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취임 4개월째’를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무위원석에서 일어나 있는 채로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렸다가 의원들이 다 입장한 뒤 자리에 앉았고, 가끔 웃기도 하는 등 시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거듭된 의원들의 지적과 사과에 ‘사과상조’라는 다소 굴욕적인 발언을 듣는 등 진땀을 빼는 일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과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제민주화론에 대해 ‘낡은 시대의 접근법’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한 자기 발언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었다. 죄송하다”고 인정했다. 또 정보유출자를 찾아내기 위해 직원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한 것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연이은 사과 발언에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과 상조’라는 말을 들어 봤나”라며 “진정성 없는 사과는 그만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국감은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예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감위원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취임 후 많은 대책들을 제안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면서 그의 향후 계획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내주 ‘전관예우 대책’...12월 ‘하도급거래 종합대책’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정위 OB(퇴직자)가 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재취업하는 전관예우 문제을 질타했다. 

정무위 의원들은 “현직·퇴직자와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 심결에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퀄컴의 변호를 맡은 로펌에 취업,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퇴직자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관련 대책을 다음주께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오는 12월까지 하도급 ‘갑질’을 근절을 위한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내달 중으로 기계업종 등을 대상으로 한 대금 미지급, 부당 단가인하, 기술유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작한다. 또 전시·행사분야 광고업 등 사용률이 낮은 용역업종 8개 표준계약서를 수정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4차 산업 분야의 불공정한 인수·합병의 규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과 개인 고발 활성화를 위한 고발지침 개정안도 나온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대책에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다수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대한 외부 신뢰를 높이기 위한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정리한 중간보고서는 이달 말 발표된다. 중간보고서에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방안, 과징금 수준 조정, 사인의 금지청구,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속고발제 개편 등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가습기살균제·생리대·언락폰 등 줄줄이 재조사 예고

가습기살균제와 생리대 독과점 문제 등 공정위 조사 결과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의원들은 공정위가 애경·SK케미칼·이마트 등의 가습기 살균제 광고가 기만적 광고였는지에 대해 ‘심의종결’로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는 12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남용 여부에 대해서도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전반에서 공정위 수뇌부가 외압을 가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12월 중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에 대해 재조사를 시행하고, 이달부터 2달 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과정에서 조사절차와 내용이 적정했는지 평가하기 위한 사건처리 평가 특별팀(TF)을 운영한다”고 답변했다.

공정위 측은 생리대 독과점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면밀한 검토 역시 진행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유한킴벌리의 가격남용 여부 확인을 위해 가격 관련 자료·유통구조를 면밀히 검토한 후 완료되는 대로 신속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무약정폰(언락폰) 가격 담합 혐의를 포착해 현재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을 악용한다면서  “언락폰을 약정폰보다 약 10%정도 높은 가격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0월부터 이미 언락폰 담합에 대한 이통사와 제조사 모두 현장조사를 했다”면서 “수집된 정보를 기초로 엄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의 불공정행위 문제에 대한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 모바일 광고의 위법 여부에 대해 “네이버의 검색정보와 광고정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조치가 모바일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제점이 있다”면서  “위법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량 부족과 문제점이 있는 기업 조사에 따른 불투명한 결과, 또 무리한 대기업 때리기 정책 등에 대해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내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강화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