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 나라다. 그만큼 이혼을 하는 부부가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갈라서는 부부는 연인이 헤어지는 것과 달리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결혼을 하게 되면 법적으로 여러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사람들은 이혼 시 재산과 빚에 관한 문제로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한다. 특히 이혼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위자료'와 '양육비'라고 한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부는 한 몸’ 재산분할 청구권

부부의 재산은 공동 재산이다. 법원에서 부부는 한 몸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두 사람의 수익과 지출을 모두 같은 재산이라고 판단한다.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서 모은 재산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인지 정확히 가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행여 부부 중 남편 명의로 저축을 했다던가, 제 3자의 명의로 명의신탁이 되고 있다 하더라도 부부가 공동으로 벌어들인 재산이라면 소유권은 부부 둘 다 주어진다.

이에 법원에서는 이혼하는 경우 부부의 재산은 재산 분할을 통해 공정하게 나눈다. 이러한 재산분할은 법 용어로 ‘재산분할 청구권’이라고 말한다. 부부가 이혼하면 법원에 재산분할 신청을 하여 재산을 나눌 수 있다. 재산분할 신청은 재판상 혹은 협의 이혼 이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이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혼인관계에 있었지만, 재판상 이혼청구와 병합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다.

재산분할을 가늠하는 기준은 부부의 직업과 소득을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 집안일과 같은 간접적인 협력 부분도 모두 확인해 재산을 나눈다. 다만 주식이나 연금, 퇴직금 등은 확정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재산이기 때문에 나누기가 까다롭다. 만약 부부 중 한 명이 이혼 당시에 이미 퇴직금을 받은 상태라면 재산분할 시 청산의 대상이 되어 개인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이혼 당시 재직 중이라면 퇴직금은 재산분할 청산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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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빚은 이혼할 때 나눌까?

박순철 변호사는 “법적으로 빚은 재산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혼한다면 재산분할과 함께 빚도 일부 분할된다"면서 “그러나 빚의 소유 자체는 분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재산은 형성한 기여도를 따져서 비율을 정해 보통 재산권과 같이 나누지만, 채무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부부가 이혼 시 빚과 재산을 하나로 정해 나누는 것이 맞지만, 채무는 단순히 일률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이혼 이후 빚 분담 여부와 빚의 구조에 따라 방법을 정해 나눈다.

예를 들어 남편이 2억원, 아내가 1억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부의 재산 총액은 3억원이다. 여기에 남편 명의 빚 1억과 아내 명의 빚 5000만원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감안해 부부 재산 총액 3억원을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2억원과 1억원씩 재산을 분할해 준다.

부부 재산이 공동소유라고 가정하고 반반으로 나눈다면 각각 1억5000만원씩 분할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재산과 빚을 함께 보아 나누는 이유는 빚은 개인의 명의 앞으로만 종속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재산과 빚을 부부의 전체 재산으로 보면서도 빚은 개개인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즉 법원은 다툼이 있는 당사자들간 재산만 있을 경우 공동소유로 가정하고 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재산과 빚이 공존할 경우 부부 개인별 명의를 참고해 재산 분할을 명령한다.     

물론 남편이 주식과 같은 확정 짓기 어려운 재산이나, 부부가 합의하에 빚을 내지 않고 개인적인 사유로 낸 빚은 재산 분할 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민법상 부부는 가사에 관하여 대리권이 있고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두 '가사에 관하여'라는 것이 전제돼 있다. 가사에 관한 채무가 아닌, 단순히 개인용도로 사용한 채무는 부부가 나누어 가질 필요가 없다.

이렇게 채무를 나누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부부별산제'라는 것이다. 법으로 부부가 이혼의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각자 가진 재산에 대해서는 특유재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각자 관리할 수 있도록 단독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만약 남편이 개인적으로 빚을 냈다가 채권자로부터 압류가 들어오면 남편의 물건은 채권자가 압류할 수 있지만, 아내 명의로 된 재산은 압류할 수 없다. 하지만 소유가 불분명한 재산은 공동의 소유로 인정되어 압류와 재산 분할이 가능하다.

빚이 재산보다 많은 부부라면?

빚이 재산보다 많은 부부가 이혼한다면 빚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이와 관련된 한 판례가 있다.

2013년 6월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A 씨 부부 이혼 사건에서 내놓은 판결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대법원이 A 씨의 아내인 B 씨는 법정에서 “재산분할 청구권을 통해 남편과 빚을 나누겠다”고 나선 아내의 청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슈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B 씨의 재산분할 청구권을 기각한 하급심의 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부부 재산을 모두 합쳐도 빚이 더 많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종전 판례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아내인 B 씨가 이혼을 청구한 사례는 이렇다. 단초는 남편인 A 씨는 B 씨의 후배와 수 개월 동안 불륜을 저지른 것이 화근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B 씨는 경제 능력이 없는 A 씨를 뒷바라지하느라 대출을 3억원까지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에 아내 B 씨는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위자료와 재산분할도 함께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B 씨의 손을 들어줬고 A 씨는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때 변호사 사이에서 법원의 판결과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가 있었는데, 이는 법원이 “남편과 빚을 나누겠다”는 아내 B 씨의 재산분할 청구를 인정할지 여부였다.

이들 부부가 이혼을 문제로 법정에 섰을 때 총 재산은 1억9000만원이었으나 빚은 2억3000만원에 달했다. 1·2심은 재산보다 빚이 클 경우 이를 나눌 수 없다면서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 씨는 이를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B씨는 결국 승소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소극재산(빚)의 총액이 적극재산(부부 자산)을 초과해 재산분할의 결과가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그것이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 판례로 인해 부부가 이혼할 경우 아무리 빚이라 하더라도 재산을 초과한다면 빚을 서로 분담할 수 있다는 여지가 생겼다. 다만 대법원은 “가사 사정을 참작해 분담하는 게 적합하다고 인정되면”이란 단서를 붙였다. 이혼의 경우 재산 분할에 많은 요소가 포함돼 있어 재판부가 이를 판단하라는 해석 요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