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보험금 ‘늑장지급’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5년간 상반기에 늦게 지급된 보험금 규모는 14조원에 달했고, 지연 지급 건수로는 무려 1491만 961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 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 지연 지급 비율이 높은 곳은 신한생명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에서는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1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통해 지난 5년간 전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늦게 지급한 보험금이 13조 897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생명보험사 지연지급액은 8조 7932억원, 손해보험사 지연지급액은 5조 1044억원으로 둘이 합쳐 14조원을 육박하는 금액이 보험 고객에게 뒤늦게 지급됐다.

보험금 지급 기준은 금융감독원이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금감원 표준 약관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보험금 지급사유의 조사나 확인이 필요한 때에는 생보사의 경우 10영업일 이내, 손보사의 경우 7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

그러나 생보‧손보사 모두 약관에 정해둔 시한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생보사의 경우 11일이 지난 후 지급된 경우가 지난 5년간 126만 2820건에 달했고, 손보사는 무려 1365만 6799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 최근 5년간 상반기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의 사고보험금 지급현황. 출처=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금융감독원

삼성, 생보‧손보 모두 늑장지급 건수 가장 많아

삼성계열 보험사들은 그중 논란에 휩싸여있다. 채 의원은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 “삼성은 생명과 화재 모두 늑장지급 건수가 가장 많다”면서 “삼성이 의료자문을 구실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반기 삼성생명의 지연지급 건수는 35만 9564건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중 지연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이 22만 4331건으로 2위에 올랐고, 한화생명(16만 6211건), 라이나생명 (10만 8375건), 신한생명 (6만 222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최근 5년간 상반기 지연 지급 건수가 293만 7502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부화재가 227만 6777건으로 2위에 올랐고, 현대해상(189만 8871건), KB손해보험(181만 955건), 메리츠화재(96만 9141건) 순으로 지연 지급 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상반기 보험급 지연 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생보사는 삼성생명, 손보사는 삼성화재라고 주장했다. 출처=위키미디어

지급 지연 비율로 따지면 생명보험사에서는 신한, 손해보험사에서는 롯데가 1위에 올랐다. 박찬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생명보험사 중 지급 금액기준 지급지연율 1위는 신한생명으로 나타났다. 신한생명은 전체의 44.6%에 해당하는 938억원의 보험금을 늦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나생명(32.4%), 교보생명(29.6%), 현대라이프(25.1%), 흥국생명(23.3%)등이 뒤를 이었다.

손해보험사 중 지급금액기준 지급지연율 1위는 롯데손해보험으로, 전체의 31.6%에 해당하는 316억원의 보험금이 늦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손해보험(24.7%), 한화손해보험(24.3%), 동부화재(20.6%), 삼성화재(19.8%)가 뒤를 이었다.

채 의원은 “보험사기 근절을 요구하는 보험사가 정작 고객에게 보험금을 늦게 지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보험금 지급 지연율이 높은 보험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업계는 ‘고의성 의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늦게 지급할 경우 늦는 일수마다 가산이자가 추가로 붙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약관이 정한 지급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고의로 보험금 지급을 미룰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보험사와 고객 간 지급 분쟁이 있는 경우 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급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경우 전체 지급건수가 워낙 많다보니 지연 지급 건수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보업계 관게자는 “무분별하게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요율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라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심사를 엄격히 하고 신중하게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회사 규모로 보면 절대 건수가 많다보니 지연되는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생보사‧손보사 업계 1위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