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워치 메이커들에게 자사의 매뉴팩처에서 만든 무브먼트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매뉴팩처의 기술 수준은 물론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위상이 갈리기 때문이다. 매뉴팩처들이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계를 구매하고 접하는 사람들에게 무브먼트는 가깝고도 먼 존재다. 어려운 용어는 물론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원리는 얼른 이해하기 어렵다. 복잡하기만 한 무브먼트 이야기를 시계 전문 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이 최대한 쉽게 풀어서 전하고자 한다.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제니스 칼리버 ZO 342.

▲ 일오차 ±0.3초에 불과한 ZO 342. 출처=제니스
▲ 단일체 오실레이터를 탑재한 ZO 342. 출처=제니스

언제나 제니스는 혁신을 브랜드 모토로 삼았다. 과거에도 경쟁사 보다 나은 기술력 확립을 위해 매뉴팩처의 구조 변경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고 다양한 협업으로 진화했다. 제니스의 과거 혁신 사례 중 하나는 매뉴팩처를 재정립한 것이다. 창립자인 조르주 파브르 자코는 1865년 스위스 르 로클에 제니스 매뉴팩처를 설립한 뒤 시계 제작을 위한 부서를 모두 한 곳으로 불러 모으는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워치 메이킹은 물론 다양한 컴플리케이션과 메커니즘의 테스트가 한 곳에 원스톱으로 이뤄졌다. 이런 영향일까 제니스의 수상경력 역시 화려하다. 총 2330개의 상을 수상했고 1447개는 제니스가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만큼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게 됐다. 화려했던 과거를 배경삼아 최근 제니스가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일오차가 ±0.3초에 불과한 기계식 무브먼트를 만들어 낸 것.

이 무브먼트에 이름은 칼리버 ZO 342다. 일반적인 기계식 시계의 하루 평균 오차가 –4초에서 +6초인 것을 감안했을 때 대단한 수치다. 이런 수치가 가능한 것은 오실레이터에 있다. 데피 랩이 하루 오차 ±0.3초 수준의 정확한 시간을 전할 수 있는 비결은 새로운 오실레이터에 있다. 제니스가 연구, 개발, 제작한 새로운 오실레이터는 ±6도의 진폭으로 진동하며(전통적인 오실레이터의 진폭은 300도를 웃돔) 시간당 진동수는 15Hz에 달한다. 일반적인 오실레이터의 진폭이 약 300도임을 감안하면 굉장한 수치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진동수 역시 고진동이다. 고진동에 일가견 있는 엘 프리메로보다도 3배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오실레이터는 머리카락보다 얇고 섬세한 모노크리스탈 실리콘이란 소재로 만들어졌다. 단 0.5mm의 두께에 기존 부품들이 모두 담긴 덕분에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기능들이 현실화 된 것이다.

▲ 장 클로드 비버 LVMH 시계 부문 사장, 기 시몽 LVMH 연구 부문 CEO.(왼쪽부터) 출처=제니스

ZO 342의 장점은 단순히 진일보한 숫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30개 이상의 부품을 하나의 부품으로 줄인 만큼 유지 보수에도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 마찰이 없고 별도의 윤활유가 필요 없는 덕분에 소위 말하는 잔고장이 덜하다. 온도 변화, 중력, 자기장 등 기계식 시계의 천적에게도 강한 모습이다. 덕분에 ZO 342가 탑재된 데피 랩은 선공개된 자리에서 10점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장 클로드 비버 LVMH 시계 부문 사장은 ZO 342와 데피 랩 양산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데피 랩에 상용된 기술을 우리만 즐기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술은 꼭 상용화 활 것”이라고 특유의 위트와 함께 상용화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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