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제강소가 품질검사 자료를 조작했다는 이른바 ‘알루미늄 스캔들’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 스바루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고베제강소 제품을 사용하는 등 자동차와 항공기, 방산업체들이 고베제강소 제품을 널리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전 산업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주고 있다. 고베제강 알루미늄 제품을 쓴 자동차는 리콜될 수도 있어 사태 파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 고베제강소.출처=블룸버그통신

세계 2위의 에어백 제조업체인 다카타의 에어백 결함이 1400만대의 자동차 리콜 사태를 불러 일본 경제의 부활을 가로막은 데 이어 알루미늄 스캔들이 대규모 리콜로 이어질 경우 품질강국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과 국제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일본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베제강소 품질검사 자료 조작 인정은 사태의 신호탄

일본 3대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소의 우메하라 나오토 부사장은 지난 8일 도쿄 미나토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사 제품의 품질 조작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우메하라 나오토 고베제강소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대한 사안을 초래한 데 깊이 반성하고 걱정과 폐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고베제강소 측은 2016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출하된 알루미늄과 구리부품, 개스팅제품과 단조제품을 검사하는 중 조작사실을 발견했다면서 그동안 안전문제 보고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베제강소 측은 출하 제품 가운데 4%가 사전에 정해진 제품 강도를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검사 자료를 조작해 도요타 등 200개 업체에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불량품은 도치기현, 미에현, 야마구치현에 있는 고베제강소 공장과 가나가와현의 자회사 공장 등 4곳에서 생산됐다. 알루미늄 제품 1만9300t, 구리 제품이 2200t이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엔진, 변속기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수십 명이 가담해 납기와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납품 계약 당시 여러 번 품질검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도 한 번만 검사하고 서류를 조작했다.

회사 측은 가와사키 히로야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품질문제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진 징계까지 검토하고 있다.

고베제품, 자동차· 항공 ·방산 분야 납품돼 초비상

고베제강소 측은 구체적인 납품처와 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과 일본 정부는 이미 여러 업체를 거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산업 관련 제품에도 (품질이 조작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부품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방위산업에서 고베제강의 부품을 사용한 업체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 IHI 4곳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체 조사에 나섰다.

국토교통성도 도요타자동차, 마쓰다 등 자동차업체들에 고베제강 제품 사용현황과 부품안전성 확인을 요청했다. 일본의 첫 국산 제트여객기 ‘MRJ’ 제작사인 미쓰비시중공업에도 고베제강 제품이 납품된 만큼, 항공 관련 회사들에도 조사 요청이 내려졌다.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은 미국 보잉사 등에 항공기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바루는 항공자위대용 훈련기와 보잉사의 제트 여객기 드림라이너의 날개를 생산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일본의 첫 제트여객기 ‘MRJ’와 도요타자동차의 보닛과 뒷문 일부에 불량 제품이 사용됐으며 JR도카이의 고속철도 신칸센도 고베제강 납품처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오노 겐키 미쓰비시 중공업 대변인은 “고베제강 알루미늄이 MRJ와 일본이 11일 발사한 H-IIA 로켓에 쓰였다”면서 “로켓발사가 성공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점검 중이지만 현 단계로서는 로켓이나 MRJ 제작에서 큰 영향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저팬타임스에 따르면, 도요타는 자료 조작이 이뤄진 고베제강 소재가 자동차 후드와 문짝 등에 쓰인 것으로 보고 모델을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혼다도 자동차 문과 후드에 자료가 조작된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으며 마즈다자동차도 고베제강 알루미늄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또 스즈키모터스와 미츠비스모터스도 이번 일로 자사의 차량이 영향을 받는지를 조사 중이다.

보잉은 “현재까지 이 문제로 안전 문제가 제기된 것은 없다”면서 “공급업체와 조사를 신속히 완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타 에어백에 이은 대규모 자동차 리콜 벌어지나

일각에서는 제품에 따라 10년 전부터 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품질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대규모 자동차 리콜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베제강은 안전성 문제가 확인된 제품은 리콜한다는 입장이다. 

혼다자동차가 2008년 세계 2위 에어백 제조업체인 다카타제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을 리콜하면서 2014년까지 1400만대가 리콜된 사태 이상의 대규모 리콜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전띠를 만든 업체인 다카타가 혼다의 미국 판매가 확대되자 미국에 에어백 공장을 지어 혼다를 시작으로 여러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다. 지나치게 빨리 대량 생산하다보니 품질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혼다의 확장 일변도 전략에 가려져 무시되고 은폐됐다.

2009년 말 시작된 도요타 자동차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1000만대가 리콜된 데 이어 2014년까지 1400만대가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되면서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 정책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하던 일본 자동차 업계의 날개가 꺾였고 다카타는 지난 7월26일 끝내 파산했다.

메이드인 재팬 신뢰 실추

고베제강 주가는 품질 조작 파문 이후 22% 가량 폭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틀간 주각 폭락으로 시가총액의 3분의 1 이상이 날아갔다고 전했다. 회사채 가산금리도 급등해 11일 하루 동안 148베이시스포인트(bp=0.01%포인트) 뛰어 202.5bp를 기록했다. 거액의 빚을 남기고 파산한 다카타의 잔영이 비친다.

뿐만 아니라 최대 거래처인 신쇼를 비롯,닛산자동차,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 주요 거래처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신쇼 주가는 이날 25% 하락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시가총액은 7억8000만달러가 날아갔다. 3대 거래처인 도요타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음은 두 말이 필요없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일본 제조업계가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JP모건증권재팬은 부품 교체비용을 최대 150억엔(미화 1억3300만달러)로 추산했지만 명성 추락 비용과 향후 소송 비용을 합치면 고베제강이 치러야 할 대가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자동차 기어 등 까다로운 부품을 만드는 소재인 고베제강 철분(鐵粉)제품의 데이터도 조작됐다고 NHK가 보도해 고베제강이 치러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타시바나증권의 이리사와 다케시 분석가는 11일자 저팬타임스에 “이번 사건은 심각하다”면서 “당장 충격은 분명하지 않지만 이것이 리콜사태로 이어진다면 대가는 엄청날 것이며, 회사 측은 리콜비와 교체비용을 전부 부담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