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fectionate Things, 32×32㎝ Hanji on Canvas, 2017

 

그리드의 내적 해체과정을 통해 박동윤은 애정(affectionate)에서 정동(affect)로 이행하고 있다. 정동은 모든 살아 있는 사물과 존재의 고유한 힘이자 활동성이다. 정동은 정신의 동일화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 사물과 존재의 특이성의 표지이다.

애정이 살아 있는 존재로부터 그것이 가진 에너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지각의 한 양태이다. 정동의 감각은 사물들이 몸주체로 동화되고 반대로 몸이 그 사물에 동화되는 과정이다. 이제 박동윤 작가는 멈출 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미메시스의 참된 의미이다. 정동의 감각과 지각이 가능하려면 사물은 그 자체의 특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정동은 동등하게 살아 있는 개체간에 일어나는 양방향의 소통의 사건이다. 사물이 살아 있기를 멈추는 순간 그들이 그들의 존재를 잃는 순간 다시 소통은 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정신은 하염없는 재생산의 순환과정에 빠져든다.

이는 반대로 죽음의 미메시스다. 아도르노는 미적 경험은 “정신이 그 자신에게서 혹은 세계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의 순간, 우리는 사물의 존재를 느낀다. 그 존재는 정신 안의 개념도 물화로 왜소해진 사물도 아니다.

이 이행의 과정은 어떤 점에선 필연이었다. 한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한 작가가 바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의 역사적 형식 규정성이라면 말이다. 정동으로의 전회는 실은 애정이 깃든 사물 이전의 그의 예술의 기원, 어쩌면 그의 천성과 맞닿아 있다.

이는 마치 도공들이 그들의 인위를 다시 ‘불’의 자연 내맡기는 것과 같다. 이제 그 자체로 다른 힘들과 성질을 가지는 사물들은 다른 힘들과 교섭하여 뼈대와 살을 만들고 하나의 날에 스스로 성격을 부여한다. 이 힘들의 내적관계는 하나의 날을 성격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날들 간의 유기적 관계로 번져 간다.

박동윤 작가의 화업은 결국 사물의 본성을 캐려는 노력일 뿐만 아니라 정동의 순간 그 심연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애정의 기원과 정체, 완전한 애정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일종의 구도의 과정이었다.

△글=조경진(철학박사, 비평가)

 

▲ 박동윤 화백

 

◇박동윤(朴東潤,PARK DONG YOON)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미술학 박사 (Ph.D in F.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Beaver college 대학원 회화전공 수학.

△개인전=23회(서울, 대전, 공주, 필라델피아, 뉴욕) △부스 및 페어전=20회(서울, 부산, 공주, 제네바, 벨기에 겐트, 이스탄블, 싱가폴) △단체전=한․호 교강사 교류전(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외 국내․외 400여회 △주요연구 활동=세이카 대학교 Artist-in-Residence(쿄토), La Salle 대학교 Artist-in-Residence(필라델피아)

△주요수상=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1989), 한국현대판화가협회 우수상(1986) △주요활동=대한민국 미술대전, 단원미술제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경인미술대전, 서울미술대상전, 관악현대미술대상전, 형상미술대전 심사위원 △작품 소장처=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성곡미술관, C.O.E.X, 쉐마미술관, 충무아트홀, 박수근미술관, 공주교육대학교 도서관, 정부미술은행 등 작품소장.

△현재/공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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