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 세 개가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이름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북해산브렌트유(BTI), 두바이유, 일명 ‘3대 벤치마크 원유’다.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유는 품질과 성격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하루에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는 전세계 120개국이 있으며 이중 하루 5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나라는 전세계 29개국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된 다양한 원유는 품종과 유통방식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산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유가 육상에서 추출된 경우 해상에서 추출돼 파이프라인으로 수송되는 원유보다 유통비용이 더 들어 비싸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벤치마크 원유다. 벤치마크 원유는 생산량이 많고, 생산이 독점되어 있지 않아 가격 형성이 투명하고, 각 지역의 대표 원유로 자리잡은 것으로 원유 시황의 선행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 3대원유로도 불리는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 가로축이 API지수, 세로축이 유황 함량을 의미하며 API지수가 높고 유황함량이 낮을수록 고급원유다. 출처=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석유의 ‘질’을 구분하는 ‘API지수’와 ‘유황’

3대 벤치마크 원유는 생산지도 다르지만 각각의 API지수도 모두 다르다. 미국석유협회(API)가 산정하는 구분 요소인 API지수는 원유의 비중과 유황 함량을 객관화해 나타낸 것이다. 비중이란 어떤 물질의 밀도를 표준 물질의 밀도와 비교한 것으로 상대밀도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체나 액체는 물이 표준으로 밀도를 계산하게 되는데, 이때 비중이 1보다 크면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되고, 비중이 1보다 작으면 물에 뜨게 된다. 기름과 물이 만나면 섞이거나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뜨게 되는데 이는 기름의 비중이 1보다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유의 비중은 보통 0.65와 0.99 사이에서 결정된다.

API지수는 원유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클수록 경질(勁疾∙light), 값이 작을수록 중질로 본다. 보통 API지수가 34도 이상이면 경질유, 24도~34도를 중질(中質∙medium)유, 24도 이하를 중질(重質∙heavy)유라고 한다.  

또 원유를 유황 함유량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는데 0.7% 이하의 저유황 원유를 달다(Sweet), 이상을 시다(Sour)고 표현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원유는 API지수가 높고 저유황인 저유황 경질유(light sweet crude oil)이며, 여기에서 정유가스나 디젤, 휘발유 등 고급기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WTI 가장 고급, 브렌트유, 두바이유 순

WTI는 주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미주지역 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원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WTI는 미 서부 텍사스 주와 뉴멕시코주 동남부 등지에서 생산되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오클라호마주의 쿠싱 지역에 저장된다. 공급이 육로로 고정되어있어 가격이 비싼 편이다. API지수는 39.6도의 초경질 원유로 유황성분도 0.24%로 매우 낮은 ‘저유황 경질유(light sweet crude oil)’의 고급 원유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영국과 노르웨이 북해지역의 유전인 브렌트, 포티스, 오세 베르크, 에코 피스크의 네 곳에서 생산된 원유로 전통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원유의 가격기준이 된다. 오늘날 전세계 모든 원유의 3분의 2가 브렌트유를 기반으로 가격이 산정된다. 바다에서 추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송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API지수는 38.06도, 유황성분은 0.37%로 WTI와 마찬가지로 ‘저유황 경질유’로 분류되지만 WTI보다 황함량이 높아 ‘light sour crude oil’로 불린다.

두바이유는 중동의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오만 원유와 함께 사우디∙이란∙쿠웨이트 등 아시아지역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중동원유 가격이 두바이유 현물가격에 연동되며, 우리나라 수입 원유 가격은 두바이유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API지수는 31.0도, 유황성분은 2.04%로 ‘고유황 중질유’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