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이 출시 한 달을 맞이한 현재 국내에서 일 평균 최대 2만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장조사기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기준 상위 10개 스마트폰 모델에서 갤럭시노트8은 1위와 2위, 5위를 석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내 사전판매량만 85만대를 기록하며 갤럭시노트7의 40만대 성적을 껑충 뛰어넘은 상황에서 갤럭시노트8의 기세를 꺾을 스마트폰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LG전자의 LG V30이 의미있는 성과를 노리며 북미에 이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은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X와 아이폰8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리며 갤럭시노트8의 기세를 일정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 출처=삼성전자

외산폰, 노트8 정점에서 게릴라 전투 벌이나?
서울 시내 주요 스마트폰 판매점을 돌아본 결과 갤럭시노트8의 인기는 '브레이크'가 없다. 신도림 매장에는 대부분 갤럭시노트8 판촉을 알리는 소식판들만 즐비하고 서울 시내 주요 매장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심지어 한 매장 직원은 "갤럭시노트8이 워낙 유명해서 어떤 날에 다른 모델 입간판을 세워두면 스마트폰을 구입하려고 매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다"며 "갤럭시노트8로 시장이 꽉 채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갤럭시노트8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서울 여의도 매장의 직원은 "가계통신비로 사람들의 삶이 어렵다는 뉴스를 자주 보는데, 현장에서는 쉽게 체감할 수 없다"며 "젊은층도 갤럭시노트8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꺼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폰X가 연말, 혹은 약간 일정을 당겨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가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갤럭시노트8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갤럭시노트8의 인기에 대해 판매 현장에서 이견의 여지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다만 일부 매장에서 갤럭시노트8로 흘러가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하겠지만, 일정정도 시장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을 꼽는 분위기가 있어 눈길을 끈다. 애플의 아이폰X, LG전자의 LG V30도 강력한 플레이어지만 외산폰의 반격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현장에서 분명히 들을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와 애플이 각축전을 벌이며 다른 외산폰은 경쟁 자체를 꺼리거나, 혹은 의미없는 수준의 영향력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물인터넷 사업을 청산하며 사실상 재기불능에 빠진 팬택도 IM-100을 출시하며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기존 강자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하물며 화웨이나 소니와 같은 스마트폰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이유로 갤럭시노트8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세등등한 위세를 보여주는 지금, 외산폰이 일종의 게릴라전을 펼치며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판단이다. 다만 외산폰의 반격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술적 한계에 따른 사용자 경험의 더딘 진보, 글로벌 시장의 추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출처=소니

세 가지 논리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갤럭시노트8은 100만원을 넘겼고 아이폰X도 1000달러(약 113만원)를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보폭을 맞춰야 하는 사용자 경험의 진보가 더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갤럭시S8을 출시하며 베젤리스 디자인, 물리버튼 제거 등 새로운 하드웨어 사용자 경험을 보여줬으나 갤럭시노트8은 갤럭시S8과 비교해 진일보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플도 아이폰 10주년을 맞이해 OLED의 아이폰X를 공개했으나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이 끝난것이 아니지만, 최소한 사용자 입장에서 전작과 비교해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상향표준화에 따라 기술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치가 가격만큼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IT 컬럼리스트인 로빈 스트라이드는 이를 두고 "기술상향표준화에 따른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역설"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가성비가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이길 수 없으나, 지금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폼팩터 한계가 명확해지며 '누구나 비슷한 하드웨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가 왔다.

일각에서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다'는 말로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정의하지만, 이 역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로빈 스트라이드의 평가다.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라이벌과 비교해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샤오미로 대표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실험이 1차 임팩트라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가격은 올리면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자 중저가 스마트폰이 다시 각광을 받는 지금을 2차 임팩트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의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메이트 시리즈라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전개하며 삼성전자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의미있는 성적을 올리는 중저가 라인업도 대거 보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 인상이 중저가 스마트폰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추이가 기술상향표준화의 바람을 타고 중저가 시장으로 좁혀지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아직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위는 삼성전자지만 중국의 화웨이가 애플을 바짝 추격하며 2위 쟁탈전을 벌이는 부분이 중요한 이유다. 화웨이는 메이트 시리즈가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전체 점유율로 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애플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출하량 기준인데다 중저가 라인업에만 국한되어 있어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화웨이가 애플을 추격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분위기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도 이식될 수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변수다. 물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편 관련 법안도 발의되고 있지만 당장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실시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추후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탄력을 받으면 대부분 완전자급형태로 유통되고 있는 소니 스마트폰의 경우 상당한 호재가 예상된다.

▲ 출처=삼성전자

이미 몸풀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메이트9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으나 올해에는 중저가 라인업인 P10 라이트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P10 라이트는 최대 50만원에 불과한 출고가로 무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소니는 지난 17일 프리미엄 컴팩트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를 정식으로 출시한 상태다.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는 소니스토어를 비롯해 SKT 티월드다이렉트, KT 올레샵,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과 전국 주요 백화점 및 소니 대리점 30개점, 이마트가 운영하는 디지털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의 전국 14개점 내 소니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샤오미는 연내에 2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하고, 심지어 중국의 러에코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내에 스마트폰 판로를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높은 가격에 대한 반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이탈한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적절하게 이식한다면, 나아가 적극적인 판로개척에 이어 단말기 완전자급제라는 호재까지 겹친다면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평가가 단기간에 무너질 리 없겠지만, 의미있는 변화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시작은 화웨이와 소니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중국을 비롯한 외산폰 제조사들의 국내 판로 개척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