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집권 의사는 매우 치밀하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가 된후 아베는 지난 3월 당규를 개정해 총재 임기를 3기, 3년으로 개정했다. 2021년 9월까지 총리와 총재직을 겸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 대거 배출된 야마구치 출신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7세기 초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따르던 관서 지역 출신들을 굴복시키면서 에도막부가 전국통일을 이뤄내며 실권을 잡았다. 

에도막부에 반기를 들던 관서지역 다이묘(지방 실력가문)는 부인이나 자식들을 막부에 인질로 보내야만 했고 각종 국가행사 등에 동원되는 등 250여년 넘게 지독한 차별과 견제에 시달렸다. 19세기 중반 미국을 필두로 가해진 외세의 개항요구에 에도막부가 속수무책으로 휘둘리자 조슈(현재의 야마구치)와 사쓰마(현재의 가고시마)가 연합해 막부를 무너뜨리고 실제 통치권을 천황에 되돌리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1867년 10월15일에 이뤄냈다. 1868년에는 연호를 '메이지'로 정하는 유신을 단행면서 일본 근대화가 본격화하게 된다.

이후 사쓰마 지역은 정치제도와 인사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유신정권에 맞선다. 결국 조슈번이 중심지역이 돼 근대화를 추진하게 된다. 1889년 일본 헌법이 제정되고 1890년 의회가 수립되자 초대총리를 맡은 인물이 야마구치 출신이 이토 히로부미다. 메이지유신이 50주년이 되던 1918년에도 야마구치 출신인 테라우치 마사타케, 100주년인 1968년에도 아베 총리의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가 총리직을 맡았다. 

아베 총리는 이번 중의원 선거의 압승을 통해 유신 150주년이 되는 내년에 야먀구치 출신 총리의 위력을 드러낸다는 본색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8월 야마구치시에 가진 강연회에서 "최선을 다해서 메이지유신 150주년이 되는 2018년에도 야마구치 출신 총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지마 츠요시(小島毅)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 교수는 "유신 50년, 100년, 150년에 조슈출신이 총리를 맡아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른바 150년전의 조슈번 파벌정부의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종보부인 사토 에이사쿠 총리의 집권기간(2798일)과 20세기 초반 가츠라 타로 총리의 집권기간(2886일)을 넘어서겠다는 병적인 집착도 문제다. 아베총리의 임기가 2019년 11월을 넘기면 최장수 총리로 올라서고 집안에서 2명의 장수 총리를 배출한다는 진기록을 세우겠다는 야욕이다.

아베는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정권을 통해 개헌을 확실시할 수 있는 의원수를 확보한 후 내년에 ‘전쟁 포기’를 담은 일본 헌법 제9조의 수정과개헌에 나설 방침이다. 사실상 자민당 내부의 경쟁자도 없고 지리멸렬한 야당 세력으로 인해 선거 압승 가능성이 확실한 상황이다.

아베는 11월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일동맹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한미동맹을 하위구조로 다룰 공산이 높다. 트럼프와 이해관계를 사실상 동일시 하는  아베 총리 장기집권이 한반도에 드리울 그늘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