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작가가 벌교 꼬막의 맛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벌교 꼬막은 빨간 육즙인 핏물이 풍부하고, 살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사람들은 벌교에 다녀오면 하나 같이 “꼬막 먹으러 간 것이냐”라고 묻는다. 그만큼 벌교 꼬막은 맛으로써 꼬막의 고향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벌교는 기름진 갯벌을 지니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모래 황토가 섞이지 않은 차진 진흙 펄이다. 꼬막이 건강하게 자라기 최적인 환경이다. 그리고 이 펄을 ‘여자만’이라고 부른다. 꼬막도 청정해역인 벌교 일대 여자만에서 가장 많이 난다.

서울에 이 여자만에서 자란 꼬막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음식점이 하나 있다. 이 음식점은 이름도 그대로 가져와서 ‘여자만’이라고 지어 꼬막을 비롯한 여러 남도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 종류

우리나라 남도 제철 음식

▲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여자만'. 안국역 6번 출구와 가깝고, 인사동 쌈지길에서 찾기 쉽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2. 위치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4길 13

연락처 : 02-723-1238

영업시간 : 평일 11:00 ~ 22:00, 주말 11:00 ~ 21:30

메뉴 : 모듬회(계절회) 中 5만원, 大 8만원, 벌교참꼬막 4만원, 양념참꼬막 4만5000원, 양념새꼬막 3만원, 꼬막무침 3만원, 국산홍어삼합 5만원(반 3만원), 보리굴비 2미 3만원, 3미 4만5000원 등.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 입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3. 상호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여자만’은 영화감독이었던 이향래 대표가 운영한다. 이 대표의 가족은 여자만이 있는 고흥이 고향이다. 이 대표는 “영화감독으로 일하면서 전국 곳곳의 특산물을 찾아다녔으나 꼬막만한 음식이 없었다”면서 “가족의 고향이 고흥이다 보니 자연스레 꼬막을 비롯한 남도 음식을 메뉴로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이 와중에 상호명을 ‘여자만’으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자만에서는 해마다 700여 어가에서 연간 약 3000t의 꼬막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여자만을 둘러싼 고흥과 벌교는 꼬막으로 연간 100억원의 지역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경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4. 경영철학

여자만의 경영철학은 따로 있지 않다. 여자만을 찾은 <이코노믹 리뷰>가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그냥 맛있게 먹고 즐기다 가는 곳으로 여자만을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자만을 작한 이 대표가 가게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이 대표는 가족이 찾아와 편히 쉴 수 있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직장인들이 하루를 흘려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게를 차렸다. 이에 고객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고 직원끼리도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심지어 이 대표는 여자만에 근무했던 직원 중 한명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가게를 따로 내 주기도 했다.
 

5. 주메뉴

이름이 여자만인 만큼 이곳의 주메뉴는 꼬막이다. 가게에는 벌교참꼬막과 양념참꼬막, 새꼬막과 꼬막무침 등을 판매한다. 여자만은 보통 3~4년 이상 자란 남도 여자만 꼬막을 사용한다. 여기서 자란 꼬막은 알이 굵다는 특징이 있다. 육질은 손으로 만지면 오므라들 정도로 싱싱해 쫄깃한 맛이 으뜸이다. 새꼬막 맛도 씹힘이 좋고 맛도 고소하다.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의 주메뉴 중 하나인 '양념새꼬막'(가격 3만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여자만의 ‘보리굴비’도 꼬막에 견줄 만한 제법 맛이 좋은 메뉴다. 여자만은 전남 법성포 해풍을 이용해서 말린 굴비를 직접 받아 쓴다. 해산물 특유의 짠맛이 주를 이루지만, 생선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과 조리를 통해 단맛도 살짝 가미했다. 짠맛과 고소한맛, 단맛 세가지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보리굴비와 녹차물이 같이 제공되는데, 녹차물에 밥을 말아 굴비를 얹어 먹으면 비린맛과 짠맛이 적다.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의 주메뉴 중 하나인 '보리굴비'(가격 2미 3만원, 3미 4만5000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삼합은 일반 음식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여자만에서 판매하는 삼합도 마찬가지다. 홍어와 돼지 수육, 묵은지가 제공된다. 하지만 재료가 조금 다르다. 홍어는 ‘여수 삼합’으로 유명한 여수에서 재료를 직접 공수한다. 홍어는 많이 삭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남녀노소가 먹기 쉽다. 돼지 수육도 국산 돼지만 쓴다. 묵은지도 대표가 직접 담근 묵은지로,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의 주메뉴 중 하나인 '국산홍어삼합'(가격 5만원, 반 3만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6. 맛의 비결

여자만의 꼬막은 특별한 조리법이 없다. 그저 삶아 나오는 게 전부다. 다만 꼬막은 뜨거운 물에 삶을 경우 쉽게 오므라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꼬막 삶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서 여자만의 꼬막이 쫄깃한 이유를 비밀로 감췄다.

보리굴비는 쌀뜨물에 여러 향신료를 넣고 소나무 솔잎을 굴비와 함께 쪄서 내놓는다. 소나무 솔잎을 함께 찌는 이유는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함이지만 솔잎 향이 그윽이 배어 있어 맛과 향이 고급스러워진다.

삼합은 묵은지가 맛에서 큰 역할을 한다. 묵은지는 이 대표가 남양주 별내에 직접 만들어 둔 김치 보관 창고에서 꺼내온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5년이 넘었다고 한다.
 

7. 특별한 서비스

여자만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가게 직원들이 친절할 뿐만 아니라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여자만의 가장 큰 특징은 판매되고 있는 메뉴가 아니더라도 손님이 미리 주문만 한다면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전날 주문해 단체 식사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 대표는 “가게를 특별히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다만 여자만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누구나 편하게 식사하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여자만의 재료는 대부분 현지에서 공수해온다. 참꼬막은 여자만에서, 새꼬막은 여자만에 있는 여자도에서 주로 공수해 온다. 보리굴비는 중국산을 쓰지만 전남 법성포 해풍을 이용해서 직접 말린 것을 사용한다.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여자만' 내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여자만'

여자만을 찾은 한 손님은 음식 맛에 대해 묻자 “가게 첫인상은 고향에 온 느낌”라면서도 “음식 맛을 보면 집안이 생각나는 편안함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전라도에서 왔다는 4명의 단체 손님은 “남도의 맛이 음식에 그대로 전해져 있다”면서 “여기나 전라도나 크게 차이 없지만, 맛의 세기가 조금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자만은 재료는 남도에서 공수하지만 조리 방법은 오랜 서울생활을 했던 이 대표가 직접 연구해 현지와 조금 맛의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