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아이폰은 아이폰8과 아이폰X로 나눠졌다. 아이폰X는 10주년을 맞은 아이폰의 실험적인 시도도 평가받는 반면, 아이폰8은 기존 아이폰 문법을 충실히 따라가며 최근의 트렌드인 패블릿 기조를 적절히 품어내는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역으로 아이폰 특유의 스타일을 신봉하는 팬덤에게 아이폰8이 가지는 가치는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 아이폰X와 함께 출시된 아이폰8이 소위 '버리는 카드'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아이폰8의 가치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

▲ 아이폰8 스웰링. 출처=맥루머스

부풀어오른 아이폰8 플러스
부품물량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폰X는 빨라도 12월은 되어야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이폰8은 오는 27일 국내 시장에 상륙, 이르면 다음달 3일 정식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X와 아이폰8 모두 1차, 2차 출시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아이폰8이 약간 더 빠른 주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이폰8은 1차 출시국에 한해 이미 지난달 22일 시장에 풀린 상태다.

여기서 아이폰8 배터리게이트가 불거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1차 출시국을 중심으로 일부 소비자들이 아이폰8 기기가 부풀어오르는 소위 스웰링 현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홍콩 등 거의 대부분의 1차 출시국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이다.

시작은 일본이었다. 지난달 24일 일본의 한 소비자가 아이폰8 플러스의 내부 배터리가 팽창하며 기기가 부풀어오른 사진을 공개하며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기기가 지나치게 부풀어 단순한 이격이 아닌, 디스플레이가 정면으로 튀어나올 수준이었다. 이후 캐나다와 미국, 홍콩 등에서도 비슷한 사진이 속속 올라오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실제로 캐나다의 앤서니 우는 아이폰8 플러스를 구매한 후 디스플레이와 본체가 이격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즉시 교환하기도 했다.

결정타는 중국이다. 지난 6일 징둥닷컴을 통해 아이폰8 플러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스웰링 현상을 발견해 이를 신고하고 환불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아이폰 시리즈를 사랑했으나 최근 현지에서 아이폰의 인기는 크게 떨어지는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 전체 점유율에서 톱3는 커녕 5위권으로 밀려났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면 많은 중국인들이 매장에 줄을 서 기기를 받던 장면은 아이폰8에서 재연되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애플이 나섰다. 애플은 6일(현지시간) 정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사실(스웰링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아 애플이 어떤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최소한 애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현재까지 스웰링 현상이 보고된 사례는 총 6건이다.

사실 스웰링 현상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스마트폰의 대세로 여겨지며 종종 발생하던 문제다. 애플은 아이폰7 당시에도 일부 기기에서 스웰링 현상이 보고되어 문제가 된 바 있으며 갤럭시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 2014년 갤럭시노트 스웰링 현상. 출처=삼성전자

미국의 IT 매체 더버지는 "더 많은 전력을 보관하기 위해 스마트폰 업체들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원인"이라며 "한정된 공간에 고전력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슬림형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며 좁은 공간에 전력을 보관할 수 있는 배터리가 필요했으며, 이에 적합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무리하게 우겨넣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아이폰8 플러스 일부에서 스웰링 현상이 불거지는 것을 '심각한 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도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슬림형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설계이기 때문에 대체재를 생각할 수 없는데다, 스웰링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전제도 깔리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수백만대가 풀린 아이폰8 플러스 중 고작 6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수용가능한 범위'라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스웰링 현상은 기기의 문제가 아닌 순수 배터리의 문제다. 현재 애플의 배터리를 제작하는 곳은 ATL 등 중국 업체 몇몇이다. 애플은 스웰링 문제의 추이를 보며 이들을 전면 교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일정정도 균열이 벌어질 수 있다.

스웰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기기가 발화되거나 폭발하는 사례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가 발화되어 브랜드 가치에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에도 문제는 리튬 이온 배터리였다. 그러나 아이폰8 플러스는 스웰링이 벌어지지만 폭발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 아이폰8. 출처=애플

약정할인과 자급제...국내 시장 분위기는?
아이폰8 국내 정식 출시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갑자기 불거진 스웰링 현상은 당연히 악재로 평가받는다. 아이폰X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최소한 연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폰8 스웰링 현상은 이를 구매하려는 애플 팬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약정할인율 25% 인상의 최대 수혜는 보조금이 적은 아이폰8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나름의 호재가 될 전망이 높다. 여기서 스웰링 현상이 국내 출시까지 얼마나 보고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총 6건의 스웰링 보고는 현재까지 '수용가능한 범위'라는 말이 나오지만 만약 기하급수적으로 문제가 보고될 경우 애플의 기본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아이폰8 국내 흥행가도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아이폰8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진 상태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LG전자의 LG V30 등 토종 스마트폰 업체가 배터리 안정성을 바탕으로 재정비에 돌입해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아이폰8 문제가 의외로 장기화되어 아이폰X 출시까지 영향을 미치면 국내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8 스웰링 현상이 벌어지며 국내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애플의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 가능한 수준이며 생각보다 큰 우려는 없다"며 "국내 언론의 의도를 면밀히 살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웰링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통한 대비에 나서지 않으면 애플 입장에서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아이폰X 출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아이폰8 문제가 장기화되고, 이런 불안요소들이 애플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 전통적인 애플 팬덤들의 마음도 돌아설 수 있다"며 "약정할인율 인상 등 국내 시장만 보면 애플의 호재가 상당한 편이다. 애플은 국내 시장에 큰 신경을 쓰지 않겠지만 만약 여기서 문제가 더 커지면 중국에서 애플의 열기가 갑자기 사그라들었던 사례가 한국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