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알프레드 노벨의 노벨상 제정 취지가 돋보이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가을에도 지구촌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노벨상 수상자 발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연휴로 쉬는 동안,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6개 분야에 대한 노벨상 수상자를 속속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노벨경제학상 하나 뿐.

이번 노벨상 발표는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벨상위원회가 과거 어느때보다 전통적이며 차분한 발표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1896년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하기전 전재산을 헌납하면서, 매년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을 선정해 시상하라고 했는데, 최근 수년동안 수상자를 둘러싸고 정치적 중립성, 수상업적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올해 가장 예민한 부분인 평화상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미국, 북한 정치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데 성공했다. 또 밥 딜런 선정으로 한해동안 시끄러웠던 노벨 문학상은 순문학의 세계적 중견 작가를 선정함으로써 논란의 재연을 막았다.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범지구적 반핵 운동을 전개해온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ICAN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ICAN 수상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7월7일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으로 알려지고 있다.

ICAN이 주도했던 이 협약은 미국과 러시아 등 기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했던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 대신 핵무기의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때문에 194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22개국이 참여해 비핵화를 위한 전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5대 핵무기 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이 조약에 동참하지 않아 다소 빛이 바랬다. 우리나라도 핵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베아트리스 핀 ICAN 사무총장은 수상소감과 관련,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둘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핀 사무총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핵무장 국가와 안보를 이유로 핵무기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이는 용납할 수없는 행위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하루 전날인 5일 스웨덴 예술원 노벨위원회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위대한 정서적인 힘을 지닌 소설을 쓴 이시구로를 선정했다"며 "그의 소설은 우리의 환상과 그 아래의 심연을 밝혀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수상소감으로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온 발자취에 내 자신이 합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실로 엄청난 영예"라고 겸손을 표시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가수인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노벨위원회는 올해 순문학을 추구해온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함으로써 전통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1954년에 일본 나가사키 시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민간 가즈오 이시구로는 1978년 켄트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1980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시민권은 2년 후인 1982년 취득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어권에서는 대표적인 중견 작가로 꼽힌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일부 있지만 일본문학의 영향은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유럽의 제국주의나 나치즘,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8권이 나왔으며, 40개국에 소개돼있다. 이민자로서는 드물게 영국내에서 확고한 작가반열에 올라 있다.

스웨덴 학술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4일에는 올해의 노벨화학상에 생체 분자의 고해상도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쟈크 두보쉐 스위스 로잔대학교 교수, 요하임 프랭크 미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리차드 핸더슨 영국 MRC 분자생물학 교수 등 3명을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하면서 생체분자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단순화시켰다"며 "우리는 조만간 생명의 복잡한 구조를 원자 수준의 상세한 이미지로 볼수 있을 것"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기존 전자현미경은 생물 시료를 직접 관찰할 때 전자선의 영향으로 정확한 이미지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들이 발명하고 개량한 저온전자현미경은 생체고분자를 초저온상태로 얼려 관찰할 수 있어 온전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스웨덴 학술원 노벨위원회는 또 지난 3일 중력파를 검출한  라이너 바이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킵 손 칼텍 명예교수, 같은  대학 배리 배리시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지난 2015년 100년 만에 실제로 검출하는 ‘금세기 최고의 발견’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 생성되거나 별 간의 충돌·폭발이 일어날 때 발생한 강력한 중력이 우주공간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파가 지나가는 공간에서는 시간도 그 영향으로 느려진다. 이 파동은 빛의 속도 수준으로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때 시공간이 흔들리고 휘어지면서 중력파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들은 중력파 검출을 위한 ‘라이고’(LIGO,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이끌어온 인물이다. 바이스 교수는 라이고의 개념과 설계, 자금조달과 건설을 주도한 인물이다. 킵손 교수는 중력파 검출시 실제 형상을 실질적으로 예측했고 배리시 교수는 라이고 프로젝트의 도약을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9월 14일,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라이고 검출기가 검출하는데 성공하면서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수상자들은 40년간의 노력끝에 중력파를 관측하는데 성공, 우주 탄생과 진화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장을 열었다”며 "중력파 검출은 세계를 흔든 발견"이라고 밝혔다.

앞서 2일에는 생체시계를 발견한 제프리 홀 미국 메인대 교수, 마이클 로스배시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 3명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생체시계는 수면주기와 생체활동 등 다양한 신체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사람들이 마치 몸속에 시계가 있는 것처럼 밤에 잠들고 아침에 깨는 생체리듬의 영향을 받는 것을 초파리를 통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밝혀낸 공로를 노벨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미국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미국 과학자들은 초파리류인 사과즙파리(fruit fly)를 통해 밤에는 축적되지만 낮에는 분해되는 단백질 유전자를 찾아내고 분리하는 실험을 해 생체시계 유전자가 '일주기성 리듬'을 최적화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했다.

한편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10일에 열린다.  상금은 지난해보다 12.5% 오른 900만크로나(13억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