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대 제약사 화이자(Pfizer)가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CH)의 미래를 고심 중이다. 회사는 분사 혹은 매각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열어뒀다. 그러나 매각 후 새로운 제약사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어 화이자의 결정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화이자는 10일(현지시각)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를 본사에서 분사하거나 판매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화이자의 주가는 0.19% 소폭 감소했다.

화이자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는 전문의약품(ETC)이 아닌 일반의약품(OTC)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영양제 센트룸, 두통약 애드빌, 립밤 챕스틱 등이 있다.

헬스케어 사업, 소비자 충성도 높지만 마진 낮아

화이자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는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34억달러(약 3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은 전문의약품보다 마진이 낮은 단점이 있지만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화이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총 528억달러(56조원)였으며 대부분의 매출은 전문의약품이 견인했다.

화이자는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의 매각까지 고려하는 이유로 이 사업부가 화이자의 핵심인 전문의약품 사업과 충분히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안리드 화이자 회장은 “소비자 건강관리와 우리의 핵심 사업인 생물의약품 사업은 강력하게 연관돼 있지만 동시에 충분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는) 회사 외부에서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여러 선택지를 고려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부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 매각가 ‘16조원’ 예상…스위스 ‘네슬레’ 관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업계전문가들은 화이자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가 매각가 약 140억달러(16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매수에 가장 관심이 있을 것으로 거론되는 회사는 스위스의 거대 식품 기업인 네슬레다. 네슬레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마크슈나이더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낼 것이며 매출액의 10%를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영국의 종합 생활용품 기업인 레킷벤키저, 우리나라엔 줄임말 P&G로 더 유명한 미국의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갬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미국 제약사 존슨앤존슨, 미국 제약사 애보트 등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부 매각 후 BMS 인수 ‘포석’?

갑작스런 화이자의 발표에 업계 전문가는 화이자가 사업부 매각 후 벌어들인 돈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화이자는 최근에도 수많은 M&A를 시도해왔다. 지난 2014년에는 처방약에 특히 강점을 가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2016년에는 보톡스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앨러간을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특히 앨러간과의 합병은 약 1600억달러(181조6000억원)에 이르는 제약 업계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M&A 대상자로 거론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암 치료제에 특화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다. BMS의 대표 제품은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이필리무맙),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다사티닙) 등이다. 이 중 옵디보는 고가의 면역관문억제제 중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옵디보의 지난해 전 세게 매출액은 약 4조원으로 2위인 미국MSD의 키트루다의 매출액 1조6000억원보다 크게 앞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 관계자는 화이자가 자사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를 매각한 후 BMS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답변했다. 

▲ 화이자가 자사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의 미래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한 직후 화이자의 주가는 소폭 감소했다.출처=구글

한편 화이자는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부의 미래 전략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인  미국 모건스탠리 등을 재무 고문으로 영입했다. 화이자는 내년 쯤 확실한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계획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