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 자본적정성을 규정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오는 2021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보험업계도 지급준비율을 낮출 수 있는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령을 명시해 계약만기일을 지정했던 보험상품들이 계약기간 위주로 바뀌는 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령에 따른 ‘세(歲) 만기’ 보험상품보다 계약기간을 명시한 ‘연(年) 만기’ 보험상품이 늘고 있다.  예컨대 특정 나이까지 보장을 담보하는 세만기 상품은 보통 100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0세 가입 기준 80년까지 비교적 장기간을 보장한다. 반면 계약기간이 있는 연만기 상품은 10년, 20년 등 상대적으로 단기 보장을 담보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비축해야 할 지급준비대금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고객들의 보험금 역시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한다.  

올 들어 달라지는 회계기준으로 보험회사의 ‘곳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업계와 당국이 달라지는 기준에 차근차근 대비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보업업계에 불고 있는 보업 상품 변화 바람  

삼성화재가 올 들어 선보인 운전자/상해보험 '안전운전 파트너', '안심동행' 2개 모두는 연만기 상품이다. 건강/실손보험 '태평삼대'도 5년,10년,15년 등 비교적 짧은 연만기 상품으로 구성됐다. 

KB손해보험이 올 들어 선보인 9개 상해보험 중 4개가 연만기 상품이다. 'KB당뇨케어건강보험', 'KB The드림365건강보험', 'KB아름다운상해보험', 'KB내마음아는암보험(2종)' 등은 보험기간이 10년,15년,20년 연 단위로 나뉘어있다.

동부화재 '스마트가정보장', 'New화재플러스보장' '참좋은종합보험(2종)', 현대해상 '기세당당건강보험', '가족모두생활보장보험'도 모두 올해 나온 연만기 보험상품이다. 

보험업계, “우려는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IFRS 17 도입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보험회사의 부채규모가 크게 늘어나 자본 잠식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부채 시가 평가로 인한 보험부채와 자본변동성이 커져, 업계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업계는 지나친 걱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생보업계는 지난해부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면서 부채 관리에 나섰다. IFRS 17이 도입되면 금리차가 큰 저축성보험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종신·정기·상해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생보사의 지급여력도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등 대형생보사의 지급여력은 300%를 상회한다.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3억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보험사의 경우도 금감원이 지정한 15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부채 자체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부채관리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까지 IFRS 17 관련 기준서가 나오지 않은 만큼, 성급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 역시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에는 자동차∙여행자보험 등 단기보험상품이 많기 때문에 장기 비축금이 많이 필요한 생명보험보다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괜찮다는 것. 다만 오는 2021년까지 약 4년여정도 남은 시점에서 새로운 상품 개발·판매 등 각 보험사 별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은 그렇지 않다”면서 “2021년 시행되는 IFRS 17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보험사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최근 금리 상승과 보험업계의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 자본확충 등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감독당국, IFRS 17 대비 연착륙 유도

금융당국은 유예 사안으로 보험사들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지난 2014년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제도 선진화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IFRS 17 도입에 대한 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선진화 로드맵에는 연결 RBC제도(보험회사 그룹 전체의 자본과 리스크를 포함해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 개선, 보험부채 듀레이션(잔존 만기) 확대 등 보험사의 부채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예조건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8월 IFRS 17 준비과정에서 보험사의 보험부채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거나 금감원 규제수준을 넘더라도, 금감원과 협력해 해당 보험사의 부채 추가 적립을 1년간 면제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 금융당국은 IFRS 17 도입을 앞두고 다양한 유예 방안을 둬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새 IFRS17, 무엇이 달라지나?

새 IFRS17의 핵심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 제도아래에선 보험을 가입한 시기의 ‘원가’로 평가해 보험부채를 작성했지만, 2021년부터는 현재 시기의 ‘시가’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보험부채란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갖고 있어야 하는 준비금으로,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의 경우 현재의 낮은 금리만큼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10%의 약정이율 상품을 팔았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10%만큼만 부담금을 준비하면 되지만, 새 기준으로는 10%에 시장금리와의 격차만큼을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한다. 시장금리가 3%라면 7%포인트, 2%라면 8%포인트를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 진행 경과.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용어설명 

IFRS 17이란? 국제회계기준(IFRS)는 국제 회계재정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만드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다. 보험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은 40여개의 IFRS 기준 중 하나로 보험과 관련된 회계처리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2017년 5월 발표된 IFRS 기준서는 오는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