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로드 킹> 클라이드 페슬러 지음, 박재항 옮김, 한국CEO연구소 펴냄

 

할리데이비슨은 1903년 미국 밀워키의 허름한 차고에서 출발했다. 그해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은 최초의 동력 자전거(모터사이클)를 세상에 선보였다. 명성은 이때부터 얻었지만 모터사이클 시장 장악은 한참 지나서야 가능했다. 1977년 회사는 도산 직전이었다. 할리데이비슨은 기름이 새고 툭하면 고장 났다.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할리데이비슨은 덩치 큰 백인 무뢰한들이 떼를 지어 몰고 다니는 요란한 바이크였다. 미국의 모터사이클 시장은 날렵하고 세련된 혼다, 가와사키, 스즈키, 야마하 등 일본산 바이크가 장악하고 있었다.

클라이드 페슬러는 위기 국면에 입사했다. 이후 25년간 머천다이즈 담당 부사장, 모터 액세서리 담당 부사장, 비즈니스 개발 담당 부사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 결과 할리데이비슨은 1986년부터 2006년까지 21년 연속 최대 매출 기록을 갱신할 수 있었다. 2000년에는 마침내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책에는 할리데이비슨을 세계 최고 브랜드로 만든 페슬러의 ‘좌회전 전략’이 소개돼 있다. 다른 기업이 우회전할 때 좌회전하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6가지 전략이다.

 

▲‘브랜드 체험’으로 브랜드 개성 강화

‘브랜드 체험(Brand Experience)’은 제품성능 디자인 포장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브랜드와 접촉하며 느끼는 감정까지 포함한다. 초기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좋고 주차가 용이한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효율성을 앞세운 일본제 바이크는 그런 점에서 안성맞춤이었다. 이에 맞서 할리데이비슨은 ‘브랜드 체험’을 팔기로 했다. 할리데이비슨은 1983년 ‘할리 오너 그룹(Harley Owners Group)’, 줄여서 ‘호그(H.O.G.)’라고 불리는 모임을 만들었다. 호그는 극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라이더들의 참여가 높아졌고 딜러들은 열광했다. 호그는 액세서리, 의상, 할리 후원 행사 참가에 다른 할리 라이더보다 30% 정도의 돈을 더 쓴다. 호그 멤버는 100만명이 넘고 전 세계에 1400개 지부가 있다.

 

▲‘브랜드 확장’으로 신규 매출 창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은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이미 신뢰받고 있는 브랜드 네임을 이용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의 광고·홍보·프로모션 활동의 대부분은 현재 고객 대상으로 전개된다. 지금도 프로모션 비용의 4분의 3이 기존 고객에 투입된다.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보다 현재 고객이 재구매하게 만드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모터 액세서리 부문도 이런 전략하에 성공했다.

 

▲‘브랜드 연상’으로 할리 이미지 향상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은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친근한 것과 연계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영화, 로큰롤, 음악 축제, 레이싱팀을 활용했다. 특히 위스콘신주 밀워키 호수 앞 공원에서 열흘간 펼쳐지는 음악축제 ‘서머페스트(Summerfest)’에는 매년 100만명이 몰린다. 할리데이비슨 레이싱팀은 우승 횟수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브랜드 일관성’으로 매출 증가 기여

‘브랜드 일관성(Brand Consistency)’은 기업과 고객 간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군과 활동 지역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관성은 로고 가이드라인으로부터 시작한다. 할리는 ‘스펙 북(Spec Book)’이라고 부르는 규정집에 로고 크기와 모양, 색상, 글자체, 함께 쓰이는 태그라인, 문서에서의 로고 위치, 다른 기업의 로고나 트레이드마크와 함께 쓰일 경우 등 세부 가이드를 담고 있다. 각 매장의 디자인에도 브랜드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했다.

 

▲‘브랜드 복지’로 고객 충성도 상승

‘브랜드 복지(Brand Welfare)’는 고객들이 동조하는 명분 있는 행동과 브랜드를 연계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부모와 자녀 모두가 함께 후원할 수 있는 자선단체로 근육병협회를 선정해 8000만달러를 후원했다. 라코니아, 데이토나, 스터지스를 비롯한 주요 랠리도 후원한다. 유산(遺産)과 전통이라는 할리의 미국적 강점을 더욱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브랜드 팀’으로 강력한 브랜드 구축

페슬러는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최고경영자, 운영, 금융, 마케팅, 생산라인 작업자, 외주 공급업체, 딜러까지 참여한 브랜드 팀을 구성했다. 브랜드팀은 할리데이비슨의 근본이 될 ‘브랜드 헌장(Brand Statement)’을 만들었다. 헌장은 이런 내용이다. “할리데이비슨은 바이크가 힘, 자유, 개성, 미국을 상징하고 할리데이비슨의 유산, 전통, 신비함을 공유하고 동참하기를 원하는 바이크 팬들을 위해 크고 아름다운 미국산 모터사이클을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