/메트포르민), 비씨월드제약(로수바스타틴/메트포르민), 제일약품(로수바스타틴/메트포르민)이 복합제 시장에 가세했다.

개발 단계로는 대웅과 CJ헬스케어가 허가를 신청해 LG화학에 이어 가장 빠르다. 이어 유한양행이 임상 3상, 비씨월드제약 임상 3a상, 제일약품이 임상 1상 시험 중이다.

LG화학을 비롯한 6개 제약사가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복합제 개발을 시작한 것은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겪는 환자가 많아 복합제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당뇨병 환자의 50% 정도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면서  “복합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은 만성질환으로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나면 환자들이 약을 잘 먹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 복합제는 당뇨병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약물을 한 알로 줄여 환자의 복약순응도(환자가 약물을 잘 복용하는 정도)를 크게 늘리는 데 기여한다.

김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 이 환자들의 예후는 약을 얼마나 잘 복용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환자들에게 365일 약을 꾸준히 먹으라고 해도 최소 약물이 몸에 제대로 작용을 할 수 있는 기간인 8개월을 넘기는 환자도 적어 의사 입장에선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여러 약물이 한 알로 합쳐졌을 때 약효가 저하되는 등의 문제는 없을까. 예를 들어 기타 산업군에서는 2in1(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묶은 제품)이 두 가지 기능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들을 때가 많다. 그러나 김 교수는  두 가지 약물이 복합제로 합쳐진다고 해서 약물 효능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복합제를 한 가지 약이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거라고 보는 건 적절하지 않고 그냥 두 가지 약을 한 알에 합쳐놨다고 보는 게 맞다. 이들 성분이 각각 제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보는 당뇨병 복합제의 시장 전망은 초록불이다. 김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데 이에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도 동시에 늘어나니까 이런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올리기 위해 복합제가 꾸준히 개발될 것 같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이 같은 복합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5~10년 주기로 당뇨병 신약이 나오면 이 같은 신약과 다른 동반질환 약물을 합쳐 또 다른 복합제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269만명으로 2012년 222만명에서 21% 증가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당뇨병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커지는 당뇨병 복합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