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이 물음은 정말 우문이다. 그 전쟁터는 한반도가 될 것이므로, 누가 이길지 관전할 마땅한 장소도, 지켜볼 시선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북미 간 말싸움과 위협은 이런 비이성적인 호기심까지 들쑤신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대로, 전쟁이 시작만 하면 미국이 압승할까. 실제 미국 최고 정치가들과 군부는 승리를 장담하고 있을까.

실제 미국 현대사를 보면, 미국은 전쟁 때마다 초반에는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다. 가까운 베트남 전쟁만 봐도 분명하다. 개전 초반 단숨에 월맹을 무찌를 듯한 기세였지만 전쟁은 장기화됐고, 고전 끝에 패배로 물러났다.

미국은 전쟁 때마다 ‘우수한 기술’을 과시하며 승리를 장담하며 위협했다. 그렇지만 실전에서 우수한 기술이 제 실력을 발휘한 적은 별로 없다.

우리는 그 유명한 ‘F4 팬텀’ 전투기를 기억한다. 베트남전에 본 모습을 드러낸 F4는 당시 가장 빠른 비행기, 가장 높은 고도로 올라간 비행기란 타이틀은 물론이고, 총신 여섯 개에 개들링 기관포, 공대공 미사일, 레이더 유도탄, 적외선 추적미사일까지 장착, 당대 최고의 기술을 망라했다.

반면 베트남 조종사들은 소련제 미그 21 비행기를 몰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훌륭한 전투기였지만 그 실력 차이는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달리기 경주를 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희한한 일은 실제 베트남 하늘에서 F4 전투기가 미그 21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압도 못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세하지조차 않았다. 1968년 초 3개월간 미군 조종사들이 미그 21을 9대 격추하는 동안 미군 전투기는 10대나 격추될 정도였다.

이런 개전 초 부진을 말끔히 씻은 전쟁은 1991년 2월 미국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응징하기 위해 개전한 ‘사막의 폭풍’ 작전. 미 육군은 전쟁 개시 100시간 만에 전투를 종료했다. 첫 전투가 너무나 성공적이었던 나머지 두 번째 전투를 벌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항상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던 미국군은 이라크 전쟁 이후에 비로소 전쟁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전쟁 초반 전투를 주도한 영웅 중에 한 명이 맥마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당시 28살의 지휘관이었던 맥마스터 대위는 탱크 9대를 이끌고 치른 ‘동경 73도선’ 전투에서 이라크군 탱크 57대, 보병 전투차량 28대, 경궤도 장갑차 11대, 트럭 45대, 방공포병 세 개 집단을 순식간에 격파한다. 이 전투는 단 23분 만에 끝났으며, 미군 희생은 한 명도 없었다.

미군이 이렇게 ‘전쟁의 신’으로 바뀐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이라크군도 베트남처럼 소련에서 무기를 공급받았고, 이 탱크도 미제 탱크보다는 못해도 세계 두 번째의 전쟁수행 능력을 보유한 탱크들이었다.

전쟁은 이렇게 기술로 이기지 않는다. 지리적 변수, 전투원들의 사기, 보급선, 심지어 날씨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기술은 어차피 이들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군의 실력이 이렇게 우수해진 것은 미군이 비행기 조종사, 육군 병사들의 훈련 방식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 공군조종사들은 한번 전쟁에 나가서 돌아올 확률이 50%도 되지 않았다. 절반이 신참 비행사였기 때문에 전투에 나가면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공군 전투기 훈련에 있었다. 같은 F4 비행기를 나눠서 한쪽은 아군, 한쪽은 적군으로 나눠서 공중에서 비행기를 몰았는데, 전투기가 너무 비싸다 보니 서로서로 충돌을 피하는 훈련을 하는 게 전부였다.

미군은 뒤늦게 훈련 방식을 바꿨다. 먼저 적군 비행기를 최고의 교관조종사들이 몰도록 하고 비행기 역시 적군 비행기인 미그 21을 채택했다. ‘가장 잘하는 적군’과 가상의 대결을 벌여서 이기는 훈련을 하도록 한 것이다. 교관은 항상 신참 머리 위에서 놀았고, 신참들은 훈련에서 매번 죽었지만, 실제 전투에 투입됐을 때 이들은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라크 전투에서도 미 육군은 비슷한 훈련을 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훈련 캠프에서 미 육군은 이라크 원주민으로 구성된 가상의 적군과 매일매일 전투훈련을 벌였다.

훈련병들은 이라크 주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매일매일 전투에서 경험하고, ‘내가 왜 죽었는지’ 복기하는 훈련을 거듭했다. 미군은 오프라인 훈련소에서 하던 이런 훈련방식을 디지털 가상현실로 바꿔 온갖 변수를 번번이 조정해가며 훈련하고 있다. 전쟁술은 이렇게 변해왔다.

북한과 미군 간에 충돌이 생긴다면,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전쟁은 기계 즉 미사일이나 전투기가 아니라 사람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전쟁을 앞두고 승리의 장담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쟁은 번번이 새로운 변수와 맞부딪힌다. 미국도 많은 준비를 했는지 모른다. 남한 출신이나 탈북자를 가상의 적군으로 운용하는 훈련도 열심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전쟁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 역시 전쟁 수행 능력이 없다. 이쯤에서 둘 다 서로를 무서워하고 장담을 그치기를 바란다. 전쟁의 관전평은 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