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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교수의 은밀한 게임사생활] 대학생들 ‘게임 지옥’에 빠지다②
위정현 중앙대 교수(콘텐츠경영연구소장)  |  jojae@econovill.com  |  승인 2017.10.06  08:05:41
   
 

게임 플레이 시간의 제한이라는 장애물에 걸린 학생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수 입장에서 학생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교수가 학생에게 난문을 던져주는 것은 학생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는 학생들이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마침내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기뻐한다. 맹자도 군자삼락의 하나로 말하지 않았던가?

“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한 달 정도 지나자 학생들은 수업 시스템에 적응했다. 그리고 나름의 해결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거상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었다. 학생 중에 원자재에 대한 투자에 주목한 팀이 있었다. 상품 제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를 대량으로 확보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었다. 지금의 전기자동차를 생각하면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이라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그 팀은 석탄이나 철 같은 기본 원자재의 가격 변경에 주목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원자재의 가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떤 시간대에 가격이 하락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가격이 상승하는지를 24시간 분석해서 하나의 통계적 지표를 만들었다.

또 하나 학생들의 대응은 사전 준비와 토론이었다. 그들은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철저하게 사전준비를 했다. 수업 초기에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에 접속해 과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서로 의견이 엇갈리면 게임에 접속한 채 토론했다. 그러나 시간이 제한되어 로그가 끊어지는 충격을 받은 후에는 게임에 접속하기 전 철저하게 사전 토론했다.

각자 역할분담을 하고 어떤 원자재를 어떤 장소에 가서 어떤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그리고 게임에 접속하면 주어진 역할을 신속하게 수행하고 로그아웃했다. 이는 필자가 기대했던, 바로 전략적 사고와 준비 하에서 행동하는 학생들이었다.

한 학생이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게임을 시키는 것을 보니 제가 어릴 시절 게임 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초등학생 시절 그 학생은 다른 친구처럼 오락실에서 부모님 몰래 ‘스트리터 파이터’나 야구게임 등을 하며 집에 늦게 들어갔다고 했다. 당연히 부모님에게는 학교에서 공부하다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락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부친에게 들키고 말았다. 부친은 화를 내키는커녕 아들이 좋아한다면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고 오락실에서 사용할 용돈까지 주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부친은 하루에 달성할 게임 레벨을 정해주었고, 그 레벨을 달성하지 못하면 귀가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예를 들어 ‘오늘은 테트리스 레벨을 35까지 올린다’ 이런 식이었다. 레벨을 올리지 못하면 혼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체벌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그 학생에게 게임은 ‘펀’이 아닌 ‘강제노동’으로 변했다. 그는 매일 같이 학원에서 공부하듯이 울면서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견디지 못한 그는 게임을 그만 하겠다고 아버지에게 빌고 또 빌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들도록 이렇게 하시는 것 아닌가요?”

필자는 그냥 웃고 말았다.

언론에 공개되니 수업에 악영향도 있었다. 학생들의 아이디는 관리가 쉽게 ‘CAU(중앙대의 이니셜)’로 시작되고 있었다. CAU12, CAU17…. 이런 식이다. 그래서 이 게임의 유저들은 CAU라는 아이디가 보이면 소문의 중앙대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상 유저들은 자신들의 게임이 대학교 경영학 수업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의 친구는 어느 날 필자에게 책임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이 있는데 어느 날 게임 한다고 잔소리했더니 대뜸 이렇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 게임은 대학교에서 교재로도 쓰이고 있는 좋은 게임인데 왜 못하게 해요?”

필자의 친구는 기가 막혔지만 달리 할 말도 없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게임이라는데 반박할 논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은 ‘CAU’ 아이디가 보이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중앙대 학생들이 맞아요?”

“혹시 필요한 게임 머니나 아이템 없어요? 뭐든지 내가 줄게요.”

“우리 상단(길드)에 들어오면 게임 하는 거 도와줄 테니 꼭 오세요.”

거상 유저들은 게이머들이 ‘사회적 폐인’으로 비난받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에 대단히 감격한 듯했다. 정말이지 성의는 고마운 분들이었지만 그것은 ‘민폐’였다. 학생들은 다른 유저에게 도움을 받거나 아이템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런 부정행위를 하다 걸리면 즉시 F 처리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곤혹스러워했다. 그래서 유저들이 말을 걸어오면 피하거나 나중에는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 일일이 설명하다 로그가 끊어지면 큰 일 아닌가?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었다. CAU로 시작하는 아이디 이름을 변경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이미 생성된 계정의 아이디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임 내에는 15개가 넘는 팀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각 팀의 전략은 서로 알지 못했다. 각 팀 전략은 자신과 교수인 필자만이 알고 있었다. 팀들이 전체 학생에게 공개하는 것은 일주일의 성과만이었다. 일주일 동안의 성과, 지난 기간 동안의 총 수익을 공개하지만 어떤 제품, 어떤 전략하에 행동하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 날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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